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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편한 길 조성 앞두고 연세로 노점 이전 논란

“요새 불안해서 잠을 잘 못 잡니더. 쫓겨나면 어떡하나 이 생각뿐이라예.” 꽃샘추위가 한창인 지난 21일 낮 서울 신촌 연세로. 꽉 막힌 차도 옆에 리어카를 끈 노점상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분식 노점상 이모(66)씨는 튀김옷을 입히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더울 땐 장사를 못해 늘 겨울에 벌어 여름에 진 빚 갚고 살았다”며 “20년 넘게 떡볶이를 팔아온 이곳에서 계속 장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를 비롯해 이곳 노점상은 내년, 아니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는 여기서 장사를 할 수 없다. 연세로가 서울시에선 처음으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바뀌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승용차가 아닌 대중교통만 다닐 수 있는 길로 바뀐다는 얘기다.

젊음의 거리인 서울 신촌 연세로. 시간당 5000여 명이 지나 다닐 만큼 인파로 북적이지만 보도가 좁아 걷기에 불편하다. 서울시는 차도를 줄이고 보도를 넓혀 걷기 편한 거리로 만들 계획이다. [강정현 기자]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신촌로터리부터 연세대 정문까지 직진거리 550m에 해당하는 이곳을 걷기 편한 거리로 만들겠다고 했다. 차도는 4차로에서 2차로로 좁히고 보도를 넓힌 후 차도엔 시내버스와 자전거·구급차만 다닐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택시는 야간에만 운행할 수 있다. 현재 설계 단계로, 올 하반기 공사에 들어가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서대문구청은 “이곳이 걷기 편한 거리로 바뀌면 노점상 입점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장 공사를 시작하면 이곳 노점상 36곳은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구청 측은 “전기설비 등 보행에 불편함을 주는 시설을 정비할 것”이라며 “불가피하게 노점상 역시 이동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앞 굴다리 2곳과 신촌 현대백화점 앞 창천어린이공원을 이동 장소로 내놓았다.

 그러나 노점상 측은 반발하고 있다. 노점상 안모(50)씨는 “구청이 권하는 곳은 이곳 노점상이 모두 옮기기에 자리가 부족할 뿐 아니라 장사도 안 되는 곳”이라며 “노점이란 게 원래 지나가다 들르는 손님이 대부분인데 누가 그쪽까지 올라오겠느냐”고 말했다. 닭꼬치 노점을 운영하는 이충희(43)씨는 “노점의 개성을 살릴 생각은 안 하고 치우려고만 하면 어쩌냐”고 말했다. 떡볶이를 파는 이재춘(51)씨도 “사업 자체를 훼방 놓으려는 게 아니다”며 “다만 생존권과 맞닿아 있는 사안이라는 점을 생각해달라”고 했다.

 시민 반응은 엇갈렸다. 대학생 김지환(24)씨는 “싸고 편해 자주 이용하는데 없어지면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윤지예(27)씨도 “해외에 가보면 길거리 음식이 관광객에겐 명물”이라며 “없애려고 할 게 아니라 업그레이드 방안을 내놓는 게 낫지 않느냐”고 했다. 하지만 점포를 가진 주변 상인은 생각이 다르다. 한 상인은 “노점이 없어져 길이 확 트이면 우리 가게 손님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주체인 서울시는 “관리 주체인 구청에서 협의 중이라는 말만 들었다”며 “갈등이 계속되면 시에서 중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가 앞으로 종로·홍익대·신림 등 10여 곳에 대해 같은 사업을 구상 중인 만큼 이번 갈등의 해법이 이들 구역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노점이 도시 미관과 상권을 침해하는 철거 대상인지, 아니면 시민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거리 명물인지에 대한 입장 차이를 어떻게, 얼마만큼 좁히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글=강나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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