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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건강 셀프처방은 … 전공과목 달라도 ‘달리기’

‘달리는 의사들’의 회원들이 남산 산책로를 달리고 있다. 이들은 “달리기가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비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수정 기자]

10일 오전 10시, 서울 남산 북측산책로 출발점에 가벼운 운동 복장을 한 남성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자네, 어디서부터 달려 온 거야?” “저야 집에서부터 뛰어왔죠.” “전 남산 경치 좀 보면서 좀 더 뛰려고요”. 한두 사람이 서로 안부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다섯 명의 남자가 모였다. 여느 운동하는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의사’이자 ‘달리는 의사들’의 회원이다. 건강에 대해선 누구보다 정통한 이들은 달리기를 최고의 운동으로 꼽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의사들이 전하는 ‘달리기 예찬론’을 들어봤다.

“최소의 준비로 최대의 건강 효과”

“우린 각자 페이스에 맞게 알아서 뛰고 이곳에 모여요. 여기서 같이 스트레칭하면서 안부도 묻고 마라톤대회 얘기도 하며 수다를 떨죠. 운동하면서까지 굳이 꽉 짜인 틀에 맞춰가며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잖아요.”

달리는 의사들 이동윤(61·이동윤외과의원 원장) 회장이 모임의 성격을 소개했다. 달리는 의사들은 달리기를 통해 건강을 지키려는 의사들의 동호회로, 결성된 지 13년째에 접어든다. 이날 모인 다섯 명의 회원은 외과·산부인과·비뇨기과·재활의학과 등 전공이 제각각이다. 체중 감량, 자연 감상, 스트레스 해소, 철인 3종 경기 도전 등 달리는 이유도 다양했다. 이들은 평균 일주일에 3~4회, 하루 한 시간, 10㎞ 이상 달린다.

가장 오래된 회원은 이 회장이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달리는 의사들을 이끌어 왔다. 원래 등산을 즐기던 이 회장은 무릎에 무리가 와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러다 1997년 춘천마라톤 대회를 완주하고 나서 달리기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그는 “특별한 장비 없이 언제, 어디서나 마음만 내키면 즐길 수 있다는 게 달리기의 매력이다. 팍팍한 일상 속에서 바쁜 시간을 쪼개 이만큼의 건강 효과를 얻어내는 운동은 드물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신체조성검사를 통한 신체 나이가 42세로, 실제 나이보다 19세나 젊다. 이 역시 달리기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 오는 환자에게도 ‘감기에서 암에 이르기까지 모든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감소시키는 운동’이라며 달리기를 적극 권유한다.

달리다 보면 스트레스도 훌훌

안재기(46·상계백병원 재활의학과) 회원은 2000년 의약분업 때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는 “당시 파업으로 인해 의료계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화나는 일이 늘고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다”며 “더 이상 못 참겠다 싶어 선택한 게 매일 밤마다 병원 인근을 달리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혼자 달리다 보면 마음이 정리되고 복잡한 생각이 사라지면서 저절로 몸도 상쾌해졌다. 실제 달리기를 30분 이상 지속하면 신경물질 베타 엔도르핀의 농도가 상승해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전환을 돕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척추측만증이 있어 평소 허리와 고관절의 통증을 자주 느꼈던 안 회원은 달리기를 하면서부터 통증이 감소했다. 그는 “달리기를 할 땐 몰랐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2주 정도 쉬니까 바로 통증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13년째 달리기를 지속해 온 이유다. 그는 “테니스·탁구와 달리 달리기는 양쪽 교대운동으로 신체균형을 잡는 데 효과적이다. 재활의학과를 찾는 환자 중 관절염 증상이 심하거나 운동으로 부상을 입었던 사람을 제외한 모든 환자에게 달리기를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달리면 사망률 19% 낮아져

달리는 의사들은 ‘달리기 전도사’의 역할을 자처한다. 체중관리를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 조대연(45·서울백병원 비뇨기과) 회원은 4년 만에 몸무게가 83㎏에서 75㎏으로, 허리는 34인치에서 32인치로 줄었다. 김상우(60·다우미즈산부인과 원장) 회원은 “달리기를 한 뒤로 볼록했던 배가 쏙 들어갔다. 또래 친구들이 목욕탕에 가면 내 몸매를 보고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달리기의 효과를 몸소 체험한 이들은 “달리기가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비법이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미국 UCLA메디컬센터 라비 데이브 박사팀이 성인 남녀 5만여 명을 15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꾸준히 달리기 운동을 한 사람은 달리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 위험률이 19%가량 낮았다.

이들은 무엇보다 실천을 강조했다. 이동윤 회장은 “바빠서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는 사람은 조만간 아파서 병원에 갈 시간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상우 회원은 “딱 100일만 참으면 자기 것이 된다. 지금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매일 달리면 어느덧 달리기를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 주의해야 할 대상이 있다. 이 회장은 “천식·폐렴 등의 호흡기질환자를 비롯해 고혈압·당뇨병·협심증·관절염·디스크·비만 환자는 의사의 운동처방을 받아 자기 수준에 맞게 달려야한다”고 말했다. 자의적으로 무리하게 달리기를 시작했다가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달리는 의사들에게 달리기는 자신만을 위한 운동이 아니다. ‘1년에 하루는 이웃을 위해 달리자’는 구호를 내걸고, 매년 5월 ‘소아암 환우 돕기 서울시민마라톤대회’를 열고 있다. 수익금 전액을 소아암 환자 치료에 사용한다. 이들에게 달리기는 건강이자 나눔이다.

글=오경아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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