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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뒷전 … 대법원·헌재 또 권한 다툼

법률 해석 권한을 둘러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불붙었다. 지난해 헌재가 한정위헌 판단을 내린 옛 조세감면규제법(조감법) 부칙 23조에 대해 대법원이 28일 “위헌이 아니다”며 효력이 있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KSS해운이 “구 조감법 부칙 23조가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잃은 만큼 이에 따른 법인세를 취소해 달라”며 서울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부과처분 취소 재심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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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SS해운은 1989년 세금을 감면받았다. 일정기간 내에 주식을 상장하면 자산 재평가로 비상장기업의 자산이 늘어나더라도 그 차액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지 않게 해 주는 조감법 56조의 혜택을 받은 것이다. 이 규정은 1990년 말에 폐지됐다. 대신 혜택을 보고도 약속한 기간에 상장하지 않으면 깎아준 세금을 다시 부과하는 부칙 규정(구 조감법 부칙 23조)을 뒀다. 그러나 1994년 조감법을 다시 개정하면서 이 규정이 앞으로도 적용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아 문제가 불거졌다.

 KSS해운은 정해진 시한인 2003년 말까지 상장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세무서는 감면해 준 65억원의 세금을 다시 부과했다. KSS해운은 “깎아준 세금을 다시 토해 내도록 한 조항은 1994년 법 개정으로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세금을 낼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2·3심을 모두 졌다.

 KSS해운은 마지막 수단으로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헌재는 지난해 7월 “법이 전면 개정됐는데 해당 조항만 유효하다고 보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KSS해운은 이를 근거로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고법에 이어 대법원까지 재심을 받아줄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률조항 자체가 아닌 법률조항의 특정한 해석에 대해 위헌을 선언하는 한정위헌 결정은 사법권 독립원칙에 맞지 않고 법적 근거가 없어 기존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KSS해운 입장에선 한 사건에 대해 무려 다섯 번이나 재판을 받았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함께 한정위헌 판정을 받아 재심을 청구한 SK리테일, GS칼텍스에 대해서도 법원은 비슷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KSS해운 측 변호인은 “의뢰인과 상의해 봐야겠지만 다시 헌법소원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고 사법기관들이 권한을 두고 다투는 와중에 국민의 권리는 보호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관 출신의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국민의 권리 구제를 최상의 존재이유로 삼아야 할 두 기관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며 “헌법 개정 등을 통해 두 기관의 권한을 명시적으로 정해야만 해묵은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과 헌재의 갈등

한정위헌을 둘러싼 두 기관의 갈등은 1995년 시작됐다.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 예외적으로 실거래가격을 적용토록 한 구 소득세법 23조4항에 대해 헌재가 “예외를 적용할 때 특정 범위를 넘으면 위헌”이라며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면서다. 법원은 “법적 근거가 없는 결정이라 효력이 없다”고 받아쳤다. 하지만 그 뒤로도 헌재는 꾸준히 한정위헌 결정을 내려왔다. 2000년엔 갈등을 해소하자며 최종영 대법원장과 김용준 헌재소장이 만남을 갖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지난해 말에는 제주도가 평가위원으로 위촉한 교수는 공무원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특정범죄가중처법상 뇌물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2010년엔 대법원이 긴급조치 1호에 대해 “법률이 아니라 규정이므로 대법원이 위헌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논리로 위헌 판정을 내렸다. 허를 찔린 헌재는 지난 21일 공식적으로 긴급조치 1·2·9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며 “위헌여부 판단 권한은 헌재에 있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힘겨루기 뒤에는 최고재판소가 어디냐는 두 기관의 자존심 싸움이 숨어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재는 법률이 위법인지만 따져야 한다”며 “법 자체를 인정하면서 해석의 잘잘못을 따진다면 4심제를 인정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 관계자는 “헌법재판 선진국인 독일도 변형결정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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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