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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낯뜨거운 기록이지만 후학들에 보탬 됐으면”

임권택 감독이 28일 부산 동서대 해운대 센텀캠퍼스 영화박물관에서 영화 ‘장군의 아들’ 포스터를 배경으로 섰다. [송봉근 기자]

“스스로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는 감독의 흔적일 뿐인데, 이렇게 대대적으로 공개하게 돼 부끄럽습니다.”

 101편의 영화를 만든 한국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77) 감독의 말이다. 28일 부산에서 열린 ‘임권택영화박물관’ 개장식 직전 그를 만났다. 이 박물관은 동서대학교가 임권택 감독의 업적을 기리고 한국 영화 연구 발전에 기여하고자 설립했다. 살아있는 영화감독의 박물관이 세워진 것은 세계 최초다. 부산 영화의전당 바로 뒤편인 동서대 해운대 센텀캠퍼스 2층에 총 340㎡(100여 평) 규모로 만들어졌다.

1960년대 이후 임권택의 영화 인생을 ‘떠도는 삶’이라는 키워드 아래 6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임 감독이 영화 제작 현장에서 사용했던 시나리오 원본, ‘장군의 아들’ 세트 등 영화 관련 전시품 외에도 결혼서약서, 부부 간 주고받은 편지 등 임 감독의 개인사를 보여주는 전시품도 있다.

 자료 수집에는 부인 채령 여사의 공이 컸다. 임권택 감독은 “이렇게 좋은 기회에 일반에 공개할 것이라는 생각은 차마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나는 지금도 초기에 만든 영화 50여 편을 매우 형편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때의 부끄러운 행적이 담긴 일기는 과거에 모조리 태워버렸어요. 박물관에 전시된 것은 결혼 후 부인이 하나둘 모아 둔 자료들입니다.”

 현재 동서대 석좌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는 그는 “박물관을 찾는 후배들이 자신을 정화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곳에는 열패감에 휩싸여 초기에 만든 영화를 죄다 없애버렸으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하던 내가, 삶을 치열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있습니다. 이 기록이 영화를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자신의 꿈과 삶을 건강하게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겁니다.”

글=이은선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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