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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221> 각국의 정치분야 싱크탱크

이소아 기자
반값등록금, 기초노령연금, 4대 중증질환 보장….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실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공약 정책들은 상당수가 박근혜 대선 후보의 싱크탱크(Think Tank) 국가미래연구원이 만들었습니다. 정치 분야 싱크탱크는 어느 나라 막론하고 큰 역할을 합니다. 한국과 미국, 독일을 중심으로 정치분야 싱크탱크의 트렌드를 살펴봅니다.



뉴딜정책·마셜플랜 개발 … 남아공·브라질 정치 역정 함께해

이소아 기자



‘싱크탱크’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에서 만들어진 용어다. 전쟁이라는 엄중한 시기에 똑똑하고 통찰력 있는 전문인력들을 전쟁조직에 편입하면서 ‘탱크(tank)’란 이름이 붙었다. 이후 ‘정부나 의회의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책연구기관’이란 뜻으로 통한다. 중요한 건 ‘싱크탱크’의 활동 범위다. 일반적 연구 기관과 달리 학술적 연구·분석에서 나아가 사회 현실과 그 속에서 발생하는 변수들, 그 변수가 미칠 결과까지 감안해 당면 현안의 ‘해결책’도 제시한다.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정치권이 신뢰받는 싱크탱크를 통해 유권자들의 표를 얻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가 2011년에 이어 2012년에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싱크탱크로 선정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이 발표한 ‘2012년 세계 싱크탱크 보고서’는 전 세계 182개국 6600여 개 싱크탱크를 대상으로 순위를 매겼는데, 브루킹스는 우수한 연구 실적으로 미국 정부 정책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9년 12월 8일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연설하는 모습. [중앙포토]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1916년에 세워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싱크탱크다. 설립자는 미국의 기업가인 로버트 브루킹스. 주로 민주당계 인사들이 참여해 진보적 정책을 다루며, 그 결과가 가장 많이 인용돼 영향력 또한 가장 큰 싱크탱크로 꼽힌다. 1930년대 뉴딜정책과 유엔 탄생, 마셜플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굵직굵직한 정책 아이디어를 생산해 낸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브루킹스의 열렬한 팬이다. 그러나 정작 브루킹스는 비당파(nonpartisan)를 자처한다. 브루킹스의 3대 원칙은 ‘독립성, 영향력, 수준 높은 연구’. 특정 정당의 이념이나 이해관계를 따르지 않고 독립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유권자들이 당파를 떠나 자신과 나라를 위한 정책을 선호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배경도 있다. 60년대 미국의 린든 존슨 대통령(민주당)은 브루킹스를 방문, “만약 브루킹스가 없었다면 내가 브루킹스를 만들었을 것”이라며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이 일을 계기로 ‘브루킹스=민주당 싱크탱크’라는 인식이 심어졌고 연구소의 독립성과 신뢰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런 시선들 속에서도 브루킹스는 성향이 다른 학자들을 함께 연구하게 하고, 연구소 출신의 행정부 참여를 만류하는 등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다. 연간 수백억원의 예산을 ‘많은 수의 기업에서 조금씩’ 기부받는 것도 독립성을 지켜가기 위한 방법이라고 한다.



●헤리티지재단(The Heritage Foundation) 브루킹스연구소보다 반세기 이상 늦게 출범했지만 발전상은 화려하다. 1년 예산만 900억원(2011년 기준)이 넘는다. 브루킹스가 특정 정당(민주당)과의 거리를 두려는 반면 헤리티지는 보수주의와 공화당 성향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1973년 이 재단을 만든 맥주재벌 조셉 쿠어스(Coors) 사장은 당시 정부가 시장규제를 늘리고 기업에 높은 세금을 매기며 노동자·소비자를 보호하는 게 너무 반기업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 앞으로 10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정책자료집을 보냈다. 책 제목은『리더십을 위한 필수사항(Mandate for Leadership)』. 레이건 정부는 이 중 약 60%를 채택했다. 헤리티지는 이후 공화당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부 요직에 재단 출신 인사들을 앉히고, 공화당 의원들에게 연간 수백 편의 정책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원을 졸업한 정도의 젊은 연구원들은 학회논문이 아닌, 현장 보고서를 만든다. 작성의 3대 원칙은 간결성·명료성·시의성. 83년 9월1일 대한항공 여객기가 소련 공군에 격추되자 재단은 48시간 만에 한·미 관계, 미·소 관계, 국제 항공업계에 미칠 파장 등을 분석한 보고서를 뿌렸다. 분량은 20쪽 내외. 정책 결정자들이 출장 등을 마치고 워싱턴의 레이건 공항에 도착해 시내까지 차를 타고 오는 15분 동안 읽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헤리티지는 1년에 5만원 정도를 내는 소액 기부가 전체 예산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개인 후원자 기반이 탄탄하다. 전 예산의 절반을 마케팅과 후원자 확보 캠페인에 쓴 결과다.



 독일 정당들이 세운 ‘정치재단’은 그 자체로 독일을 대표하는 싱크탱크다. 하나같이 정당과 거리를 두고 공익 재단으로서 자율 운영된다. 국고 지원금과 다양한 공적 기금을 받는 만큼 정당의 이념과 가치에 바탕을 두되 특정 정당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대신 각종 세미나와 토론회 등 전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교육을 중시한다. ▶시민 정치교육 ▶청년지도자 육성 ▶국제협력이 독일 싱크탱크의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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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라드 아데나워재단(Konrad Adenauer Foundation) 1964년 독일 초대 총리인 콘라드 아데나워를 기리기 위해 설립된 기독교민주당(기민당) 산하의 싱크탱크다. 기민당은 현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정당이다. 재단 건물의 길 건너편에 메르켈 총리 관저가 있다. 그러나 기민당을 지원할 수 없다. 만약 메르켈 총리가 당수 자격으로 ‘이런 저런 현안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 주세요’라고 요청한다면 ‘죄송합니다’ 하고 거절해야 한다. 다만 재단 안에는 기독교 민주주의 이념을 성찰하고 그 역사를 연구하는 독립 부서가 있어 싱크탱크의 정체성을 되새긴다. 재단의 지향점은 ▶사회적 시장경제 ▶민주주의와 인권가치의 확산이다. 정책자문국에선 이 가치에 기반해 정책을 만드는데 크게 내무, 사회·정치, 경제, 외교 등 4대 정책영역으로 나누어져 각각 수많은 현안·주제를 다룬다. 학술행사와 문화행사를 활발히 하는데 ‘아데나워재단 문학상’ ‘지방 저널리스트상’ 등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아데나워재단 한국사무소가 있다.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Friedrich Ebert Foundation) 1925년 창립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 싱크탱크다. 바이마르 공화국 초대 대통령을 지낸 노동운동가이자 사회민주주의 정치가인 프리드리히 에버트의 유언에 따라 만들어졌다. 에버트 재단의 특징은 정책 생산보다 정책의 유통에 더 주력한다는 점이다. 독일 전역에 정치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정책 내용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정치 세미나를 연다. 특히 이 아카데미에선 정당, 이익단체, 시민단체 등에서 일하는 범 정치인을 대상으로 조직관리, 자기관리, 의사소통법 등 고급 정치교육을 실시한다. 또 하나, 에버트의 해외지부는 현지 전문가 네트워크가 강력하고 국제협력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가 몰락하고 민주화되는 과정, 브라질 노동당(PT)과 그 당수인 룰라 다 시우바의 정치적 성공 등에 기여했다. 한국의 민주화와 노동운동 성장 과정에도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가 힘을 보탰다. 최근 한국노총과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는 올 상반기 내에 ‘비정규직 문제 해결 국제세미나’를 열기로 했다.



●여의도 연구소(여연) 1995년 설립한 한국 정당·정책 싱크탱크의 효시다. 당시 민자당 총재였던 김영삼 대통령의 세계화 정책의 일환이었다. 지금도 새누리당의 공식적인 싱크탱크다. 그러나 그동안 당파적 경쟁 속에서 단기 현안 대응에 급급하거나 선거 여론조사 분석에 치중해 왔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선진국형 정당 싱크탱크’를 목표로 개편에 착수했다. 가장 절실한 것은 운영의 자율성과 재정 자립성이다. 새누리당은 이를 위해 정당 산하 정책연구소가 기부금을 받을 수 있게 정치자금법을 고치고 연구인력도 20명에서 1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한 시민정치교육을 위한 ‘여의도 아카데미’를 창설하고 해외지부를 설치하는 등 선진국의 정당·정책 싱크탱크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다.



●국가미래연구원(국미연) 2010년 출범 이후 ‘박근혜 싱크탱크’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녔지만 2년여 만에 홈페이지(www.ifs.or.kr)를 공개하고 ‘독립적 정책 싱크탱크’를 선언했다. 성향은 개혁적 보수가치를 기반으로 하지만 철저하게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특히 국미연은 미국 헤리티지재단 모델과 테드(TED:기술·엔터테인먼트·디자인) 강연을 벤치마킹해 시의성 있는 정책의견을 짧고 간결한 보고서와 동영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그때 그때 이슈가 되는 국가현안과 관련해 3분짜리, 15분짜리 동영상이 내걸리는데 교수와 연구원, 기업인 등 200명이 넘는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강연자로 나섰다. 또한 국민들의 ‘체감 정치온도’를 객관적인 수치로 뒷받침하기 위해 3개월마다 행복지수, 민생지수, 안전지수를 개발해 제시한다. 특정 정당이 아닌 시민과 소통하며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특징을 살리고자 경비도 회원들의 회비와 소액 다수 후원인들의 후원금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민주정책연구원 지난 2008년 8월 과거 열린우리당의 ‘한반도전략연구원’과 옛 민주당의 ‘국가전략연구소’를 통폐합해 만들었다. 정책연구원은 민주당에 과도하게 예속돼 연구원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정책연구원장 자리가 ‘검찰총장’에 비유될 정도다. 검찰총장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법적 임기가 남아도 자진사퇴하듯 연구원장의 거취가 민주당 지도부에 따라 결정되는 현실을 꼬집은 말이다. 심지어 연구방향도 당 지도부에 따라 2009년엔 중도개혁성향으로, 2011년엔 진보성향으로 출렁였다. 이런 지적에 따라 최근 연구원 쇄신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연구원이 인사독립·재정독립을 이룰 수 있도록 연구원장 임기를 2년으로 보장하고, 국고보조금을 당을 통하지 않고 직접 받을 수 있도록 명시하는 법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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