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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악녀 소용 조씨 vs 순정녀 장희빈

‘팜파탈(Femme Fatale)’만큼 수없이 변주되면서 사랑받는 캐릭터도 없다. 그들은 아름답고 섹시하고 신비하지만 잔혹하고 위험하다.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질서를 뒤흔들며 위협한다. 사회 체제의 공고함에 대항하며 특유의 전복성을 폭발시킨다.

안방극장 달구는 조선왕조 두 팜파탈

 그들이 등장하는 배경이 조선의 궁궐이라면 매력은 더욱 커진다. 최고의 권력으로 욕망과 쟁취의 대상이 커지고 화려함은 극에 달한다. 남녀의 애정뿐 아니라 시대의 정신과 정치와 수많은 이들의 욕망이 서로 치열하게 얽히고설킨다. 4월 두 개의 드라마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JTBC 주말) ‘장옥정, 사랑에 살다’(SBS 월·화)에 잇따라 등장한 조선 궁궐 팜파탈 이야기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선 왕조를 대표하는 두 팜파탈, 즉 소용 조씨(꽃들의 전쟁)와 장희빈(장옥정, 사랑에 살다)을 나란히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분위기는 드라마에 따라 온도차가 있다. 이미 5회가 방영된 ‘꽃들의 전쟁’과 8일 시작하는 장옥정의 화면 색깔만 봐도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꽃들의 전쟁’이 핏빛 빨강과 검정 등 진한 원색을 앞세운 강렬함이라면 예고편 등으로 공개된 ‘장옥정’은 분홍과 연하늘·연보라 등 파스텔톤의 화사함이다. 두 악녀를 다루는 시각의 차이만큼이나 다른 빛깔이다.

JTBC 주말드라마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에서 아름다운 악녀 소용 조씨를 맡은 김현주(왼쪽)와 8일 시작하는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조선 최초의 패션디자이너’로 등장하는 장희빈 역의 김태희. [사진 JTBC·SBS]
궁중 암투극 뛰어넘은 JTBC ‘꽃들의 전쟁’
‘꽃들의 전쟁’의 소용 조씨(김현주)는 명성만 놓고 보면 장희빈에 훨씬 못 미친다. 최근 사극 ‘마의’에서 조연(서현진)으로 등장한 적이 있긴 하지만 주인공으로서 드라마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

 그러나 ‘꽃들의 전쟁’을 통해 조명받을 소용 조씨는 악녀의 기질로 보면 가히 조선 최고 수준이라 할 만하다. 정사와 야사를 통해 본 조씨는 엄청난 미모로 인조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으며,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낳고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모사를 마다하지 않았다. 소현세자의 독살에 자신과 친했던 침의 이형익(손병호)을 이용했다는 의심을 받을 만한 위치에 있으며, 세자에 이어 소현세자비 강씨의 죽음에까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인조의 계비인 장렬왕후를 인조로부터 떼어놓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쓰다 결국 별거시키는 데 성공할 정도로 투기가 심했고, 상궁 이씨를 모함하기 위해 스스로를 저주하는 자작극을 벌일 정도로 지독한 여인이었다. 결국 자신을 궁으로 보낸 간신 김자점과 역모를 꾀하다 사약을 받고 죽게 된다.

 김현주가 연기하고 연출자 노종찬이 그리는 소용 조씨는 정통 팜파탈의 모습 그대로다. 눈꼬리를 올리고 내리는 것으로 남자를 유혹하고 화려한 춤 솜씨와 도도한 자태, 교태로운 몸짓으로 인조(이덕화)를 한눈에 사로잡는다. 강렬한 색채와 선 굵은 조명은 시각적으로 그의 욕망을 대변한다. 빗속에서 젖은 옷으로 몸매를 드러내며, 벗은 뒷모습과 정사 장면도 주저하지 않는다. 여기에 청나라의 침입으로 피가 난무하는 화면까지 더해 선정성과 폭력성의 수위를 넘나든다. 게다가 소용 조씨를 이용해 역모를 꿈꾸는 김자점의 계략까지 가세해 흥미를 더해간다.

 그러나 드라마는 한 여인의 악마 같은 아름다움과 간교함만을 그린 궁중 여성의 암투극만으로 머물지는 않는다. 작가 정하연은 첫 회에 삼전도 굴욕을 당하는 인조의 모습, 그리고 병자호란을 계기로 불거진 주화파와 척화파의 대립,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인조가 반정을 도왔던 김자점과 권력을 놓고 애증이 교차하는 시대 배경까지 자세하게 그리면서 역사의 큰 맥락 속에서 소용 조씨를 선보이고 있다.

 인조는 삼전도의 굴욕과 아들을 볼모로 청에 보낸 뒤 어지러운 마음을 “내 그 아이를 보고 있으면 못난 왕이라는 자책감도, 아들을 먼 곳에 보낸 괴로움도 모두 잊을 수 있구나. 이제야 겨우 숨을 쉬고 마음을 둘 곳을 찾았다”며 조씨를 통해 시대의 아픔을 잊으려 한다. 주화파와 척사파는 “우리가 가는 곳은 달라도 가고자 하는 곳은 같지 않느냐”며 각자의 대의명분을 위해, 그리고 나라를 위해 나름대로 애쓰는 모습을 담아 공감을 자아낸다.

 50회로 전개될 이야기 속에서는 소용 조씨와는 대비되는 인물로 청나라 볼모로 있으면서도 대외무역과 농업으로 재산을 축적하는 등 이미 여러 소설과 역사물에 ‘한국 최초의 여성 CEO’로 소개되는 소현세자빈 강씨(송선미)의 캐릭터가 돋보일 것으로 보인다. 소현세자 역시 청나라 생활을 통해 청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부국강병을 꿈꾸었으나 좌절되는 인물. 이 같은 대비를 통해 조선 후기의 정치적 흐름과 역사적 입장 차이 속에서 팜파탈 소용 조씨의 역할이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된다.

팩션 사극에 방점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장희빈은 이미 TV드라마만으로도 아홉 번이나 만들어졌을 정도로 가장 유명한 캐릭터 중 하나다. 그러나 이번 드라마가 잡은 컨셉트는 악녀 장희빈이 아니다. 섹시함보다 지성미를 내세워온 김태희를 앞세우고 제목 역시 장희빈이 아니라 ‘장옥정, 사랑에 살다’라고 한 것에서 알 수 있듯 팜므파탈이 아닌 여인 장옥정의 사랑과 일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정통 역사극이라기보다는 ‘팩션 사극’에 훨씬 더 방점이 찍힌 드라마인 셈이다.

 사전 공개 동영상에서 보여지는 김태희의 모습은 김현주와 뚜렷이 대조된다. 요염한 눈빛이나 뇌쇄적인 표정을 앞세우지 않고 청순하고 우아한 모습을 담고 있다. 욕망과 투기에 사로잡힌 여인이라기보다 천한 신분 태생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면서도 왕과 순수한 사랑을 나눈 여인이라는 재해석을 주목하게 된다.

 심지어 장옥정이 바느질에 능해 조선 최초의 패션 디자이너로 일했다는 상상을 도입, 사극에서는 볼 수 없는 조선시대 패션쇼 장면까지 마련했다. 갖가지 화사한 색감의 한복들이 등장하면서 팜파탈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커리어우먼으로서의 장옥정을 그리겠다는 것이다.

 숙종 역시 그동안 여인의 치마폭에 싸여 제대로 된 왕 노릇을 못하는 비굴한 임금으로 그려졌던 기존 시각을 벗어났다. 청춘 스타 유아인을 숙종으로 내세워 조선 최고의 절대 왕권을 꿈꾸던 야망을 가진 왕으로 그려낸다. 어린 시절 우연히 만난 적이 있고 아련한 애정의 기억을 간직했던 소년·소녀가 궁궐에서 다시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나눈다는 설정. 각자가 가진 원대한 꿈들을 이뤄내기 위해 서로 지지하고 도와주는 긍정적 파트너십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청순함과 스마트한 이미지의 김태희가 그려내는 장희빈의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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