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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장식 … 미묘한 차이 언뜻 보면 제품, 잘 보면 작품





도쿄에서 열린 샤넬 오트 쿠튀르 전시 가보니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제품과 작품, 그 미묘한 차이가 옷에서도 갈린다. 대량 생산돼 어디서나 팔리는 기성복이 전자라면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라 불리는 고급 맞춤복은 후자에 가깝다. 귀한 소재로 수백 시간 공들여 완벽함을 기하는 작업 과정을 거치는데다 여느 예술작품처럼 ‘희소성’도 지닌다. 아무나 만들 수 없고 아무나 살 수 없는 옷, 그게 바로 오트 쿠튀르다.



3월 21일과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샤넬의 오트 쿠튀르 프레젠테이션은 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컬렉션이 끝난 뒤 주요 세계 도시를 돌며 기자·VIP들에게 의상을 다시 보여주는 행사로, 샤넬은 오트 쿠튀르를 선보이는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이런 투어를 한다. “오트 쿠튀르야말로 가까이에서 봐야 공들여 만든 가치를 가장 잘 알 수 있고, 또 브랜드의 정체성이 가장 드러나는 의상이기 때문”이라는 게 브랜드 측 설명이다.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패스트 패션’이 대중화된 요즘, 장인의 전통기술로 만든 오트 쿠튀르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그 궁금증을 확인하기 위해 중앙SUNDAY가 도쿄로 날아갔다.



한땀 한땀 뜬 꽃자수 … 40시간 공 들여 하나 완성



21일 도쿄 긴자의 샤넬 플래그십 매장 쇼룸. 운영 시간이 끝나가는 오후 5시가 되자 작은 이벤트가 벌어졌다. 올 1월 파리에서 열렸던 2013 봄·여름 오트 쿠튀르를 다시 선보이는 ‘미니 캣워크’다. 컬렉션 의상 69벌 중 추려낸 25벌을 모델들이 입고 나와 포즈를 취했다. 꽃과 초목, 숲속을 모티브로 한 의상들이었다. 이들이 눈앞에서 찬찬히 머물며 지나가는 사이, 파리 본사의 PR 담당자가 옷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들려줬다.



“이 꽃자수 하나를 만드는 데만 40시간이 넘게 걸리죠.” “이 드레스에는 손으로 놓은 스팽글(반짝이는 얇은 장식)이 1만7000개쯤 돼요.” “러플(천을 덧대 만든 주름) 폭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넓어지는 거 보이세요? 반대로 가슴 위로는 러플 방향이 위로 뻗어있죠.”

모두 눈앞에서 보지 않았다면 놓쳤을 세밀함이었다. 가령 행사 전 사진으로 봤을 땐 검정 이브닝 드레스의 꽃무늬는 흔한 프린트에 가까웠다. 하지만 실제 보니 한쪽 팔에만 142개의 시퀸이 모자이크 하듯 빈틈없이 붙여져 있었다. “오트 쿠튀르 의상은 절대 사진만 보고 평가해선 안 된다”고 했던 발표자의 호언은 과장이 아니었다.



오간자 튤(실크·면 등을 그물처럼 만든 것)을 3겹으로 겹쳐 3D 효과를 낸 이브닝 드레스, 샤넬의 상징인 트위드 소재에 자수를 추가한 원피스, 한 땀 한 땀 레이스를 떠서 만든 롱부츠 등이 나올 때마다 “어머”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베이지·하늘색·연분홍 등 트위드 원피스는 기성복 디자인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드레스에 비하자면 평범하다고까지 해야 할까. 하지만 발표자의 설명은 달랐다. “오트 쿠튀르에서 일상복이냐 파티 드레스냐는 중요치 않아요.” 그러면서 트위드 의상들의 어깨 부분을 가리켰다. 이른바 ‘프레임 숄더(framed shoulder)’였다. “마치 재킷 칼라가 뒤로 넘어가 어깨에 걸친 듯한 모양이죠. 그런데 이걸 만들기가 쉽지 않아요. 너무 눕혀져 있어도 세워져 있어도 그 효과가 안 나니까요. 정확히 원하는 느낌을 살리는 것, 이게 바로 오트 쿠튀르가 된 이유예요.”



맞춤 주문 뒤 석 달 지나야 완성



브랜드 측은 ‘공정 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으로 가치와 자부심을 드러냈다.



“칼 라거펠트(샤넬 수석 디자이너)가 컬렉션 6주 전쯤 스케치를 그려 작업장에 보내죠. 작업장에선 분과별로 일을 나눠요. 플루(Flou)라는 두 개 분과는 실크·오간자·모슬린처럼 가벼운 소재로 만드는 옷(주로 드레스·이브닝 가운)을, 나머지 한 개 분과(타일뢰르·Tailleur)는 트위드·가죽·모 같은 무거운 소재의 의상을 만들죠. 보통 한 컬렉션에 50~70벌을 만드는데 100여 명이 필요해요.”



일단 스케치에 따라 아마포로 만든 뒤 라거펠트에게 보내고, 이것이 통과되면 실제 옷감을 써서 완성한다. 각종 장식물은 파리의 공방들에서 제작된다. 샤넬의 경우 자수·깃털·모자·구두·장갑 등 공방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모델에게 입혀 라거펠트에게 ‘검사’ 받는 건 한참이 지나서다. 이때 모델들은 하루에도 몇 시간씩 서서 포즈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절차를 거치다 보면 슈트 한 벌에 평균 200시간, 자수 장식이 필요한 이브닝 드레스엔 적어도 250시간 이상이 걸린다. 웨딩 드레스라면 이보다 훨씬 정교해야 하기 때문에 800시간이 필요한 게 보통이다.



프레젠테이션 이후 고객의 요청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최소 석 달이 지나야 비로소 완성품을 받아 볼 수 있다. 고객의 입장에선 너무 늦을 수도 빠를 수도 있는 기간. 하지만 제작 과정이 정해져 있어 이를 단축하긴 힘들다. 파리의 장인들이 직접 고객을 찾아가 수치를 재고, 고객 체형과 같은 모형틀을 만들고, 아마포로 옷을 제작한다. 이후 고객을 다시 방문해 입혀 보고 수치가 맞는지 확인한 뒤에야 진짜 재단·봉제·짜임을 한다. 장식을 붙이는 과정도 컬렉션 제작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오랜 기다림을 참고 사 입는 고객은 얼마나 될까. 샤넬 측은 “전 세계 고정 고객이 1000명쯤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로 유럽과 미국에 몰려 있지만 최근엔 아시아에서도 찾는 이가 늘고 있다고. 2011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처음 중국 고객이 등장했고, 일본에선 지난 가을·겨울 컬렉션에 첫 주문이 들어왔다고 한다.



‘오트 쿠튀르’ 자격 갖춘 브랜드는 17곳뿐



1858년 나폴레옹 3세 왕비의 의상을 담당하던 샤를 프레데리크 워스가 드레스 발표회를 연 것이 오트 쿠튀르의 시초다.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고 고객에게 맞춤 주문을 받는 형식은 1930년대 전성기를 맞았다. 샤넬은 물론 폴 푸아레, 엘자 스키아파렐리 등이 이 시기에 활동했다. 이후 1940~50년대엔 이브생 로랑, 크리스찬 디올, 피에르 카르댕 등의 디자이너들이 귀족 상류층을 주 고객으로 삼아 오트 쿠튀르의 꽃을 활짝 피웠다.



오트 쿠튀르라는 말은 쉽게 붙일 수 있는 수식어가 아니다. 파리 고급의상점조합이 규정한 규모와 조건을 갖춰야 한다. 가령 고정 고객이나 개인 고객을 위한 의상을 한 벌 이상 포함해 반드시 제작해야 하고, 파리에 거점을 둔 작업실에서 15명 이상의 전문 기술을 가진 직원을 고용하고 있어야 하며, 1년에 두 번 열리는 매 회 패션 쇼에서 적어도 35벌 이상의 수작업 창작 의상을 발표해야 한다. 또 월급을 받는 직원이 최소 20명 이상, 컬렉션 무대에 서는 모델도 25명이 넘어야 한다. 이 깐깐한 조항을 맞추는 디자이너 브랜드는 단 17곳(리스트 참조).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기성복 라인도 함께 제작한다.



현재 오트 쿠튀르 브랜드의 숫자는 점점 줄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사양 분야’로 볼 수는 없다. 트렌드를 결정지을 만한 디자인의 디테일과 소재, 그리고 패션이 예술로 계승되는 정신은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19세기 상류 프랑스 전통을 이어가는 홍보대사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오트 쿠튀르의 위상이다.



도쿄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샤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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