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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전 방식으로 왕실의 그릇에 꽃을 피웁니다

1 매즈 라이더 로얄코펜하겐 CEO가 로얄코펜하겐에서 가장 비싼 제품군인 ‘플로라 다니카’ 식기 앞에 섰다. 그는 “그릇 가장자리 조각은 너무나 정교하고 복잡한 작업이어서 우리 회사에서도 딱 한 사람밖에 못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손에 들고 있는 식기는 수프 그릇 뚜껑이다.


덴마크의 식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의 CEO 매즈 라이더(50)를 만났다. 그는 25일까지 서울 소공동 롯데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 ‘덴마크 헤리티지, 꽃으로 피어나다’ 참관차 방한했다.

238년 역사의 로얄코펜하겐에서 대표작이라 내세우는 식기들을 전시하는 행사다. 전시회에선 로얄코펜하겐의 가장 고가(高價) 라인인 ‘플로라 다니카(Flora Danica)’의 출시 223년을 기념해 제작 시연 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플로라 다니카’는 ‘덴마크의 꽃’이란 뜻의 라틴어로, 1761년 첫 출간된 덴마크 식물도감 『플로라 다니카』에서 이름을 따왔다. 식물도감에 수록된 덴마크의 자생 꽃을 일일이 손으로 그려 넣어 만드는 제품이다.

CEO와의 인터뷰는 “왜 덴마크 꽃만 그리냐”란 질문으로 시작됐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2 완두콩과 수선화 그림을 그려놓은 플로라 다니카 접시. 국내 시판가격이 215만원이나 한다.
“애국심 때문은 아니에요. 브랜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죠. 국가 정체성을 강조하자는 게 아니라 브랜드 고유의 색깔을 유지하기 위해 덴마크 꽃을 고집하는 겁니다.”

매즈 라이더 CEO의 대답은 명료했다. 로얄코펜하겐의 역사는 1775년 덴마크 왕실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왕립 특허 자기 공장’에서 출발했다. 그 뒤 100년 가까이 왕족에 의해 운영되다 1868년 민영화했다. 라이더가 “우리 회사의 ‘얼굴’”이라고 꼽은 ‘플로라 다니카’도 왕실의 주문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1790년 덴마크 왕 크리스티안 7세가 러시아의 여제 예카테리나 2세에게 줄 선물용으로 주문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덴마크의 자존심을 건 작업이었을 겁니다. ‘하얀 금’으로 불렸던 도자기의 제작 기술이 그 나라 기술력의 척도가 됐던 시대였으니까요.”

첫 ‘플로라 다니카’ 작업은 당초 계획했던 2600점을 다 만들지 못한 채 미완성으로 마무리됐다. 당대 최고의 채색 장인으로 꼽혔던 요한 크리스토프 바이에르가 덴마크 식물도감에 나와있는 꽃을 1802개의 식기 위에 그려 넣은 데서 끝난 것이다. 꼬박 12년 동안의 작업 결과였다. 그 사이 원래 이 방대한 그릇 세트를 선물받기로 돼 있었던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는 사망했고, 최초의 플로라 다니카 식기는 1803년부터 덴마크 왕실의 연회에서 사용됐다.

3 지난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갤러리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로얄코펜하겐의 ‘핸드페인팅 장인’ 마이켄 로젠크랜즈 팸(37)이 플로라 다니카 접시에 꽃 그림을 그리고 있다.
플로라 다니카의 제작 과정은 그 후 200여 년 동안 별달리 바뀌지 않았다. 지금도 주문 제작을 기본으로 하며, 주문하는 사람이 식물도감 ‘플로라 다니카’에 나와 있는 1800여 종의 꽃 중에서 원하는 꽃을 고르면 장인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그릇을 빚고 그림을 그려 넣어 만든다. 접시 한 장 가격이 수백만원을 호가하고 주문 후 몇 달씩 기다리는 건 기본이다.

라이더는 이렇게 전통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브랜드가 계속 역사를 유지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래야 정체성이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주 가끔 예외도 있다”고 말했다. 꽃이 아닌 소재를 플로라 다니카 방식으로 그려달라고 요구하는 고객들의 요구가 실제 실현된 사례도 있다.

“10년 전쯤 미국인 고객이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매장에 와서 꽃 대신 하마를 그려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난색을 표했지만 자신이 하마를 너무나 사랑한다며 간곡히 부탁해 특별 제작을 했죠. 접시를 500만 크로나(약 8억6000만원)어치 주문하더군요. 300개 정도 만들어줬습니다.”

하지만 이런 예외 상황은 손에 꼽을 정도로 희귀한 경우다. 식물도감에 나와 있지 않은 꽃을 그려달라는 요구에 대해 “그러면 더 이상 ‘플로라 다니카(덴마크의 꽃)’가 아니다”라며 거절한다.

“무조건 돈 벌자고 생각한다면 아무 꽃이나 그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에겐 수익만큼이나 중요한 게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일입니다. 기업을 꾸려나가는 건 숲을 관리하는 것과 똑같아요. 나무 하나를 뽑으면 두 그루의 어린 나무를 심어야 하는 것처럼 미래를 준비하며 수익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플로라 다니카가 로얄코펜하겐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3% 정도다. 수치상으론 미미하지만 플로라 다니카의 위상은 로얄코펜하겐에서 만드는 10여 종의 제품군 중 으뜸이다. 라이더는 “우리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제품”이라며 “주문량이 많이 들어온다고 해서 많이 만들 수도 없다”고 말했다.

플로라 다니카 그림 작업은 로얄코펜하겐의 장인 250명 중 가장 숙련된 장인 9명이 맡고 있다. 4단계로 나눠진 장인의 등급 중 최고 등급에 오른 장인 가운데서도 특별히 뛰어난 장인을 선정해 플로라 다니카의 그림을 그리게 한다.

“플로라 다니카뿐 아니라 로얄코펜하겐에서 생산되는 모든 식기의 핸드페인팅 작업은 100% 우리 직원들이 합니다. 외주 제작으로 돌리지 않아요. 그 역시 전통을 지키기 위한 고집입니다. 그려 넣는 꽃의 종류보다 중요한 로얄코펜하겐의 전통이 바로 최상의 품질을 만들어내는 장인정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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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