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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용의 우리 역사 속의 미소] 왕릉 곁에 정성을 다해 지키는 동행의 미소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원릉을 나란히 서서 지키고 있는 문인석과 무인석의 미소다. 원릉은 동구릉 내에 있는 조선왕조 21대 임금인 영조와 계비 정순왕후 김씨가 묻혀 있는 능이다. 동구릉은 조선 건국 태조 이성계 임금의 능인 건원릉이 한양의 동쪽, 이곳에 조성되면서 그 후 모두 아홉 능역이 들어서서 동구릉이라 하였다. 2009년에 동구릉과 서오릉을 비롯한 모두 40기의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원릉의 주인공인 영조는 52년을 재위한 조선왕조 최장수 왕으로 보령이 83세에 이르렀다. 왕릉 주위에는 많은 석물이 배치되어 있다. 석양, 석호, 석마, 문인석, 무인석, 망주석, 장명등, 혼유석 등 왕의 혼을 지키고 사악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벽사의 기능도 함께하고 있다. 특히 원릉 앞에 서있는 홀을 든 문인석과 검을 든 무인석은 잔잔한 미소 속에 온화함과 포근함이 함께 배어 있다. 나쁜 기운도 미소로서 달래 보내는 은근한 뜻이 담겨 있다. 또 세손인 정조에게 왕위를 물려준 영조의 애틋한 마음의 표현을 상상할 수 있다.

‘원릉의 문인석·무인석의 미소’ [사진 문화재청]
 한편으로 영조의 첫 번째 부인 정성왕후 서씨는 1757년 영조보다 앞서서 세상을 떠났는데 영조는 그 능침 옆에 사후에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막상 1776년 영조가 세상을 떠나자 그 터에 문제가 있다고 하여 지금의 원릉으로 왕릉을 조성하고, 후에 1804년 정순왕후 김씨가 안장되어 쌍릉이 되었다. 지금도 서오릉에 위치한 정성왕후 서씨의 능침인 홍릉에는 옆자리가 빈터로 남아 있어 영조를 기다리는 왕비의 애절한 마음이 서려 있다. 터가 좋지 않다는 풍수지리의 이유보다 정순왕후 김씨가 영조 곁에 묻히고 싶어 권한을 행사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를 보면 현재 살아있는 사람이 아무리 죽은 후를 예비해 놓아도 사후세계는 마음대로 관장할 수 없다는 교훈을 읽을 수 있다.

 여하튼 슬픔도 아쉬움도 미소로 그려낼 수 있는 우리 민족의 여유와 멋이 돋보인다. 문신과 무신이 조화를 이루어 살아서도 죽어서도 정성을 함께 할 때 역사의 앞날이 밝다는 동행의 미소다.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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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