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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제대로 된 공정위원장을 보고 싶다

김영욱
논설위원
경제전문기자
제법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부하 직원이 좋으냐”고 물으면 대답은 비슷하다. “일 잘하는 부하가 좋다”다. “인간성은 어떠냐”고 물으면 ‘일’ 다음이란다. 대통령도 마찬가지 아닐까. 숱한 후보자들이 청문회에서 도덕성 때문에 낙마하는 걸 보면 말이다. 도덕성엔 하자가 있어도 일 잘하는 부하가 좋다는 의미지 싶다. 물론 선의로 해석해서 그렇다는 얘기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공정거래위원장을 고를 땐 영 딴판이다. 전문성을 별로 따지지 않는다. MB정부가 단적인 예다. 세 명 중 두 명이 비전문가였다. 한 사람은 대선 공신인 금융전문가, 또 다른 사람은 재정경제부에서 물가정책으로 잔뼈가 굵은 관료였다. 두 명 모두 공정위원장이 되기 전까지는 경쟁정책이나 경쟁법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는 그렇지 않았다. 위원장 두 명 모두 경쟁정책과 경쟁법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전문가들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MB가 공정거래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공정위원장만큼 전문성이 중요한 장관 자리가 사실 또 있을까. 위원장은 수많은 공정거래사건들의 공정과 불공정을 최종적으로 심판하는 사람이다. 법원으로 치면 재판장이다. 또 공정거래사건을 조사하는 사무처의 수장이기도 하다. 검찰로 치면 검사장이다. 한번 상상해보라. 법을 전혀 모르는 검사가 수사하고, 역시 법에는 문외한인 판사가 판결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이런 우스꽝스러운 일이 MB정부에서 일어났던 거다. 게다가 위원장은 3년 임기가 보장된 자리다. 외압이 많으니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일하라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MB는 임기를 존중하지 않았다. 세 명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그 때문에 외국 언론의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공정위원장은 경쟁을 촉진시켜야 하는 업무 특성상 국무회의에 참석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많다. 정부 정책으로부터의 독립성이 그 정도로 강조되기 때문이다. 이런 터에 설상가상으로 비전문가를 앉혀 놓았으니 공정위 위상이 추락할 수밖에. 해선 안 될 일도 서슴없이 했다. 대통령이 ‘경제살리기’에 전력투구하자 공정위는 카르텔을 용인했다. 외국에선 엄한 벌로 다스리는 중죄가 카르텔인데도 말이다. 대통령이 ‘물가와의 전쟁’을 벌이자 아예 생활물가 관리기관임을 자처했다. 뚜렷한 증거가 없는데도 담합 운운하며 기업에 물가를 낮추라고 압박했다.

 유독 원칙과 전문성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에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걸로 내심 기대했다. 그런데 웬걸, 똑같은 잘못이 반복되고 있다. 겉으론 전문성을 얘기하면서 실제론 비전문가를 앉혔다. 당초 지명된 한만수 후보자는 세법 전문가였다. 다른 이유로 사퇴하긴 했지만, 사실 그는 처음부터 자격이 없었다. 경쟁법과 세법은 엄연히 다르고, 경쟁정책과 세정은 철학과 목적이 달라서다. 자리를 줘야 한다면 국세청장이 제격이다. 그래서 하는 얘기다. 이번에는 정말 전문가를 앉혀야 한다. 경쟁 분야에서 “그 정도면 됐다”는 얘기를 들을 만한, 실력 있는 사람이라야 한다.

 박 대통령이 또 하나 유념해야 할 건 경제민주화다. 대부분 경제민주화는 물 건너갔다길래 하는 얘기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다만 ‘공약을 제대로 이행한다면’이란 조건부다. 공약만 제대로 이행해도 엄청난 변화가 몰려 올 거다. 예컨대 가장 사소한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취급받는 집중투표제나 다중대표소송만 해도 그렇다. 노무현 정부 당시 찬반 논쟁이 뜨거웠고, 결국 도입하지 못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집단소송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도입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공약이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제대로 이행할 열의와 능력이 있는 사람을 공정위원장으로 앉혀야 할 중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제대로 된 사람이 맡아야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가 신뢰받는다.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제도를 만들고 집행하는 건 전적으로 공정위원장의 몫이라서다. 이번 인선에 주목하는 건 그래서다. 이번엔 정말 제대로 된 위원장감을 선보여라.

김 영 욱 논설위원·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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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