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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의 30분의 1 규모…품질경영은 타격

정몽구 회장이 2011년 6월 미국 조지아주 기아차 공장을 방문해 품질을 점검하는 모습. 현대·기아차는 4일 전 세계에서 약 300만 대 리콜을 했다. [뉴시스]




미국발 역대 최대 리콜 터진 현대ㆍ기아차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미국발 대형 리콜 사태가 터진 직후인 6일(토요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새벽부터 건물 전체에 불이 훤했다. 정몽구(75) 회장은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오전 6시반 이전에 출근했다가 오전 11시쯤 퇴근했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이사대우 이상 전 임원이 비슷한 시각에 출근해 비상대기했다. 봄을 재촉하는 이슬비가 내리지만 양재동은 영하 20도 한겨울 같았다.



현대차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보고만 제때 했어도 리콜 사태까지 가기 전에 조치를 충분히 취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회장님이 크게 화를 내셨다”며 “대내외 악재가 겹쳐 양재동 분위기가 험난하다”고 말한다. 특히 미국뿐 아니라 국내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리콜 사태를 다루자 ‘홍보에 신경을 쓰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요즘 세 가지 악재가 짓누르고 있다. 엔저 공습으로 미국 같은 주요 시장에서 판매가 주춤한 데다 악화된 노사 관계가 발목을 잡고 있다. 또 지난달 국내에서 처음 도입한 주간 연속 2교대가 ‘8+9시간’으로 결정되면서 생산량은 줄고 인건비는 높아졌다. 인건비 비용만 30% 이상 늘었다. 여기에다 현대차를 대표해온 품질경영에 흠집을 낸 대형 리콜이 터진 것이다.



도요타는 1400만 대 리콜, 3조5000억 들어

현대ㆍ기아차는 이달 3일 브레이크 스위치 결함 등으로 미국에서 187만 대를 리콜했다. 이어 4일에는 캐나다(36만 대), 한국(16만 대) 등으로 확산됐다. 유럽 등 여타 지역으로 수출된 차에도 문제의 부품이 장착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전체 규모가 총 3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브레이크는 정상적으로 밟히지만 밟혔다는 전기적 신호가 켜지지 않아 빨간 제동등이 켜지지 않거나 정속 주행장치가 꺼지지 않는 현상 때문이다.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연비 측정 오류로 북미에서 102만 대의 연비를 하향 조정하면서 소비자 피해 보상 소송에 휘말려 있는 데다 5개월 만에 대량 리콜 사태까지 터졌기 때문이다. 리콜 수리비용은 몇 백원짜리 스위치를 갈아 끼우는 단순한 작업이라 13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는 순이익의 1% 정도로 미미하다. 그러나 후폭풍을 더 걱정하고 있다. 리콜 이후 미국의 컨슈머리포트나 JD파워 같은 자동차조사업체에서 발표하는 품질평가에서 잇따라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주요 수출국가의 교통부에서 현대·기아차 소비자의 피해에 대해 더욱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대ㆍ기아차의 리콜이 2010년 도요타 리콜 사태와는 다른 점이 많다고 분석한다. 도요타는 가속페달이 운전석 바닥 매트에 끼어 급가속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치명적인 문제가 제기돼 전 세계에서 1400만 대를 리콜했다. 그동안 수리 비용으로 3조4800억원(31억 달러)을 썼다. 지난해 10월엔 743만 대를 다시 리콜하기도 했다.



이런 리콜에서 보듯이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리콜 규모가 대형화하는 추세다. 도요타에 이어 혼다도 지난해 9월 이후 283만 대의 리콜을 했다. 포드나 GM도 마찬가지다. 100만 대 이상은 보통이다. 이는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하나의 차체뼈대(플랫폼)로 10개 이상의 모델을 만들면서 부품을 공유화하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플랫폼을 조금씩 늘리거나 줄인 뒤 껍데기 디자인을 바꿔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찍어내는 형태다. 또 저렴한 부품 구입을 위해 한두 개 부품회사에서 대규모로 납품을 받는다. 현대ㆍ기아차는 현재 4, 5개 플랫폼으로 경차부터 대형차, SUV까지 60여 종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형차 플랫폼 하나로 현대차는 엑센트ㆍ아반떼ㆍi30ㆍi40ㆍ투싼을, 기아차는 프라이드ㆍ씨드(유럽형 해치백)ㆍK3ㆍ스포티지ㆍ카렌스 등 모두 10개 이상의 모델을 생산한다. 이런 모델의 연간 판매대수는 전 세계적으로 100만 대가 넘는다. 각 차종에 들어가는 동력장치나 전기전자 부품, 디자인이 비슷한 핸들ㆍ오디오류의 부품은 모두 같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 부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리콜 대수는 10개 차종에 모두 적용된다. 한 번 리콜이 이뤄지면 100만 대를 쉽게 넘어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남석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디자인만 다른 여러 차종을 만들면 규모의 경제효과로 생산단가가 떨어지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일부 부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규모 리콜을 해야 하는 위험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리콜을 품질경영의 고삐를 죄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립라인을 재정비하고 부품업체에 품질 진단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하지만 리콜을 금기시하는 경직된 기업문화에서 나왔다면 보고 체계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그간 리콜이 발생하면 연구소 본부장이나 공장장이 즉각 해임됐었다.



경직된 보고체계 재정비해야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디트로이트 뉴스(3일자)에 따르면 현대차는 2009년에 이미 브레이크등의 불량으로 미국에서 리콜한 바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차는 해당 조립라인을 세 번에 걸쳐 업그레이드했지만 이번에 다시 리콜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이번에 문제가 된 리콜 모델은 해당 조립라인의 업그레이드가 완벽히 이뤄지기 전에 생산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한 가지는 이런 문제가 사전에 발견됐다는 점이다.



현대차 호주법인이 지난해 6월 현지 딜러들에게 보낸 공문에 따르면 당시 브레이크등 스위치 불량이 심각한 것으로 다뤄졌다. 이 내용을 현대차 본사에 알렸지만 내부 보고 과정에서 축소됐거나 묵살됐다면 심각한 문제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 본사가 이 문제를 알고도 10개월간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다면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지난해 11월 호주의 한 언론(News Limited)은 “2012년 6월 현대차 호주법인은 딜러들에게 브레이크등 불량으로 찾아오는 소비자들에게 무상으로 수리해 주라는 대외비 보고서를 냈다”고 보도했다. 호주의 현대차 운전자들이 브레이크등이 안 켜져 경찰 단속에 걸려 벌금을 무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제보를 받고서다. 이 같은 언론 보도가 나가자 호주자동차협회는 “안전과 관계가 크다. 즉각 리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 교통부까지 조사에 착수하자 현대차 호주법인은 지난달 “안전과 관련된 것이 아니니 리콜 대신 무상서비스를 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김태진 기자 t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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