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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군인들, 알록달록 위장복 입고 개성공단서…

북한의 통신선 단절 이틀째인 28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개성공단 관계자들이 출경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김상선 기자]

28일 오전 7시55분 개성공단 내 공업지구관리위원회 사무실. 북한 측 원용희 협력부장은 남한 측 안태원 출입사업부장에게 “오늘 출입경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상부의 지시를 전달한다”고 구두로 알려왔다. 안 부장은 이를 즉시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에 국제전화(개성공단~서울)로 전했다.

 잠시 후 8시30분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남한 측 197명의 업체 관계자들이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출경 수속을 밟았다. 이날 하루 11차례에 걸쳐 424명이 공단에 들어가고 10회로 나뉘어 405명이 서울로 돌아왔다. 887명의 남한 측 근로자는 28일 밤 공단에 체류했다.

 북한 군부가 하루 전 남북 간 통신선을 완전 단절하겠다고 위협하고 실행에 옮겼지만 개성공단 출입경에는 차질이 없었다. 개성공단의 공업지구관리위엔 남북한이 함께 근무하기 때문에 이를 통한 소통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군 통신선으로 이뤄지던 인원·차량의 남북 왕래 승인조치는 민간 전화라인으로 대신했다. 북한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을 자행한 후 일방적으로 27일간 군 통신선을 차단하는 등 네 차례 통신선을 끊은 전례가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민간라인을 통해 개성공단 운영에는 차질을 빚지 않게 했다. 이번에도 김정은이 직접 나서 대남 도발 위협의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지만 개성공단만은 예외였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우리 기업인들도 공단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28일 공단에서 나온 금형업체 재영솔루텍 김학권 대표는 “근로자들이 예전처럼 작업했고 출경도 문제 없었다”고 말했다. 신발제조업체인 삼덕통상 문창섭 대표는 “28일 13차례나 개성에서 업무보고를 받았는데 전혀 동요가 없었다”며 “2800여 명의 북한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는데 결근율이 2.5%(평소 2~5%)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는 “군 통신 차단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다만 익명을 원한 업체 관계자는 “겉으론 예전과 똑같이 서로 묵묵히 일만 하고 있지만 상당히 분위기가 예민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경계근무를 서는 군인 복장도 달라져 며칠 전부터 알록달록한 위장복을 입고 근무한다”고 전했다.

 지난 한 해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인 수입은 8000만 달러(약 890억원)라는 게 통일부의 집계다. 우리 기업이 주는 북한 근로자 한 명당 평균 월급은 134달러(약 15만원) 수준이다. 북측 관리기구인 중앙특구개발총국은 이 돈을 받아 달러는 북한 당국이 갖고 근로자들에게는 북한 돈과 생필품 교환권을 준다. 공식 환율과 달리 평양에선 암달러가 달러당 8700원(28일 평양 기준, 자료는 데일리NK)까지 치솟은 상황이라 대부분의 이익을 북한 당국이 챙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공단 내 123개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의 규모가 5만300여 명에 이르는 것도 북한 당국이 쉽게 공단을 건드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근로자 한 명당 가족을 4명으로 보면 주민 20만 명이 공단에 목을 걸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이 간식으로 나눠주는 하루 수십만 개의 초코파이가 북한 암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초코파이 계(契)까지 성행한다는 게 공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주민 20만 명의 생계 문제가 달렸기 때문에 북한도 어쩔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공단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개성 지역에서 근로자 충당이 어렵자 평양 등 다른 지방에서도 끌어들였다. 근무 여건이 좋은 개성공단 취업을 위해 특권층이 개입하고 뇌물이 오가는 현상도 벌어졌다고 한다. 금강산 관광길이 2008년7월 막히면서 막대한 달러 수입(북한과 현대의 당초 계약은 9억4200만 달러 규모)을 놓친 점도 개성공단에 집착하는 이유란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제 개성공단은 먼저 문을 닫고 나오는 사람이 루저(패배자)가 되는 형국이 됐다”고 말했다.

글=이영종·이상재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 개성공단 출입경 남북 협의 절차

■ 123개 한국 기업 인원·차량 출입경 계획 수립 → 정부에 신청 서류 제출

■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이 검토·승인 → 개성공단 내 관리위원회에 팩스 전달(국제전화)

■ 남측 관계자가 북측에 통보(통상 3일 전 군 통신선으로 협의. 현재는 통신 끊겨 대면 접촉)

“남측 인원 ○○명, 차량 ○○○일 출입경 예정이다.”

■ 북측 관계자는 평양 중앙특구개발총국에 보고

■ 북측 승인 및 남측에 결과 통보(출입경 당일 아침) “귀측의 계획대로 승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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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