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30~40대 여성도 ‘박근혜 브로치’ … 올드 패션의 역습

박근혜 대통령이 달아서 인기를 끌고 있는 진주 꽃 브로치. 배병수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사리앙 브랜드 제품이다. 2005년 처음 출시했으나 박 대통령은 1~2년 전부터 착용했다. 최근 모조품도 많이 나오고 있다. 진품은 망치로 신주(황동)를 다듬은 수제품으로 꽃잎의 두께가 0.4mm 정도로 얇고 망치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다. 무게도 가볍다. 사리앙은 브로치를 제작·유통하는 유명 남대문 도매업체로, 개인은 소매점을 통해서만 살 수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진주 꽃 브로치를 단 박근혜 대통령.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루한 ‘아줌마’ 액세서리로 여겨지던 브로치가 지난달부터 액세서리 시장의 가장 뜨거운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박근혜 대통령 덕분이다. 대선 전후 박 대통령이 착용한 것과 비슷한 모양의 브로치가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또 박 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한 브로치 붐을 타고 다른 브로치도 이례적으로 높은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다. 바야흐로 브로치 전성시대다.

글=윤경희 기자 , 사진=김경록 기자

국내 사상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을 맞아 패션업계가 바빠졌다. 옷뿐 아니라 가방과 지갑에 이르기까지 박 대통령이 들기만 하면 완판되다 보니 박 대통령을 어떻게든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런 흐름을 타고 가장 최근에 뜨는 품목이 브로치다. 브로치는 한때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나 하는 구식 액세서리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브로치를 자주 달고 나오면서 단숨에 가장 트렌디한 액세서리로 등극했다.

 ‘박근혜 브로치’는 대략 세 가지 스타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해 대선 전날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기자회견 할 때 달았던 무궁화 브로치와 지난달 25일 대통령 취임식에 착용한 나비 모양 자수정 브로치, 그리고 취임 이틀 뒤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달았던 꽃 모양 진주 브로치다.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게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오렌지색 재킷에 달았던 은과 진주를 사용해 만든 꽃 브로치다. 은과 진주는 소재 특성상 어떤 옷과도 무난하게 잘 어울리는 데다 가격이 2만~3만원대로 싸 더욱 인기다. 이 브로치를 유통하는 남대문 액세서리 도매업체 사리앙 관계자는 “생산량이 주문량을 따라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전 하루 10개 정도가 팔렸지만, 언론을 탄 이후 하루 생산량인 200개가 모두 팔려나가 최근엔 밤을 세우며 생산량을 50개 정도 늘렸다고 한다. 이 붐을 타고 저가 카피품도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짝퉁이 하루 3000여개 팔린다고 한다.

‘박근혜 브로치’로 알려진 진주 꽃 브로치를 디자인한 디자이너 배병수씨의 작품. 파란색 원석은 라피즈라줄리. [사리앙]
대통령 특수는 사리앙만 누리는 게 아니다. 다른 액세서리 업체도 비슷한 상황이다. 스톤헨지와 스와로브스키는 올 1~2월 브로치 판매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30% 늘었고, 골든듀는 10% 정도 늘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브로치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다. G마켓의 올 1~2월 브로치 판매율 또한 전년 동기 대비 130% 늘었다.

스와로브스키의 한 관계자는 “액세서리 매장에 들러 박 대통령 브로치와 비슷한 디자인이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똑같지 않고 그저 비슷하기만 해도 사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의 브로치 붐은 브로치를 찾는 연령대를 확 넓혔다. 과거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지만 지금은 30~40대 여성도 많이 찾는다. 액세서리 업체들로선 새 시장이 열린 셈이다.

 김지현 골든듀 마케팅팀 과장은 “박 대통령 패션이 주목받으며 브로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앞으로 다양한 디자인의 브로치 제품을 더 많이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심리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이 품격 있는 여성의 롤모델로 떠오르면서 박 대통령과 동질감을 느끼려는 여성들이 브로치에 열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나이에 상관없이 브로치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박 대통령의 이미지가 브로치에 투영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강인하고 남성적인 이미지였지만 브로치 착용으로 품격 있는 여성 리더의 이미지로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이 맞는다면 브로치를 통한 이미지 전략이 제대로 먹힌 셈이다.

 이윤정 경인교육대 교수는 그의 저서 『스타일을 입는다』에서 “액세서리는 메시지를 전하는 좋은 도구”라고 말한다. 한 가지 액세서리를 지속적으로 하면 어느 시점부터는 자연스럽게 연상 작용을 불러일으켜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브로치는 오래전부터 품위를 드러내는 액세서리라는 인식이 강해 여성 리더의 사랑을 받아왔다.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인 마거릿 대처와 미국 전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 6년간 대통령직을 연임한 전 핀란드 대통령 타르야 할로넨 등 해외 여성 지도자 대부분이 공식석상에서 브로치를 착용했다.

 박명희(의상디자인 전공) 건국대 교수는 “여성 지도자는 강인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주로 단색 정장을 입는다”며 “단색 옷만으로는 밋밋하다 보니 이를 보완하기 위해 브로치를 종종 활용한다”고 말했다. “브로치만 바꿔도 마치 옷을 바꿔 입은 것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또 “브로치는 소유자의 예술적 취향과 감각을 표현하는 도구이기도 하다”고 했다. 달고 있는 브로치를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예술적 감각이 있는지, 좋아하는 스타일은 무엇인지 금세 알 수 있다는 말이다.

 단순히 패션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를 상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브로치를 활용한 여성 지도자도 많다. 대표적인 사람이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다. 1994년 이라크 언론이 자신을 뱀이라고 비난하자 아예 뱀 모양 브로치를 달고 방송에 출연한 일화는 유명하다. 김대중 정부 시절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햇살 모양 브로치를 착용하고 방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도 브로치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임식 때의 나비 모양 브로치는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고, 대선 당시엔 애국심을 드러내기 위해서 무궁화 브로치를 즐겨 달았다고 알려졌다.

 하고 많은 액세서리 가운데 여성 리더는 왜 브로치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까.

 
촬영협조=바나나 리퍼블릭, 빈폴, 잇 미샤, 지고트, 로에베, 보티첼리, 클럽 모나코, 스타일러스 바이 골든듀, 토스, 사리앙
 박 대통령이 브로치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패션 전문가들은 “강인함과 여성성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액세서리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목걸이는 브로치에 비해 좀 더 여성적이다. 박 대통령의 대선캠프 대변인이었던 조윤선 여성부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소박하고 평범한 차림새를 고집하면서도 격조 있게 보이기 위해 상당히 노력한다”고 전한 바 있다. 리더가 풍겨야 할 격조 있는 분위기에다 우아한 여성미를 더하는 액세서리로 브로치가 제격이란 걸 알 수 있다.

 실존 인물이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속 여성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2009년 개봉한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 한경자 역을 맡은 연기자 고두심은 부풀린 굵은 웨이브 헤어스타일에 바지 정장을 입어 강인한 여성 리더의 모습을 연출했다. 영화 속에서도 고두심의 가슴에서 빠지지 않았던 게 브로치다. 2010년 방영한 드라마 ‘대물’에서 아나운서 출신 여성 대통령 서혜림 역을 맡은 고현정이 선보인 패션은 고두심과는 좀 달랐다. 젊고 세련된 여성 리더 역할이다 보니 주로 치마 정장 스타일을 입었다. 이렇게 패션 스타일은 달랐지만 브로치를 활용한 코디는 둘이 똑같았다.

한 스타일리스트는 “카리스마를 보여줘야 한다면 귀걸이는 너무 여성스럽다”며 “브로치에다 굳이 하나를 더한다면 단정한 목걸이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딱 박 대통령 스타일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바지 정장 스타일에 목걸이나 브로치로 포인트를 준다.

 드라마 ‘야왕’에서도 브로치는 힘있는 여성의 액세서리로 등장한다. 재벌가 외동딸이자 회장 후계자인 백도경(김성령 분)은 브로치를 자주 달고 나온다. 신분 상승을 노리는 주다혜(수애 분) 역시 평범한 직장인이었을 때는 브로치를 하지 않다가 재벌가 며느리가 되면서 가슴에 브로치를 달고 나온다.

 이처럼 브로치의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여기엔 함정도 있다. 브로치 착용으로 자칫 더 촌스러운 패션을 연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브로치를 세련되게 연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옷과의 조화다.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실장은 “옷 패턴이나 색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브로치를 선택하면 실패가 없다”고 말했다. 예컨대 여러 가지 색을 한번에 사용한 패턴의 옷을 입었다면 그중 한 가지 색과 똑같은 색의 브로치를 달면 정돈돼 보인다. 또 꼭 상의가 아니라 하의 색깔과 맞출 수도 있다. 바지나 스커트와 비슷한 색의 브로치를 달면 한층 더 세련돼 보인다.

 김성령의 스타일리스트 마연희씨는 “외출할 때나 중요한 자리에 참석할 땐 큼직한 브로치를 재킷 위에 달아 포인트를 주라”고 연출법을 알려줬다. 또 “셔츠의 첫 번째 단추 위에 화려한 브로치를 하면 고급스러운 패션을 완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