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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골퍼들이 LPGA 레즈비언 몰아냈다"

지난해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LPGA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유선영이 관례대로 18번 홀 그린 옆 호수로 뛰어들고 있다. 작은 사진은 로지 존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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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를 지배했던 레즈비언들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로스앤젤레스에서 팜스프링스로 오는 길목인 코첼라 계곡에는 풍력발전기 수천 개가 있는 윈드밀 팜이 있다. 그만큼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다.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은 저마다 메이저 우승의 꿈을 안고 수천 개의 바람개비가 도는 계곡을 넘어 온다.



 나비스코 챔피언십이 열리는 4월 첫 주엔 여성 동성애자를 태운 승용차들이 코첼라 계곡을 메운다. 콜로라도강의 물을 끌어와 사막에 세운 휴양지인 팜스프링스는 LPGA 첫 메이저대회가 열리는 여자 골프의 메카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레즈비언 축제의 도시이기도 하다.



 왜 골프의 잔칫집 근처에서 레즈비언 축제가 함께 열릴까. 여성 골프와 레즈비언은 오랜 관계가 있다. 1990년대 미국의 한 방송사 골프 해설자는 “LPGA 선수 중 40%가 레즈비언”이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과장된 말이었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니었다.



 미국의 골프 저널리스트 론 사이락은 “LPGA 투어는 1950년 창립 때부터 줄곧 ‘레즈비언 선수가 주류’라는 수군거림을 들어왔다. 실제 LPGA투어의 많은 위대한 선수가 레즈비언이었다”고 했다. LPGA는 Ladies Professional Golf Association의 약자가 아니라 실제는 Lesbian Professional Golf Association의 약자라는 비아냥도 있다. 대부분의 동성애 선수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하지 않았다. 커밍아웃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스폰서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게 사이락의 견해다. 사이락은 10년 전 “테니스의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처럼 LPGA 투어의 레즈비언들도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해야 한다. 이제 사회는 그것을 용납할 준비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래도 공개한 선수는 극소수다.



 유명 선수 중 동성애 사실을 공개한 사람은 패티 시한(56)이 있다. 메이저 6승 등 투어 35승을 기록한 그는 공식적으로는 커밍아웃하지는 않았으나 “내 파트너와 나는 아이들을 입양했다”고 말해 동성 결혼을 인정했다. 공식적으로 커밍아웃한 선수도 있다. 투어에서 13승을 기록했으며 미국과 유럽의 여자 골프 대항전 솔하임컵 주장을 역임한 로지 존스(53)는 2004년 나비스코 챔피언십 직전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그리고 그는 나비스코 챔피언십에 올리비아라는 로고가 달린 모자를 쓰고 나왔다. 이 회사는 동성애자를 주고객으로 삼는 여행사다.



 한국 선수들이 진출하기 전 LPGA 투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머핀 스펜서-데블린과 산드라 헤이니도 레즈비언이라고 밝힌 골퍼들이다. 특히 헤이니는 테니스 스타인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의 연인으로 유명했다. 과거 LPGA 투어 대회에 가면 선수를 따라다니는 여성들을 보기 어렵지 않았다고 나이 지긋한 골프기자들은 회고한다.



 투어의 흐름이 바뀐 것은 한국 선수들이 대거 입성하면서부터다. 한국 선수들로 투어가 물갈이되면서 많은 고참 선수가 밀려났다. 그중 상당수가 동성애자였다. 그래서 그들은 한국 선수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반대로 동성애에 비호의적인 미국의 골프관계자들은 “LPGA에서 레즈비언을 몰아낸 것은 한국 선수의 업적”이라고 말한다.



 현재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 중에도 동성애자가 남아 있다. 재미교포인 크리스티나 김은 자신의 책 『Swinging from my heels』에서 “선수 중 동성애자의 비율은 10% 정도다. 일반인 중 레즈비언의 비율과 비슷하다”고 했다.



 일반인 중 동성애자의 비율이 10%라는 말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 40명 선인 한국 선수 중에서는 레즈비언이 없기 때문에 실제 서양 선수 중 레즈비언의 비율은 이보다 높은 것으로 보인다. 현역 유명 선수 중에서는 A선수가 동성애자로 알려졌다. 그는 지금은 은퇴한 동료 선수 B와 파트너 관계였다. 대회 기간 중 두 선수가 갈라서면서 A선수가 기권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버린 일도 있다.



 레즈비언 세계에도 LPGA 투어의 흔적이 남아 있다. 나비스코 챔피언십 대회장소인 팜스프링스에서 대회와 동시에 열리는 ‘다이나 쇼어 위크(Dinah Shore Week)’ 축제가 그것이다. 다이나 쇼어 위크는 그냥 줄여서 다이나라고도 불린다.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은 가수·영화배우·TV 진행자 등으로 활동했던 다이나 쇼어(1916~94)가 만들었다. 다이나 쇼어는 팜스프링스에 살았고 골프를 좋아했다. 72년 치약 등을 만드는 콜게이트의 후원을 받아 콜게이트 다이나 쇼어 위너스 서클이라는 LPGA 대회를 만들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가 동성애자의 메카가 됐지만 70년대 팜스프링스는 남성 동성애자의 해방구 같은 곳이었다고 전해진다. 팜스프링스에서 여자 대회가 열리자 여성 동성애자들도 용기를 내 팜스프링스를 찾기 시작했다. 낮엔 골프 경기를 관람하고 저녁에 파티를 하는 것이 축제의 기원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다이나 축제가 커지자 쇼어는 공식적으로 동성애 축제는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다이나 쇼어는 프랭크 시내트라·버트 레이놀즈·시드니 셸던 등 많은 남성과 로맨스를 나눈 이성애자다. 그러면서 골프와 레즈비언 축제는 서서히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LPGA도 동성애 축제를 부담스럽게 생각했다. LPGA는 같은 도시에서 열리는 레즈비언 파티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연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패키지 티켓 할인도 없다. 레즈비언들이 몰려올 경우 에티켓을 중시하는 골프 대회의 갤러리들과 어울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대회와 상관없이 동성애 축제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팜스프링스에서는 동성애자들의 뮤직 페스티벌, 수영장 파티, 코미디 쇼, 스포츠 게임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밀러 맥주, MTV 등이 후원도 하며 레이디 가가 등 수퍼스타들이 공연을 한다. 소수자 인권을 위한 행사와 더불어 여성들 간의 진흙 씨름, 수영장 누드 파티 등 섹슈얼한 이벤트도 열린다. 라이나 쇼어라는 이름의 하루짜리 아마추어 골프 대회도 열린다. 다이나 쇼어의 이니셜 D 대신 레즈비언의 앞자 L을 쓴 대회다.



 미국 전역뿐 아니라 유럽·호주는 물론 남미·일본·남아공에서도 동성애자들이 참가한다. 팜스프링스 관광청에 의하면 다이나 축제에는 1만5000명 정도의 여성 동성애자가 모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제 골프와 레즈비언 축제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다이나 쇼어는 94년 세상을 떴다. 2000년 대회 이름에서 다이나 쇼어라는 이름이 사라졌다. 이후 크래프트 나비스코가 타이틀 스폰서가 됐다. 다이나라는 이름을 뗀 나비스코 챔피언십은 다이나 축제를 외면하고, 다이나 축제는 ‘LPGA가 우리를 원하지 않는데 우리가 왜 거기에 가느냐’라는 태도다.



란초미라지(미국 캘리포니아주)=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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