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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뚝딱 트럭으로 옮겨 층층이 쌓으니 3층짜리 원룸!

1 포스코 A&C 공장, 공장 건물 또한 모듈 건축물이다.
현대인의 삶은 이동하고 있다. 모든 정보가 빛의 속도로 전달되는 순간 지구 전역에서는 돈이, 물건이, 사람이 이동하고 있다. 한 손에 든 물체(mobile device)를 가지고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온갖 인간의 지식까지 섭렵하고 있다. 농경 시대의 가치를 좇아 움직이지 않고 머물던 집안은 쇠락하고 새로운 정보와 기술을 따라 ‘가족 빼고 다 버린’ 집안은 흥하는 시대가 되었다.

삶이 이동하므로 현대인의 잠도 이동한다. 집 밖의 잠은 예전부터 군대에서나 학교에서, 출장 중이나 여행 중에 있어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나 혼자 자는’ 잠이나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잠의 형태로 급격히 늘고 있다. 몽골리안의 게르, 인디언의 티피, 키르기스족의 유르트 등 유목민들의 생활 방식으로만 여겨지던 이동식 주거가 새로운 집의 유형으로 등장하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5월 서울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뒷길 주택가에 생소한 장면이 벌어졌다. 주차장으로 쓰이던 빈터에 바닥을 고르고 울타리를 치더니 한 보름간 1층 기둥 공사가 진행됐다. 그러던 어느 날 대형 트럭에서 직사각형 박스들을 내려 옮겨 쌓더니 3일 만에 18개의 육중한 상자가 포개진 모습이 드러났다. 마무리 외벽공사와 주변 정리를 마치니 제대로 된 건물이 되었다. 공사한다고 울타리 친 지 40여 일 만에 18세대의 집이 완성된 것이다.

1층은 들어 올려진 필로티 구조. 주차장으로 사용된다. 전면에 있는 옥외 계단을 올라가면 가운데 복도로 된 한 층 6세대 원룸형 주택이 3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테리어는 공장에서 부품형으로 조립됐기 때문에 거친 면 없이 산뜻하게 마감돼 있어 젊은 사용자들의 취향을 따랐다. 박스 형태 블랙 앤드 화이트 투톤의 외관은 주변 주택가 풍경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미래형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포스코A&C가 제작한 모듈러 하우징 브랜드 ‘뮤토(MUTO)’의 탄생이다.

2 강남의 평범한 주택가 가운데 자리 잡은 모듈형 주택 ‘뮤토 청담’. 특징적인 박스 형태의 블랙 앤드 화이트 투톤의 외관은 주변 주택가 풍경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미래형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3,4 공장에서 제작, 조립된 모듈형 주택의 내부. 혼자 사는 직장인에게 부족함 없는 구조다. 5 집 샤넬모바일 - 자하 하디드가 샤넬사의 의뢰로 설계한 이동형 파빌리온 ‘샤넬 모바일 아트’(출처: www.zaha-hadid.com). 자료협조: 포스코 A&C
공사 40여 일 만에 18세대 뮤토 완성
뮤토는 ‘Modular Utopia’의 줄임 말이자 라틴어로는 ‘진화, 변화’를 뜻한다. 30여 년간 포스코가 생산한 강재를 사용해 조립식 주택을 지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출범시킨 새로운 이동식 모듈러 주택 사업이다. 지난해 준공한 천안 공장에서는 연간 3600개 이상의 모듈을 제작할 수 있다.

국내 시장이 불황인 상황에서도 기술과 경제성을 알아보는 해외에서의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2009년 G20 정상회의 때 한국에 온 러시아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MOU에 따라 2011년 계약된 사하공화국 엘가 탄전지대의 근로자 숙소는 1단계 3000명, 2단계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총면적 7만2000 ㎡ 물량이 공급 중에 있다. 지난해 7월 계약한 호주의 로이힐 광산 근로자 숙소는 전체 247동 980세대용 모듈이 현지에 공급 완료돼 현재 마무리 공사 중이다.

주택사업에 있어서는 꽤 까다로운 국내 규정에 따라 지난해 말 국토부로부터 각종 거주 성능 시험을 통과해 공업화 주택으로 승인받았다. LH공사는 공공임대주택용으로 천안 공장 내에 실험 동(mock up)을 제작해 각종 주거 성능들을 면밀하게 시험 평가 중에 있다. 공장에서 80% 이상을 만들기 때문에 건축물의 이동과 해체, 복원에 대한 실험들도 계속적인 연구 대상이다.

이동식 주택(mobile home)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2년 전 일본의 쓰나미 사태로 수만 명의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주택 문제가 급격하게 대두된 이래 평상시 이동식 주택의 대량 생산 체계가 국가마다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단 재해재난용뿐만 아니라, 전쟁 시 주둔막사 등의 군사용에서부터 주말농장 등의 세컨드 하우스용, 관광휴양지의 레저용, 록 페스티벌이나 엑스포 같은 행사용, 광산 공장 등의 산업용, 공항이나 역사 내의 교통용, 심지어 사막이나 남극 같은 극한지용까지 일반적인 주거용도 외에도 수많은 ‘집 밖의 잠’을 위한 수요가 방대하게 생겨나고 있다.

이동식 건축(mobile architecture)은 기계 산업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자동차나 비행기 산업과 같이 부품화·조립화에 의한 생산 방식을 꿈꾸어 온 오래전부터의 숙제다. 1964년 영국의 전위적 건축그룹 아키그램(archigram)에 의해 제안된 ‘걸어 다니는 도시(Walking City)’는 암스트롱의 달 착륙 시대 때 이미 품었던 미래 비전이기도 하다.

2008년 샤넬사에서는 샤넬 모바일 아트(Channel Mobile Art)를 기획해 자체 브랜드의 전시매장 건물을 이동할 수 있는 건축물로 제작했다. 홍콩을 시작으로 도쿄, 뉴욕, LA, 런던, 모스크바 등 세계적인 대도시들을 거쳐 2011년부터는 파리에 있는 아랍세계연구소에 전시되고 있다. 이를 완성시킨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현대 사회는 가만히 멈춰 있지 않는다. 끊임없이 변화한다. 공간적인 정돈과 배열은 삶의 패턴에 맞춰 진화한다”고 설계 의도를 전한다.

청담동 뮤토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단순 레고 수준에서 벗어나 자동차처럼 비행기처럼 고도의 기술집약적인 모습으로 새로운 삶의 패턴을, 새로운 잠의 집을, 새로운 움직이는 도시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최명철씨는 집과 도시를 연구하는 ‘단우 어반랩(Urban Lab)’을 운영 중이며,‘주거환경특론’을 가르치고 있다. 발산지구 MP, 은평 뉴타운 등 도시설계 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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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