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가면 쓰고 집단 성관계…" 성접대 의혹 2주만에

#등장 인물 : 사업가, 사회 고위층, 사업가의 내연녀, 접대 여성 등



선정성에 사회 매몰된 2주
대가성 등 범법 행위보다 환각파티 등에만 관심 집중
SNS선 근거 없는 리스트 “익명성 기반한 인격살해”

 #장소 : 강원도의 외딴 호화 별장



 #스토리 : 업자가 공사 수주 등 이익을 위해 유력 인사를 성접대했다는 의혹



마약탐지견 동원 별장 압수수색 경찰이 31일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건설업자 윤모씨의 별장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이날 수색에는 마약탐지견까지 동원됐다. 윤씨가 이곳에서 성접대 등 향응을 제공하고 마약파티까지 벌였다는 제보에 따른 것이다. [뉴시스]


 최근 불거진 강원도 건설업자의 성접대 의혹 사건은 경찰 수사라기보다는 영화 스토리처럼 전개되고 있다. 류승완(40) 감독은 이 사건에 대해 “영화보다도 영화적 요소를 더 많이 포함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는 자신의 영화 ‘부당거래’에서 현직 경찰관과 검사, 검사 스폰서(기업인)가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은밀한 뒷거래를 하는 내용을 담았다. 류 감독은 “실제 이 사건을 증폭시킨 주범은 우리 사회에 내재된 왜곡된 성의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이미 성적으로 개방돼 있지만 도덕적·윤리적 문제를 다룰 때면 여전히 유교적 잣대를 들이댄다”며 “이렇게 억눌린 욕구가 성적으로 일탈된 주제(성접대)를 만나면 더 선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고 풀이했다.



 이 사건에 관련된 시중의 첩보를 수집해 온 경찰청은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한 지 나흘 만인 지난달 18일 “내사를 하고 있다”고 전격 공개했다. 정식 수사 단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선정적인 보도가 경쟁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건 관계자인 여성사업가 권모(52)씨와 ‘늦깎이 여대생’ C씨, 대부업자 P씨 등의 인터뷰가 여과 없이 방송을 탔고 신문 지면에 실렸다. 이 과정에서 의혹의 중심에 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사실 여부를 떠나 공직 수행이 불가하다 생각한다”며 지난달 21일 전격 사퇴했다. 일각에선 “마약을 이용한 환각파티와 가면을 쓴 집단 성관계가 있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까지 제기됐다.



 증권가 정보지인 일명 ‘찌라시’에도 그럴듯하게 가공·포장된 건설업자 윤모(52)씨의 ‘성접대 리스트’가 떠돌았다. 수사 중인 경찰에서 확인된 이름도 아닌데도 여러 개의 버전으로 리스트가 돌았다. 이 중엔 성씨가 잘못 기재된 것도 있고 이름과 직책이 뒤바뀐 것도 있다. 그러나 전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은 카카오톡·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 리스트에 오른 ‘○○○ 고위공직자와 ○○○ 국회의원, ○○○ 병원장, ○○○ 전 경찰청장’ 등은 사실 여부를 떠나 이미 여론재판을 받고 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세대 류석춘(58)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은 일탈된 성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집단적 관음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인 ‘성접대의 대가성 및 범법 행위’ 자체보다 ‘마약을 이용한 환각파티’ ‘집단 성행위’ 등 자극적인 의혹에 사회적 관심이 매몰되고 있다는 것이다.



 관동대 의대 김현수(47)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익명성의 그늘 아래 자행되는 ‘인격살인’이 이번에도 목격됐다”며 “이는 자신이 올린 정보가 확산되는 것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권력심리와도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인 ‘박시후 피소 사건’의 고소 여성은 네티즌 수사대의 ‘신상털기’로 신분이 노출됐다. 처음엔 연예인 지망생으로 모든 언론에서 익명으로 다뤘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인터넷엔 그녀의 이름과 사진, 학력까지 나돌았다. 이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는 그녀의 지인들의 얼굴까지 여과 없이 노출됐다. 심지어 고소 여성이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확인 안 되는 소문까지 부풀려졌다.



 ‘성추문 검사’ 사건과 관련된 피해 여성의 사진 역시 무단으로 인터넷에 유포됐다. 피해 여성은 남편과 아이가 있는 가정주부였다. 하지만 인터넷과 SNS를 통해 무책임한 ‘퍼나르기’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사진 유출과 관련해 검사 5명에 대해 최근 징계가 청구되기도 했다.



 충남대 김재영(45)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일부 언론도 눈길을 끌 수 있는 자극적인 인터뷰와 성접대의 내용에 치중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범죄 보도는 어느 측면이든 선정적인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번 사건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우리 사회가 범죄 혐의 소명이라는 본질에 접근할 수 있도록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호진·민경원 기자



[관계기사]



▶“경찰, 결정적 물증 없이 혐의 공개 … 기본 안 지킨 수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