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안성규 칼럼] 김정은의 반면교사, 이라크전쟁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 기자는 이라크 서부 사막의 도시 카르발라 인근에 있었다. 종군 기자 자격으로 미군 험비 전투차량을 타고 취재를 다니던 중이었다. 미군의 쾌속 진군 앞에 이라크군은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그 이전 1년간 사담 후세인은 목청을 높여 미국을 비난했고 스커드 미사일, 공화국 수비대, 기갑부대로 미군을 격퇴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미군은 후세인이 떠들건 말건 온갖 신무기를 이라크 턱밑에 착착 갖다 놓았다. 단거리 요격 미사일 패트리엇-3, 에이브럼스 탱크, 아파치 롱보 헬기가 등장했다. 이라크가 큰소리치던 기갑부대는 신개념 스마트 집속탄 GBU-97에 맥없이 부서졌다. 합동직격탄(JDAM), 초대형 수퍼폭탄 MOAB 같은 신형 무기가 줄줄이 나왔고 인터넷으로 병사 간, 부대 간 소통하는 첨단 전투도 선보였다. 전쟁은 당시 최첨단인 F-117스텔스기가 후세인의 안가를 폭격하면서 시작됐다. 이라크의 팔을 지푸라기처럼 비트는 힘…. 현장에서 목격한 미군의 작전 능력은 가공할 수준이었다.



 그런데 요즘 김정은의 행동이 바로 후세인 말년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 낸다. 이라크전쟁 때 아버지 김정일은 겁을 먹고 지하로 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20세 전후였을 김정은은 그걸 알고 있을까. 북한 지도부가 내뱉는 거칠고 조악한 말대로라면 벌써 전쟁이 몇 번씩 일어났을 판이다. 그런 행태가 내부 결속용일 수도 있고 일부에서 말하듯 권력 암투의 파생물일 수 있다.



 그러나 원인이 뭐든 그 결과는 이라크전쟁 때보다 훨씬 강력한 최첨단 무기가 한반도로 집결하는 길이 열렸다는 점이다. F-117보다 훨씬 최신예 스텔스인 F-22, B-2 스텔스기, 북한의 방어력을 뛰어넘는 핵 잠수함, 4800㎞까지 탐지하는 대형 시추선만 한 X밴드 레이더 등이다. 우리 군 고위 관계자는 “멀리서 특정인만 골라 공격하는 원격 무기도 있다”고 말한다. 종군 경험으로 미뤄 볼 때 눈앞에 드러난 게 이 정도면 숨은 전력은 훨씬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리고 한번 물길을 튼 군사력은 쉽게 물러서지도 않는다. 김정은 체제를 압박하는 칼날이다.



 호전성 과시가 지나쳐 주변에 남긴 상처도 크다. 최대 우방인 중국, 북에 아직 우호적인 러시아에도 굴욕을 강요했다. 중국은 미 군사력의 동태평양 확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 마당에 북한의 위협을 명분으로 미군은 확장의 길을 텄다. 러시아도 미국이 알래스카에 배치한 미사일방어망(MD)이 껄끄럽지만 북한 미사일 때문에 따지기도 어렵게 됐다. 미국의 확장된 군사력은 앞으로 중·러를 자극하고 동북아의 충돌 스트레스를 높일 것이다.



 김정은이 미 본토를 직접 핵탄두로 때린다는 계획은 미국의 상처인 ‘9·11 트라우마’를 건드렸다. 9·11 트라우마와 이라크전쟁의 관계를 밥 우드워드 기자는 『공격 시나리오』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2001년 11월 21일, 9·11테러 발생 72일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직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불렀다. 부시가 ‘이라크 전쟁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럼즈펠드는 ‘전쟁이 시급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1년쯤 뒤 이라크는 몰락했다.”



 밥 우드워드는 이어 “지도부의 적개심은 일을 부르고, 장전된 총은 쏘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9·11 트라우마와 적개심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작용해 빈 라덴 사살 작전의 동력이 됐다.



 그만큼 노골적이진 않지만 미국이 요즘 북한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북관을 바꾸고 있다는 기류가 포착된다. 미 지도층의 인내 한계선이 어디일지 모르지만 김정은의 돌출행동이 그것을 건드리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정은이 후세인을 반면교사로 삼아 더 이상 경거망동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안성규 외교ㆍ안보 에디터 askme@joongang.co.kr



중앙SUNDAY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