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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차의 바다

화장품도 아닌 차(茶)에 대한 아모레퍼시픽의 30년 넘는 집념이 그 빛을 발했다. 제주도 3대 오지로 불리던 일명 도리솥당, 도순다원이 오늘날 녹차 재배의 보고로 자리잡게 된 것. 한라산 남서쪽 중턱에 위치한 도순다원의 현재 모습.


극심한 반대와 만류, 100회가 넘는 현지조사, 극한의 열악함….

 화장품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이 한 가지를 얻기 위해 극복했던 한계들이다. 오늘날 여성들의 피부결을 책임지는 화장품 때문에? 아니다. 바로 차(茶) 때문이다.

 차에 대한 아모레퍼시픽의 아름다운 집념은 지난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자인 서성환 회장은 당시 사업상 외국을 자주 드나들었는데 이때 각 나라마다 고유한 전통 차와 그에 따른 차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차 문화가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음을 인지하고 1979년 녹차 사업을 공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서 회장의 이러한 차 문화 부흥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그 시작은 순조롭지 않았다. 화장품 회사가 녹차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부정적 시각과 녹차 사업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 투자 등이 의문점으로 제기되며 예상치 못한 반대에 부딪히게 된 것. 특히 땅을 개간한 뒤 최소 10년은 지나야 생산성이 확보되는 다원(茶園) 조성의 특성때문에 이러한 만류는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녹차를 향한 서 회장의 집념은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부지 선정으로 나아갔다. 차나무 재배를 위해서는 보통 연평균 14도 이상의 기온과 그늘진 기후, 연 강우량 1600mm 이상의 충분한 물이 필요하다. 동시에 높은 일조량과 원활한 배수까지 요구되는 다소 까다로운 조건이라 할 수 있는데, 때문에 녹차밭은 주로 습기가 많고 서늘한 산간 계곡이나 안개가 자주 끼는 지역이 선호된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광주의 무등산부터 지리산 화개 지역, 제주에 이르기까지 100여 회의 현지조사를 펼치며 적절한 부지 찾기에 돌입했고 제주를 최종 지역으로 선정하게 된다.

 부지 선정이 끝나고 진행된 과정은 개간 작업. 한라산 남서쪽 중턱에 위치한 도순다원에서 그 첫 번째 개간이 이뤄졌는데, 이 땅을 일구는 작업이 감춰진 시련을 파헤친 일이 될 줄은 누구도 몰랐다. 제주도의 3대 오지로 일컬어지는 토양 재질로 인해 공사 장비는 고장 나기 일쑤였고 덕분에 장비를 산꼭대기에서 끌고 내려와 수리를 맡기는 것은 인부들의 몫이었다. 공사 장비의 빈 자리를 인부들이 메워야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노력으로 안 되는 일은 없다 했던가. 결국 도순다원은 지극한 정성에 감복해 차나무가 자랄 수 있는 곳으로 변모할 수 있었다.

 이후 개간한 제주 서광다원과 한남다원 역시 가시덤불만 무성해 목초조차 자랄 수 없는 극한의 열악한 땅, 바로 3대 오지 중 남은 두 곳이었다. 공교롭게도 아모레퍼시픽은 이 세 곳의 오지를 모두 섭렵한 것이다. 특히 1983년 서광다원 개간을 시작할 당시 식수, 전기, 교통편 어느 하나 아모레퍼시픽 직원들에게 허락된 것이 없었다. 3시간을 꼬박 걸어야 부지에 닿을 수 있었고 빗물을 받아 놔야 마실 물을 확보할 수 있었다. 돌과 잡목을 걷을 장비도 옮길 수가 없으니 직원들이 직접 모든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이러한 고초 후 30년이 지난 지금 아모레퍼시픽은 제주에 100만평이 넘는 직영 다원을 운영 중이다.

 차에 대한 집념은 유기농에 대한 고집으로도 이어졌다. 차나무가 많은 비료를 필요로 하는 다비작물인데다가 병충해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유기농 재배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됐지만 지난 2004년 아모레퍼시픽은 꿋꿋이 유기농 재배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2009년, 그 지속적인 연구와 치열한 노력 끝에 아모레퍼시픽이 소유한 전 다원에 유기농 재배를 확대할 수 있었다.

 2010년 아모레퍼시픽은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의 인증과 미국 농무성의 유기 인증(USDA-NOP), 2011년에는 유럽연합의 유기 인증(EU-Organic)을 획득하며 국제적으로 아름다운 집념에 대한 검증을 받기에 이른다.

박지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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