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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본질은 ‘과정’… 스스로 ‘길 없는 길’ 개척하라

이충직
산악인들은 산을 오르는 그들만의 세계를 둘로 나눈다. 남들이 못 가본 길을 개척하는 데 의미를 두는 등로주의(登路主義)와 정상을 밟는 데 전력투구하는 등정주의(登頂主義). 이충직(47) 로체청소년원정대장은 자신을 등로주의자라 부른다.

 히말라야 14좌 완등 같은 정상 정복 타이틀에 목 매지 않는 이유다. 어려서부터 산의 새 길을 뚫고 나가는 데 정열을 바쳤다. 2006년 히말라야 로체남벽(8516m) 원정대장으로 나선 것도 그래서다. 베이스 캠프에서부터 가파른 암벽 등반만 3000m 가까이 해야하는 길. 아무도 가보지 못한 루트였다. 생사를 넘나들며 8200m까지 진출했지만 정상을 300m 앞두고 하산해야만 했다.

 “실패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올라가는 길을 개척하면서 다음 사람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게 길을 만들어 놓잖아요. 정상 몇 개 밟았다고 뽐내기보단 과정에 의미를 두고 싶었습니다. 산의 본질은 ‘과정’이니까요.”

 전문 산악인에서 은퇴한 이씨가 그런 그의 철학을 교육에 접목했다. 8년째 진행 중인 로체청소년원정대 활동이다. 히말라야 원정을 떠나든, 히말라야 원정을 위해 국내 준비 등반을 하든, 그는 함께 원정에 나서는 청소년들에게 늘 과정을 강조한다. 난관에 부딪힐 때 일일이 챙겨주지 않는다. 팀별 협력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한다.

 이씨는 “부모나 학교가 해줄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예상치 못한 난관에서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게임에만 익숙해져 활동 에너지가 부족한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원정대를 찾는 청소년들 중엔 학교 에 적응을 못하거나, 자신감이 없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씨는 “원정대 활동은 성적과는 거리가 멀다”며 “하지만 자살까지 생각했던 아이가 에너지를 얻어 열심히 살아가는 걸 보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이씨는 공부엔 신경을 안 쓴다고 했지만, 원정대 참가 대원들 가운데 서울대, 코넬대, 카이스트 등 유수 대학에 진학한 이들도 적지 않다.

 이씨가 원정대를 꾸린 건 2006년이었다. 홍일식(77) 전 고려대 총장, 강지원(64) 변호사와 함께 세계효문화본부 임원을 맡아 청소년 인성 함양 프로그램을 구상하면서다. 6개월 동안 월 1회 국내 산과 문화유적지를 탐방한 뒤 방학 땐 12일간 히말라야 등반을 한다. 2006년 이후 원정대를 거쳐 간 사람은 200여 명. 1년 네 차례 모임을 갖고 편지도 주고받을 정도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글=한영익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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