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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균 전 재경부 장관, "착한 기업 성공 조건은…"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1943년생. 군산사범학교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했다. 행시 6회(1969년). 관료 생활 31년 동안 정보통신부 장관 등 정부·청와대의 요직을 두루 거치고 3선의원(16·17·18대)을 지냈다.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일자리 많이 만들면 혜택 주고 기업 규제와 세금 부담 줄여야”

전중윤 삼양라면 명예회장은 ‘기업의 본령은 사회에 대한 공헌’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 경제 현실에서 기업이 공익을 추구하긴 쉽지 않다. 정부의 경제정책 사령탑과 3선 의원을 역임한 강봉균(70·사진) 전 재정경제부 장관을 만나 ‘착한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구체적 여건을 들어봤다. 강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 시절 재경부 수장을 맡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과 벤처기업 육성을 진두지휘했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뷰캐넌은 ‘세상에 공익은 없다. 사익과 사익의 충돌이다’고 했다. 사회에 공헌하는 ‘착한 기업’은 가능한가.

“대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면 애국자로 불리던 시절은 지났다. 재벌 회장들이 사장 인사 기준을 이익에 두면 사장들은 무슨 짓이든 한다. 이건 애국이 아니다. 이익만 내면 살아남는다는 철학을 바꾸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전경련이 납품단가 후려치기 같은 중소기업의 고충을 해소해주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재벌 회장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대기업 일자리 구조는.

“재벌이 고용 없는 성장의 주범이라 비판받는 측면과 비정규직이 급증하는 측면이 모두 문제다. 똑같은 일을 해도 임금을 60%밖에 못 받는 차별이 양산되는 걸 고쳐야 한다. 그렇다고 기업주가 돈을 더 내 임금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 그러면 기업주는 중국이나 베트남, 심지어 미국이나 유럽이 임금이 더 싸다면서 그쪽으로 옮겨간다. 대기업에만 잘잘못을 가리지 말고 정부가 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 또 정규직 노동자의 정리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근로 시간을 조절하는 등 정규직 노조와 정부, 사용자가 대타협을 해야 고용 없는 성장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한 정치인이 한 명도 없었다는 거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정부가 기업에 제도적으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학계 의견이 있다.

“맞다. 이익을 100억원 낸 기업 가운데 임금 비중 10억원, 기업 이익 90억원인 기업과 임금 비중 90억원, 기업 이익 10억원인 기업이 있다고 치자. 후자가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이런 기업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즉 임금 주는 총량을 이익과 같은 가치로 환산해 지원하는 거다. 모기업은 물론 협력업체까지 합산해 임금 지출 측정 시스템을 만들면 좋을 것이다.”



-10대 그룹 한 기업에서만 매년 사회공헌에 수천억원을 쓴다. 이 돈을 경험 많은 퇴직자들을 중소기업에 보내는 데 지원하면 어떨까.

“우리 대기업은 경쟁력을 따지기 때문에 직원이 나이 들면 내보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기업이 경험 많은 퇴직자들을 중소기업에 보내는 게 어설픈 사회공헌보다 백배 낫다고 본다.”



-정부가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외치지만 정책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다.

“자동차·반도체 등 제조업은 모기업이 협력업체와 함께하지 않을 수 없다. 원청과 하청기업이 공동운명체라 여길 공감대를 찾아야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인력·기술을 지원하는 게 당연시되는 분위기를 정착시켜야 한다. 중소기업에 일자리가 많은데 안 가는 이유를 진단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차이가 없다는 인식을 만들어야 청년 실업을 해소할 수 있다.”



-청년실업 해소 대책은.

“대졸자 가운데 기업에서 필요한 기술을 전혀 못 배우고 나온 이들이 워낙 많다. 대기업이 대학과 손잡거나 직접 기술센터를 만들어 취업 희망자를 훈련시켜야 한다.”



-‘착한 기업’이 많으려면 금융 부문이 잘해줘야 하는데.

“자율경쟁이 금융의 건전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건 저축은행 사태로 실증됐다. 중앙은행과 정부가 금융기관을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위에 있는 금융위원회가 금감원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게끔 전문화시키는 게 맞다. 또 은행들은 기업, 특히 중소기업을 돕는 은행이 되도록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임기 중 이것 하나만은 해결해야 한다면.

“내 지론이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제란 것이다. 국정원·검찰·국세청·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투명하게만 움직이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엄청나게 늘어난다. 창조경제나 경제민주화는 대통령 마음대로 잘 안 되겠지만 권력기관 인선과 운영은 마음먹기 달렸다.”



-대통령이 대선 당시 했던 공약을 다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나.

“대통령이 공약 재원 마련을 위해 탈세의 뿌리를 뽑겠다고 강조하는데 이건 조심해야 한다. 학자들이 주장하는 탈세 규모를 세무조사로 찾아내려면 무리가 따른다. 국세청이란 공권력을 무리하게 행사하는 건 경제에 큰 충격을 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세무조사 빈도가 적었기 때문에 대기업 세무조사를 철저히 하겠다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 재벌들의 경제력 남용을 다스리는 것만 경제민주화가 아니다. 국세 행정은 재량권이 크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뭐든지 견제 세력이 있어야 한다.”



-세수가 당장 12조원 모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은.

“10년 가까이 계속돼 온 저성장은 엄청난 민생 저해 요인이다. 적극적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 다만 올해는 국채를 대형 지역개발 같은 신규 사업엔 쓰지 말아야 한다. 135조원 조달 방안이 수립되지 않았는데 벌써 빚을 내는 건 정도(正道)가 아니다. 교량·항만 등 공기를 단축할 수 있거나 중단이 불가능한 사업에 국채를 쓰면 국가 부채가 늘어날 이유가 없다.”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재원을 충당할 수 있나.

“정부가 ‘돈 있는 사람들의 탈세를 철저히 응징하겠다’고 선언하면 박수를 받긴 할 것이다. 그렇다고 공권력을 남용하는 건 좋지 않다. 경제가 활력을 잃지 않게 하는 게 우선이다. 세무 조사가 공정하다고 여겨지지 않고 예측 가능성도 없으면 기업활동이 위축될 거다.”



-후배 공직자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부처 업무에 시시콜콜 관여하지 않았다. 관료들에게 권한을 다 줬다. 예를 들어 청와대 경호실 예산을 편성할 때 경호실장이 직접 나와 설명하지 않으면 담당부처가 거침없이 돈을 깎았다. 관료들이 소신을 갖고 일했던 전통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게 많이 흐트러졌다. 공무원 대우도 좋아진 만큼 ‘권력의 시녀’란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주체의식을 갖고 일해야 한다.”



-기업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 기업인들은 세계 오지를 헤집고 다니는 남다른 기업가 정신이 있다. 이를 살려 나가면 얼마든지 일본을 이길 수 있고 중국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라가 될 수 있다. 돈 버는 데만 욕심내선 안 된다. 사회 공헌이 중요하다. ‘정당하게 사업하면 실패해도 실패가 아니다’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세상이 아무리 빨리 변해도 휘둘리지 않는 뚜렷한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되는 일을 하는 인생이 중요하다. 그래야 나이 들어 외롭지 않게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다. 자신만을 생각하면 성공한 뒤에도 허탈해진다.” 



대담=이광재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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