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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과 닮은 미술품, 재태크로 사려면 '이 때'가 적기

게티이미지




미술품 재테크, 투자 타이밍은
미술시장 3년째 바닥 다지기…지금 사 볼까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지난달 말 미국에선 피카소의 초상화 ‘꿈’이 새 기록을 썼다. 헤지펀드계의 거물 스티브 코언이 1억5500만 달러(약 1720억원)에 사면서 피카소 작품 최고가를 경신한 것이다. 역대 미술품 중 둘째로 높은 가격이다. 이 작품 하나만 잘나가는 게 아니다. 미국ㆍ유럽의 미술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침체를 털어낸 지 오래다. 지난해 5월엔 뭉크의 ‘절규’가 뉴욕 소더비경매에서 1억1992만 달러(약 1353억원)에 팔리며 역대 미술 경매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프랑스 미술정보전문업체 ‘아트프라이스닷컴’이 발표한 미술품 가격지수 아트프라이스 인덱스는 2008년 곤두박질친 이후 지난해까지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중순 서울 평창동에서 열린 서울옥션의 올해 첫 메이저 경매. 6000만원이 넘는 미술품에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법안이 발효된 뒤 처음으로 열린 이 경매는 낙찰률 70%, 낙찰 금액 48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달에 열린 경매(낙찰률 77%, 낙찰금액 53억원)보다 10% 정도 거래량이 준 셈이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양도소득세 도입을 감안하면 타격이 그리 크진 않은 셈”이라면서도 “시장이 단기간에 살아나진 못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이 옥션사의 경매 낙찰총액은 403억여원. 미술 투자 붐이 불었던 2007년(953억원)과 비교하면 반 토막에도 못 미친 셈이다.



탈동조화(Decoupling)와 지루한 횡보세, 우량주 쏠림 현상. 국내 미술 시장이 한국만 오르지 않는 주식 시장과 꼭 닮은 모습의 침체를 겪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양도소득세 폭탄까지 터진 올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조심스레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보다 더 떨어질 수 없다. 재테크로 그림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이 살 때”라는 주장이다.



주식 시장 침체와 닮은꼴

국내 미술품 가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크게 떨어진 뒤 L자형 침체를 보인다. 한국아트밸류연구소가 집계한 국내 미술품 가격지수 KAPIX(Korean Art Price Index)는 2007년 293.54에서 2009년 171.95까지 고꾸라진 뒤 2010년 이후 줄곧 180대 초반을 유지한다. 선진국 미술시장의 고가 미술품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메이 모제스’ 미술품 가격지수가 2010년 16.6%, 2011년 11%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증시가 최근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한국 증시만 맥을 못 추는 것과 흡사하다.



실제로 증시와 미술품 가격은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환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미술품 가격 지수가 주식 시장을 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따라간다는 분석이 있었는데 최근엔 그 간격이 좁혀진다”며 “부동산ㆍ주식 같은 자산 가격이 오르면 돈을 쥔 투자자가 부를 과시하면서 재테크도 노릴 수 있는 그림 투자에 나선다”고 풀이했다.



이런 침체 속에서도 일부 유명 작가의 그림은 무섭게 오른다.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만 오르는 쏠림 현상이다. 아트밸류연구소에 따르면 천경자의 작품은 지난 10년 사이 272%, 이왈종의 작품은 149% 올랐다. 가장 작품 값이 많이 오른 10명의 작가를 합치면 지난 10년 가격 상승률은 138%에 달한다. 시장이 침체할수록 위험이 낮은 유명 작가의 작품에만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주식ㆍ부동산 시장이 바닥일 때 상대적으로 유망한 주식이나 지역에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것과 똑같다”며 “위험을 회피하려는 심리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국내 미술 시장이 아직도 부유층의 전유물이라 대중화하지 못한 점도 침체 및 양극화의 원인이다. 소수의 부유층 수집가가 시장을 좌지우지하다 보니 이들이 구매를 멈추면 시장이 확 가라앉는다. 소수 고객에게 고가 미술품을 파는 데 익숙한 화랑들은 신진 작가 양성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미술품 시장이 바닥을 쳤다”고 입을 모은다. 2010년 이후 죽 가격 지수가 큰 폭의 등락을 보이지 않아 사실상 바닥이라는 시각이다. 글로벌 미술 경기가 워낙 좋아 국내 시장만 가격이 끝없이 떨어질 수 없다는 일반론도 가세한다.



좋은 그림 사려면 공부부터 해야

이상규 K옥션 대표는 “초보 수집가라면 지금부터 미술 시장을 공부할 만하다”고 강조한다. 어떤 미술품을 살 것인지, 그 미술품의 적정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를 공부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시장 침체기에는 여유 있게 공부하고 작품을 모을 수 있다. 2007년처럼 미술품 수요가 폭발해 투기까지 가세하면 공부할 여유도 없이 급한 마음으로 작품을 매입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미술관이나 화랑을 자주 찾는 것은 물론 주요 경매를 앞두고 열리는 전시회(프리뷰)도 꼭 참석하라고 권한다. 공부를 하지 않은 채 “미술품은 도대체 적정 가격을 알 수 없다”고 불평해선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옷을 봅시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대개 ‘이 브랜드는 이 정도 한다’고 납득하잖아요. 저절로 그렇게 된 건가요. 아닙니다. 패션 잡지를 보고 백화점을 다니면서 옷값이 어느 정도인지 공부를 했기 때문이에요. 미술품도 그런 노력이 있어야 ‘좋은 품질에 싼 제품’에 대한 안목이 생깁니다.”



호재도 있다. 정부는 기업이 미술품을 구입한 뒤 비용 처리를 할 수 있는 한도를 현행 3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업이 미술품 수집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거란 기대다. 백다현 서울옥션 홍보 담당은 “최근 일부 얼룩진 사건으로 인해 기업의 미술품 구매가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로 비춰져 수요를 크게 위축시켰다”며 “법이 개정되면 기업이 좀 더 투명하게 매입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품을 사들일 땐 투자 규모를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단기간에 가격이 상승한다는 보장이 없고 ▶환금성이 떨어지며 ▶사고파는 비용이 꽤 든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여유 자금으로만 투자하고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 묵혀둔다는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 그림값 이외에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초보 수집가들이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경매에서 작품을 낙찰받는 경우 낙찰가의 10%를 수수료로, 이 수수료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낸다. 팔 때도 수수료를 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올해부턴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 그림이라면 차익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국제 아트페어 출품 작가에 주목하라

전문가들은 미술품을 살 때 ‘본연의 목적’을 충실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술 감상은 뒷전인 채 부동산 투기처럼 값이 오르기만을 노려 매입해선 안 된다는 충고다. 이상규 대표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일 때 거래에 나서는 실수요자처럼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값이 오르지 않아도 내가 살기 좋은 집이니 투자한다’는 식이다. 그는 “미술품은 일단 감상의 대상이다. 오르지 않아도 소유하고 본다는 즐거움만으로 돈이 아깝지 않아야 후회 없는 투자를 할 수 있다”며 “이런 수집가만이 가격 등락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 투자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보고 즐기는 가치가 우선이지만 경제적 수익도 얻고 싶다면 작가 선별의 요령이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넓은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은 작가인가 하는 것이다. 이학준 대표는 “아시아권 아트페어에 출품해 반응이 있는 작가들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 시장의 수요까지 늘 가능성이 커 소장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 저렴한 온라인 경매

중요한 건 첫 구매다. 화랑이나 경매 모두 초보 수집가들에겐 심리적인 문턱이 높다. 대부분의 화랑이 입장료를 받지 않고 경매 역시 프리뷰는 물론 경매장 참석까지 무료인데도 그렇다. 프리뷰에 참석하면 상주하는 큐레이터로부터 작품 설명을 꼼꼼히 들을 수 있다.



혼자 화랑을 다니기가 부담스럽다면 지인들과 ‘미술계(契)’를 조직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국아트밸류연구소를 운영하는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지인 11명과 함께 매달 한 차례씩 만나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구입하는 계를 만들었다. 한 달에 각자 내는 ‘곗돈’은 20만원. 화랑 측에 “200만원대 작품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해 함께 작품을 감상한다. 이를 구입하고 싶어하는 이가 나서면 그달의 곗돈을 모아 구입하는 식이다. 최 교수는 “미술 세계를 더 알고 싶지만 몰라서, 시간이 없어서 망설이는 지인이 많아 모임을 시작했다”며 “반응이 좋아 2년째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경매에 참여하기가 부담스럽다면 온라인 경매도 방법이다. 서울옥션ㆍK옥션 등 주요 경매주관사는 한 달에 한 번 안팎으로 온라인 경매를 연다. 비교적 싼 가격의 신진 작가 작품이 대부분이다. 경매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데다 경매 현장의 분위기에 휩쓸릴 일도 없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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