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김진의 시시각각] 자격심사라는 코미디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이석기·김재연은 지난해 3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으로 후보가 됐다. 그리고 유권자 선택을 받아 의원이 됐다. 그해 5월 30일 임기가 시작됐으니 의원 신분이 10개월이 넘었다. 그런데 최근 이들이 자격이 없다며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자격심사를 청구했다. 3분의 2 표결로 제명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옳은 것인가.



 두 당은 통합진보당 경선이 부정선거였으니 이·김은 의원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다. 정당법과 공직선거법은 정당의 공천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통합진보당이 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경선이 부정선거인 건 사실이다. 당 자체 조사와 검찰수사에서 확인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김의 책임 부분이다. 수사 결과 462명이나 기소됐지만 정작 이·김은 무혐의로 빠졌다. 정치적으로 봐도 부정선거 책임은 당 지도부에 있지 이·김이 아니다. 이·김은 부실한 제도로부터 혜택을 보았을 뿐이다.



 그런데 무슨 근거로 이·김을 제명하겠다는 것인가. 비례대표 경선이 문제라면 이런 ‘엉터리 당 지도부’가 진행한 전략 공천은 괜찮나. 전략 공천으로 당선된 다른 비례대표 의원들은 자격에 아무런 문제가 없나.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 경선이 ‘공천의 민주성’을 어겼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먼저 민주성을 파괴한 이는 자신들이다. 2008년 3월 이명박 그룹은 한나라당 공천을 난도질했다. 밀실에서 공천을 주물러 박근혜 세력을 대거 탈락시킨 것이다. 당시 박근혜 의원은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분노했다. 이는 정당사상 가장 비민주적인 공천이었다. 그렇다면 이 공천으로 금배지를 달았던 의원들은 자격이 있는가.



 민주당은 지난 총선 때 통합진보당과 연대했다. 통합진보당이 상당 지역에서 후보를 내지 않아 민주당은 더 많은 당선을 기록했다. 당시 통합진보당 내에선 부정선거가 진행되고 있었다. 민주당은 부정선거 세력과 ‘묻지마 단일화’를 한 셈이다. 이것은 민주적인 공천인가. 민주당은 “우리는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혜택을 받았다. ‘결과적 혜택’은 이·김과 마찬가지 아닌가.



 새누리당이 이·김을 공격하는 건 그들이 ‘종북 혐의 세력’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아니면 아무리 경선부정이라 해도 이런 무리수를 두진 않을 것이다. 사실 이석기 의원 같은 경우 종북 전력이 심하다. 주사파 지하정당 활동으로 징역도 살았다. 하지만 종북 혐의는 그만이 아니다. 통합진보당 자체가 여러 종북주의적 노선을 취하고 있다. 국고 보조를 받으면서도 당 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다. 이런 정당과 의원들에게 세금을 바친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이 분노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김은 합법적으로 선출된 헌법기관이다. 종북 혐의자라 해도 그들에 대한 대처는 법률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헌법에는 정당해산심판이란 제도가 있다. 통합진보당이 헌법이 규정한 민주적 기본질서를 어긴다고 판단하면, 새누리당은 정부를 움직여 헌법재판소에 해산을 청구하면 된다. 그게 정정당당한 방법이다.



 해산심판 대상이 안 되면, 새누리당은 이를 악물고 이·김과 통합진보당을 받아들여야 한다. 애당초 ‘공천의 민주성’을 유린한 건 새누리당이다. 그런 당이 정작 법적 책임이 없는 이·김에게 왜 칼을 들이대나. 근거도 엉성하지만 시점도 비겁하다. 대선 때는 논란을 피하려 침묵하더니 엉뚱하게 지금 꺼내 들고 있다. 이번 정부조직개편 파동 책임을 모면해 보려는 꼼수다.



 정작 자격심사가 필요한 이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지도부다. 소꿉장난 같은 정부조직개편 소동으로 날을 새우더니 이제는 이성과 원칙을 유린하면서 동료 의원 정치생명을 상대로 장난을 치고 있다. 이게 2013년 한국 국회의 수준이다. 이런 국회로 대한민국은 북한의 핵 도발에 대처해야 한다. 바윗덩이가 가슴을 누른다.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