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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음악, 통영에선 착착 감긴다

22일 통영에서 선보인 ‘세멜레 워크’. 패션쇼·록페스티벌·뮤지컬 등 무대예술의 다양함을 한데 보여주며 ‘음악으로 하나되는 세계’를 상징했다. [사진 통영국제음악제]


흐음 흐흠, 쿨럭 쿠울럭, 바스럭 버스럭…. 음악회장은 대개 자질구레한 소음으로 멸렬하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2013 통영국제음악제’ 이틀째인 23일 오후 7시 30분 경남 통영시 남망공원 안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 폴란드에서 온 ‘루토슬라브스키 현악 사중주단’은 객석을 꽉 채운 290명을 소리 하나로 진공상태에 묶어버렸다. ‘현대음악이 어렵다’는 통설을 2시간 동안 잊게 했다.

[공연 리뷰] 통영국제음악제



 몸에 착 감겨 드는 음악의 쾌감이 객석을 적셨다. 통영 밤바다가 음악회장 안으로 밀려 들어서일까. 극장 밖에 휘황한 샹들리에처럼 만개한 목련 나무가 기웃했을까 싶게 음악의 향기가 짙었다.



 바이올린·비올라·첼로 주자 4명은 튜닝(조율)이 무엇인가를 시각적으로 보여줬다. 연주자와 악기와 음악은 하모니를 이루어 함께 흐느끼고 즐겼다. 오래 기다리고 토닥거리며 이룬 그 절정의 순간을 객석에 내주는 진심이 흔쾌했다.



 바이올린 주자이기도 한 마르코비츠의 ‘현악 사중주 3번’은 한국 초연이었고,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폴란드 작곡가 비톨드 루토슬라브스키(1913~94)의 ‘현악 사중주’와 카롤 시마노프스키(1882~1937)의 ‘현악 사중주 2번’도 드물게 연주되는 곡들이었지만 이들이 앙코르로 들려준 모차르트의 현악 사중주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신음하듯 낑낑거리는 바이올린, 허스키의 저음으로 가슴을 파고드는 첼로, 현을 손가락으로 튕기는 피치카토의 경쾌함은 잠시 일어나 휘파람 불며 춤추고 싶은 유혹을 던졌다. 올 음악제의 주제인 ‘자유로운, 그러나 외로운’이 무대와 객석을 이어줬다.



 아시아 초연이라는 무게를 실은 화제작 ‘세멜레 워크’(Semele Walk, 22일 오후 7시 30분, 23일 오후 5시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는 명성 그대로 한바탕 난장의 퓨전 패션뮤지컬이었다. 270년 전 헨델의 오라토리오 ‘세멜레’를 현대판 패션쇼로 판갈이 한 에너지가 남녀노소 관객들의 오감을 울렁거리게 했다. 음악은 시대와 인종과 세대를 뛰어넘어 영원히 진화할 본능임을 ‘세멜레 워크’는 선언한다.



 ‘한국의 작곡가들’(23일 오후 9시 30분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은 우리 전통음악의 미감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현대화하려 애썼던 작곡가 김정길(1943~2012) 선생의 1주기를 기리는 자리였다. 고인의 대표작인 ‘8명의 주자를 위한 추초문’을 호위하듯 감싸고 돈 윤이상·유도원·강인원·박준영씨의 추모곡이 ‘소리 없는 소리’로 그의 영혼에 가 닿았다. 음악제는 28일까지 이어진다(www.timf.org).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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