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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다리

다리 - 신경림(1935~ )

다리가 되는 꿈을 꾸는 날이 있다

스스로 다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내 등을 타고 어깨를 밟고

강을 건너는 꿈을 꾸는 날이 있다

꿈속에서 나는 늘 서럽다

왜 스스로 강을 건너지 못하고

남만 건네주는 것일까

깨고 나면 나는 더 억울해지지만


이윽고 꿈에서나마 선선히

다리가 되어주지 못한 일이 서글퍼진다

맨 앞에서 경계를 넘는 사람들이 있다. 금기에 도전하는 사람들, 고정관념을 깨는 사람들, 한계를 넘는 사람들. 스포트라이트는 매번 그들의 몫이다. 반대로 다리가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 갈라지고 끊어진 곳을, 경계와 경계를 말없이 이어주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등을 타고 어깨를 밟고 건너갈 수 있도록 다리가 되어주는 사람. 본래 조그맣고 겁이 많은 데다 체질적으로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치는 그지만 먼저 강을 건너고 시대를 넘고 싶은 열망이 왜 없었겠는가. 내가 먼저 건너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건너갈 수 있도록 어깨를, 등을, 허리를 기꺼이 내어주는 다리가 되는 사람, 그러고도 꿈에서나마 선선히 다리가 되어주지 못한 일을 못내 서글퍼 하는 사람. 그가 우리 시단의 진정한 서정시인이자 순수시인이고 또 민중시인인 신경림이다. 이제 다리를 보면 멀고 험난한 길을 우리와 함께 오랫동안 동무해온 작은 거인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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