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영문법 제대로 알아야 비즈니스 의사 소통”

피터센 교수는 메이지대 학생들과 수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그의 사위는 한국인이다.




밀리언셀러『일본인의 영어』저자, 마크 피터센 메이지대 교수

많은 일본 학자가 한국과 일본은 쌍둥이 국가, 형제 국가라고 말한다. 적어도 언어 영역에서는 타당성이 있다. 미국 월간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따르면 한국어와 일본어는 동일 어족에 속한다. 다른 형제·자매 언어는 없다. 지금은 폐기된 우랄알타이어족 학설이 살아있을 때만 해도 한국어는 외롭지 않았다. 헝가리어·핀란드어·몽골어·만주어 등 형제 언어가 많았다. 현재 유력 학설에 따르면 한국어는 ‘고립어(孤立語: language isolate)’이거나, 딱 하나 일본어라는 형제가 있다.



한국어·일본어 입장에서 영어라는 세계어는 언어 구조상으로 지극히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배우기가 힘들다. 경제 선진국인 한·일 양국도 영어 실력 만큼은 세계에서 제일 못하는 축에 든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영어를 학습하지만 양국에서 영어는 영원한 숙제다.



한국의 영어 고민은 곧 일본의 영어 고민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출간된 『일본인의 영어』(스톤 스프 출간)의 국문 번역본은 눈여겨볼 만한 책이다. 특히 영어 중급자·고급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가 많다. 1988년 일본에서 출간된 이 책과 후속편은 지금까지 120여만 부가 팔린 스테디셀러다. 저자는 마크 피터센 메이지대 정치경제학부 교수다. 80년 일본에 온 피터센 교수는 30여 년간 일본인들과 영어 고민을 함께해왔다. 지난달 28일 전화로 그를 인터뷰해 영어 학습의 정석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 일본인의 영어』의 국문판 표지.




-『일본인의 영어』가 스테디셀러가 된 이유는.

“일본에 처음 왔을 때나 지금이나 수십 년 동안 일본인의 영어 실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마 그래서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인이 아니라, 원어민이 일본인의 영어 문제를 다뤘기 때문에 출간하자마자 주목을 받았다. 원본이 일본어다. 영어로 쓴 것을 번역한 게 아니다. 회사원들에게 인기가 있어 비즈니스 분야로 책이 분류되면서부터 더 많이 팔렸다. 책을 쓰는 과정 자체가 나로 하여금 영어와 일본어의 차이에 대해 더 깊이 인식하게 했고 일본인 학습자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 충실해졌다.”



-바람직한 영어 학습법은.

“영어권에서 공부하는 게 효과가 가장 크지만 비용 문제가 있다. 직장인들은 시간 문제도 있다. 그런 경우 최대한 읽기를 많이 해야 한다. 영어 회화 학원에 다니고, 듣기를 콤팩트디스크(CD)로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조금씩, 적어도 30분 이상 매일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다. 단어를 늘리는 데는 읽기가 최고의 방법이다. 일본의 경우 NHK가 제공하는 라디오 영어 강좌가 효과가 있다. 시각적인 내용이 오히려 학습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TV 영어 강좌보다는 라디오 강좌가 더 낫다고 본다.”



-읽기를 강조한 것은 약간 의외다.

“어휘력 증진을 위해서는 읽기가 필수다. 짧은 회화 연습으로는 아는 단어 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언어 학습은 피아노·바이올린 같은 악기를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 프로들도 매일 연습해야 기량을 유지하고 높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어학은 개인 활동이다. 꾸준히 반복적으로 연습해야 한다. 언어는 대규모 그룹에 학생들을 몰아 놓는다고 해서 쉽게 배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글쓰기보다는 말하기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오히려 영어 회화는 큰 근심거리가 아니라고 본다. 대화에서는 서로 이해할 때까지 말을 주고받을 수 있다. 글쓰기에서는 그게 쉽지 않다. 물론 영어의 소리를 배우고 말하기를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다. 말하기도 매일 연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가능하면 원어민과 연습하는 게 좋다.”



-한국과 일본의 영어 수준을 비교한다면.

“메이지대로 유학 온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 학생이나 일본 학생이나 영어 문제는 같다. 일본 학생들은 모든 한국 학생이 영어를 아주 잘한다고 생각한다. 가르쳐보니 양국 학생들의 영어 수준에는 큰 차이가 없다. 쓰기를 가르칠 때 드러나는 양국 학생들의 문제점을 보면 그렇다.”



-TOEIC, TOEFL 등 특정 시험을 목표로 영어를 공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 TOEIC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TOEFL은 읽기·듣기·말하기·쓰기 등 영어 능력을 골고루 잘 측정하는 시험이다. 시험공부라도 하는 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시험용 영어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아예 아무런 영어 공부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는 TOEIC 점수가 900점이 넘는 사원도 영어를 못한다는 주장이 있다.

“여기서는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내가 아는 학생들의 경우 TOEIC이 900점을 넘으면 영어 능력이 꽤 높다. 전문 영어, 비즈니스 영어, 슬랭이 많이 사용되는 환경이라면 일시적으로 고득점자도 실력 발휘를 못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겠다. 비즈니스 환경에서 영어를 사용할 기회를 늘리고 경험을 쌓으면 나아질 것이다.”



-한국에서는 ‘문법은 잊어라’는 주장도 꽤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지 않다. 문법은 특히 읽기와 쓰기에 중요하다. 많은 비즈니스 의사소통이 e메일로 이뤄진다. 상대편이 ‘이해할 수 있는(understandable)’ 영어로 정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문법이 필수다. 일본의 경우 20~30년 전에는 문법 수준이 지금보다 높아 읽기·쓰기 능력이 더 나았다. 지금은 발음과 듣기가 좀 나아졌지만 읽기·쓰기는 예전만 못하다. 상당수 일본인이 문법을 ‘복종해야 할’ 어떤 ‘규칙’으로 이해한다. 문법은 문장의 의미를 결정한다. 문법에 대해 더 잘 아는 게 필요한 이유는 많은 경우 기초 문법에 대한 무지가 잘못된 의사소통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에게 가장 흔한 문법 오류는.

“영어와 일본어 사이의 언어 구조 차이 때문에 단수·복수, 시제, 관사의 실수가 잦다. 시제의 경우 현재와 과거는 비교적 쉽게 배운다. 영어는 시제가 12개나 돼 일본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If I were you(내가 너라면)’와 같이 사실이 아닌 상황에 대한 가정법에서도 실수가 잦다. 학생들이 in, for, by 같은 전치사 활용이 어려운 이유는 영어 읽기 훈련을 충분히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법 오류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비용이나 시간 문제가 있지만 뭔가를 영어로 써서 원어민에게 틀린 것을 지적받고 왜 틀렸는지 설명을 듣는 게 최고다. 오류를 따지는 과정에서 영어 문법에 대한 감을 훨씬 빨리 습득하게 된다.”



-문법을 모르면 어떤 손해를 보게 되는지 구체적인 예가 있다면.

“학술 분야의 영어 글쓰기에서 문제가 있다. 많은 일본 과학자·연구자가 높은 수준의 연구결과를 내고도 논문을 국제 저널에 싣지 못한다. 문법상의 오류 때문에 게재 여부를 심사하는 사람들이 그들이 제출하는 논문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과학 논문의 영어 오류를 바로잡는 일을 도울 때가 있다. 좋은 연구가 해외 저널에 실려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때 가장 큰 문제는.

“모든 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게 사실은 문제다. 학생들마다 학습에 대한 열의라든가 실제 필요한 영어 스킬(skill)이 다른데 말이다. 젊은 학생이건 나이든 학생이건 영어를 배워야 할, 개인적으로 절실한 이유가 있는 학생은 꾸준히 능력이 향상된다. 열심히 영어를 연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