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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 박근혜 정부의 상징효과

박보균
대기자
권력은 상징을 내놓는다. 정권은 자기 브랜드를 만든다. 상징은 새 정권의 정체성(正體性)이다. 국민은 상징을 통해 새 시대의 개막을 실감한다.

 신임 대통령의 카리스마는 상징을 창출한다. 대통령의 언어는 상징을 강화한다. 인사는 상징을 뒷받침한다. 그것은 대중의 상상력을 휘어잡는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언어는 ‘상상력과 창의력’이다. “국민 상상력이 문화 콘텐트가 되는 시대, 행복, 창조, 융합”-. 그것은 정권브랜드로 자리했다.

 상상력은 창조경제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정치적 상상력은 국정관리 역량의 핵심이다. 취임 초 정권은 상징을 만들고 정치 상품화해야 한다. 그것으로 정책 돌파력을 확보한다. 새 세상, 새 기운을 민심에 넣는다.

 지난주에 드루 길핀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이 서울에 왔다. 370년 하버드대학 역사에 첫 여성 총장이다. 외부인사들이 박근혜-파우스트의 만남을 추진했다. 청와대 비서실에 건의했다. ‘여성 대통령과 첫 하버드 여성총장의 만남’-.

 그 장면은 상징을 연출한다. 국민적 관심을 끈다.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박 대통령의 5월 미국 방문도 예정돼 있다. 하버드대 총장은 미국 지성의 간판이다. 그 만남은 미국 오피니언 사회의 화제가 된다. 2007년 2월 의원시절 박 대통령은 하버드대에서 연설했다. 하버드대 방문 기억은 박 대통령의 책에 강렬하게 적혀 있다.

 그 상징은 생산되지 못했다. 박 대통령과 하버드대 총장의 면담은 잡히지 않았다. 미리 잡힌 일정을 제치지 못했다고 한다. 매력적인 기회가 날아갔다. 그것은 청와대의 상상력 한계를 드러낸다. 우선순위와 경중(輕重)을 매기는 정치 감각의 미숙이다.

 박 대통령의 거수경례는 상징을 만들었다. 그것은 새 정부의 지향과 가치로 투영된다. 우리 사회 한쪽에서 소홀히 했던 나라 사랑, 국가관, 숭문(崇文)과 상무(尙武)의 조화, 안보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박근혜식 국민통합 세리머니다.

 상징의 다른 쪽은 인사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는 상징효과를 낳지 못했다. 인사 혼선과 잡음은 정권 브랜드에 상처를 냈다. 인사는 국민 감동을 일으키는 수단이다. 그 반대는 그만큼의 실망감을 퍼뜨린다.

 정권의 첫 1년은 상징효과를 생산, 관리하는 시점이다. 김영삼 정권은 상징효과의 의미와 기회를 낚아챘다. 그는 취임 직후 군부의 하나회를 척결했다. 20년 전 이맘때다. 문민 기치를 내건 인사였다. 문민의 상징들은 전광석화(電光石火)의 개혁 추진력으로 작동했다.

 정부 부처는 박근혜 정부의 상징을 체득, 전파해야 한다. 그것은 거수경례와 언어에 담긴 애국심과 진정성, 상상력의 정책화다. 우선 대상은 일부 중·고 교실에서 쓰는 폐쇄와 자학(自虐)적 역사 교재의 정비다. 관계부처는 어젠다와 이슈로 반영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말하는 국정 철학의 공유는 기본이다. 그 바탕은 역사의식이다. 5·16은 역사관 논쟁의 핵심이다.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빠지지 않는다. 관료 출신 후보자들은 모호함으로 대응했다.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곤혹스러워했다.

 남재준 국정원장의 명쾌함은 돋보였다. 그는 “5·16은 쿠데타다. 하지만 국민의 열망을 결집해 산업화의 풍요와 근대화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 발언은 국민 대다수의 상식이기도 하다. 그것은 박근혜 정부의 인식이다. 대선의 거친 무대에서 다듬어진 현대사 시각이다.

 관료 출신 장관들의 5·16 회피 모습은 민심 속에 걱정과 의심을 키운다. 어설픈 역사관으로 야당의 이념 공세에 맞설 수 있나, 대통령 국정 철학을 과감하게 정책으로 실천할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은 관료를 장·차관으로 대거 발탁했다. 관료우대 시대다. 관료는 성실하고 짜임새 있다. 공무원들은 규격과 모범에 익숙하다. 하지만 상상력의 파격과 창의적 모험에 익숙하지 않다. ‘전례 없음’은 공직사회의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다. 그 말로 도전과 실험을 외면한다. 그 말 속엔 창의적 민간 아이디어의 좌절과 아픔이 쌓여 있다. 공직사회는 자기 체질의 혁신에 나서야 한다.

 국정 컨트롤 타워가 치밀해야 한다. 정권의 상징을 다듬고 정책으로 확장해야 한다. 그것을 민심 속에 집어넣어야 한다. 컨트롤 타워의 참모들은 정치적 상상력을 연마해야 한다. 관료사회에 세련된 신상필벌로 긴장감을 주입해야 한다.

박보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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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