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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소리 나게 훈련 마지막에 웃었다

여자 프로농구 꼴찌팀 우리은행을 1년 만에 우승으로 이끈 위성우 감독은 선수들에게 지옥훈련을 시키는 ‘악마 감독’이다. 지난달 17일 부천에서 열린 하나외환과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위 감독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선수들을 응시하고 있다. [김진경 기자]

선수 시절의 위성우 감독
겉모습만 보면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의 위성우(42) 감독은 평범한 회사원 같다. 미끈한 얼굴도,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위압적인 체구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은행 선수들 눈으로 그를 보면 달라진다. 지옥에서 온 저승사자다. 저승사자가 지휘하는 지옥 훈련이 아니었다면 4년 내리 꼴찌였던 우리은행이 선수 보강도 없이 여자농구 챔피언으로 탈바꿈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28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그를 만났다.

아랫사람을 섬기는 ‘서번트 리더십’이 유행이다.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건 다들 구식이라고 한다. ‘70년대식 리더십 아닌가’라고 묻자 위 감독은 “그렇죠. 제가 요즘 세태엔 좀 안 맞죠”라고 했다.

“아침 6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슈팅 600~700개를 쏘고 식사를 먹는다. 오전 9시30분부터 3시간은 아침 운동이다. 오후 3시30분부터 3시간 동안 오후 훈련이지만 6시30분에 끝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보통 오후 8시, 9시에 마친다. 밤 10시에 끝난 적도 있다.”

그는 “한 게 없고, 향상된 게 없는 것 같은데 정해진 시간이 됐다고 찝찝하게 훈련을 그만둘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식당 아줌마들이 퇴근이 늦다며 그만두겠다고 해서 난리도 아니었다”며 웃었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매일같이 ‘사점(死點·고된 훈련으로 죽을 듯한 고통을 느끼는 순간)’에 이르는 훈련을 감당했다. 위 감독은 “패배의식을 깨는 데는 훈련보다 좋은 게 없다. 남들도 다하는 훈련은 안 된다. 열심히 안 하는 사람 누가 있는가”라고 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그는 선수를 다 모았다. “그동안 죽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 있어? 손들어봐.” 선수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위 감독은 “우리가 할 건 다 했다. 이젠 우리가 했던 훈련을 믿자”고 했다.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삼성생명에 3연승을 거두며 완벽하게 정상에 올랐다.

 
위 감독은 “우리 팀에 챔피언전에 나가본 선수가 없었다. 나도 감독으로는 처음이다. 1차전을 이겼을 때만 해도 장님 문고리 잡았다고 생각했다. 1차전 경기 영상을 다시 보면서 ‘어, 우리 팀 실력이 꽤 좋아졌네’라고 느꼈다. 전주원 코치가 그 이야기를 듣더니 ‘감독님 입에서 우리가 잘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에게만 엄격한 게 아니다.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다. 단국대를 졸업한 그는 농구계 주류가 아니다. “내일은 없다라고 생각했다. 이번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

늘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살았기에 지금까지 농구판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 위 감독은 “시즌 개막 때 플레이오프는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은행과 3년 계약했지만 플레이오프에 못 가면 그만두겠다고 생각했다. 할 수 있는 훈련을 정말 다하고, 할 만큼 했는데도 안 되면 더 이상 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젠 다른 팀 감독과 선수들이 "우리은행 때문에 앞으로 훈련이 고되고, 경쟁도 치열해지게 됐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위 감독은 “다른 팀은 적당히 하고, 우리만 열심히 하면 좋겠다”면서도 “서로 경쟁해야 여자농구 전체 수준이 올라가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여자농구는 최근 5회 연속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했다. 지난해는 일본에 51-79로 대패하는 등 침체에 빠져있다.

우리은행은 내달 5~7일 용인에서 열리는 제1회 아시아 W챔피언십에 출전한다. 한국·일본·대만 여자농구 챔피언과 중국 3위 팀이 출전한다. 이 대회를 위해 위 감독은 우승 휴가는 잠시 뒤로 미뤘다. ‘노력하는 자가 즐기는 자만 못하다’는 말도 있지만 그가 믿는 건 오직 ‘땀’이다. 그가 믿는 땀 덕분에 2류 취급받던 우리은행 선수들은 챔피언으로 재탄생했다.

글=이해준 기자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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