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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삼성화재

프로배구 삼성화재가 28일 대한항공을 꺾고 6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신치용 감독(가운데)이 만세를 부르고 있고, 임도헌 코치 등 선수단이 함께 환호하고 있다. [사진 삼성화재]

강만수·김호철·박기원·진준택·신영철…. 그는 18년 동안 무려 24명의 적장을 상대했다. 하지만 정상에는 늘 그가 있었고, 그의 팀이 있었다. 신치용(58) 감독이 이끄는 삼성화재가 프로배구 남자부에서 6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화재는 28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0(25-21, 25-23, 25-16)으로 대한항공을 이겼다. 정규리그 1위에 오른 삼성화재는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을 3연승으로 마무리하며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2007~2008 시즌 이후 6년 연속 우승. V리그 통산 7번째이자 겨울리그까지 합치면 15번째 우승이다. 3차전에서 32점을 올린 공격수 레오(23)는 기자단 투표에서 유효표 27표 중 23표를 얻어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삼성화재의 역사는 곧 신 감독의 역사다. 신 감독은 1995년 11월 삼성화재 창단과 함께 지휘봉을 잡았다. 특급 신인 김세진과 신진식을 영입한 삼성화재는 창단 2년 만에 슈퍼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겨울리그 8연패를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다. 삼성화재의 독주로 인해 배구 인기가 떨어진다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삼성화재는 아랑곳하지 않고 프로 원년인 2005 시즌에도 우승했다.

 위기도 있었다. 김세진과 신진식·김상우 등 간판 선수들이 차례로 은퇴하면서 팀이 흔들렸다. 외국인선수 제도의 도입도 삼성화재의 독주를 가로막았다. 2005~2006, 2006~2007 시즌에는 현대캐피탈에 정상을 내줬다. 하지만 삼성화재에는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과 단단한 팀워크가 있었다. 강훈련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신 감독은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새벽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정신력을 재무장했다. 현대캐피탈에서 이적한 박철우(28)는 “현대 시절에 했던 훈련이 적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화재에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국내 선수들에게 서브와 리시브 등 수비를 맡기고 외국인 선수는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철저한 분업 체제를 만들었다. ‘몰빵 배구’란 비아냥도 들었지만 뚝심 있게 자신의 철학을 지켰다. 외국인 선수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각자의 역할을 다하기 때문에 삼성화재가 강한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신 감독은 “‘몰빵’이 아닌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다. 선수들은 누구나 공격하기를 좋아하지만 팀을 위해 헌신할 줄 알아야 한다. 삼성화재 선수들은 그걸 해낸다”고 말했다.

 개막 전까지 삼성화재의 독주를 예상한 이는 없었다. 이전 3년 동안 삼성화재 공격을 책임진 외국인 선수 가빈(27)이 떠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신 그의 공백은 쿠바 출신 레오가 메웠다. 레오는 신 감독의 훈련 방식에 반발해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레오는 자신을 “삼성화재의 레오”라고 소개할 정도로 팀에 스며들었다. “양복이 없다”는 레오의 말에 곧바로 양복을 사준 신 감독의 마음에 감동했고, 진심으로 따른 것이다.

 우승을 확정한 후 신 감독은 “6년 연속 우승한 건 복에 겨운 일이다. 우승한 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내년에 이걸 또 어떻게 하나’였다”면서 “삼성화재 팬들은 지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그게 감독에겐 부담이다. 결국 훈련밖에 없다. 또 선수들을 고생시켜야 할 것 같다”며 모처럼 밝게 웃었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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