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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천안함 3년, 민주당의 죄업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서울엔 개나리가 피었지만 백령도는 아직 바다가 차다. 해마다 3월이 오면 그 바다가 운다. 잔잔한 날에도 울고 거친 날에도 운다. 로렐라이 소녀처럼 흐느끼고 포세이돈처럼 울부짖는다. 내일이면 천안함 폭침 3년, 올해도 어김없이 46인이 울고 있다.

 기자 생활 29년 동안, 나는 수많은 사건을 목격했다. 그중 가장 충격적인 게 천안함 폭침이다. 북한의 잔인함이나 46인의 비극성 때문이 아니다. 바로 이 나라 제1야당 민주당 때문이다. 정치세력은 곧잘 탈선하곤 한다. 선동·배신·거짓말·비방 그리고 최루탄 폭력…. 이런 것들은 끔직하지만 그래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천안함 부정은 ‘일어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충격적인 것이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대한민국 정통 정당이다. 50여 년 역사와 10년 집권 경험이 있다. 그런 당이 2010년 6월 29일 천안함 폭침을 규탄하는 국회 결의안에 반대했다. 당시는 이미 진실이 드러난 때였다. 북한 어뢰 잔해가 발견됐고 국제조사단의 결과가 나왔다. 미국과 유럽·중남미·아시아 국가들은 진실을 받아들이고 북한을 규탄했다. 그런데 정작 피해 국가의 제1야당은 살인자를 지목하는 걸 끝내 거부했다. 그들은 “조사가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나는 ‘민주당의 맹북주의 6·29’라는 글을 썼다. “굳이 야당 선조들의 철학을 빌리지 않더라도, 공동체가 있어야 야당도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기사가 모는 고급 승용차를 타고, 고급 음식점에서 영양식을 즐기고, 국내외에서 의원님으로 대접받는 것도 다 공동체와 국민 세금 덕분이다. (중략) 그런 민주당 의원들이 공동체를 공격해서 젊은 군인 46명을 죽인 살인자를 규탄하는 걸 거부하고 있다. 엉터리 인사를 조사위원이라고 추천해놓고는 조사단을 믿지 못하겠다고 한다. (중략) 그들은 맹북(盲北)주의라는 미망의 춤을 추고 있다.”

 더 충격적인 건 민주당이 최고 인텔리·지도층이라는 점이다. 나는 의원 87명의 경력을 분석해보았다. 청와대 9, 부총리·장관·차관 15, 언론계 8, 법조계 12, 육군대장 1, 예술인 1명…. 운명의 장난인가, 모두 46명이었다. 그해 10월 나는 ‘천안함 46인, 민주당 46인’이라는 칼럼을 썼다. “민주당 46인은 천상에 가 있는 천안함 수병 46인이 호명하는 이름이다. 민주당은 종교처럼 서민을 외치고 있다. 천안함 46인은 거의 모두 서민의 아들이다. 그들을 죽인 자에 침묵하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오늘도 고급 승용차를 타고 기름진 음식을 먹고 있다.”

 민주당은 오랫동안 북한 소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46인의 어머니들이 절규해도 그들은 꿈적하지 않았다. 민주당에게 천안함은 안보가 아니라 정치였다. 그들은 폭침을 규탄하면 자신들의 햇볕정책이 무너질까 걱정했다. 이는 선량한 다수 국민에 대한 배반이다. 적에게 살해된 국민보다 국민을 살해한 적의 눈치를 본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 국면에 들어서야 폭침을 말하기 시작했다. 결국 진실보다는 표에 굴복한 셈이다.

 대선 후 3개월이 지났다. 당내에선 패배 이유에 대해 여러 분석이 쏟아진다. 친노 독주, 이념 과잉, 중산층 외면, 단일화 갈등…. 하지만 내가 보기에 핵심적인 원인은 다른 데에 있다. 그들이 패한 건 ‘비(非)정상적’이기 때문이다. 남북대화를 추구하더라도 규탄할 건 규탄하는 게 정상이다. 정치투쟁과 안보를 구분하는 게 정상이다. 그게 안 되니 많은 정상적인 유권자가 그들을 거부한 것이다.

 3년이 지났지만 46인은 시퍼렇게 살아있다. 그들은 앞으로도 살아있을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수만 표를 굳게 쥐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백령도 바닷속에 있지만 국가의 중대 고비마다 바다 위로 나올 것이다. 그래서 ‘정의의 결정권’을 행사할 것이다.

김 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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