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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대기업만을 위한 의견 내지 않을 것”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기업 애로 사항이 아니라 ‘국민 애로’를 챙겨 국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전경련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전경련 내부 인사로는 20년 만에 상근부회장에 올랐다. [사진 전경련]
“정책 보고서 중에 ‘기업 애로 사항’이라는 표현이 가장 거슬린다. 앞으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국민 애로’를 같이 챙겨서 국가경제에 미치는 비용·편익을 분석한 다음 골고루 혜택이 가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다.”

 ‘재계의 대변인’으로 불리는 이승철(54)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21일 본지 인터뷰에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것이 전경련의 위상을 회복하는 첫 번째 길”이라고 말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그는 전경련이 새 정부의 창조경제를 뒷받침해 신산업·신기업·신직업을 만드는 데 한 축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이 ‘재계 대변인’이 아니라 ‘국민 대변인’ 같다.

 “계속 재계 목소리를 대변할 것이다. 다만 재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를 위한 재계의 의견을 낼 것이다. 국민경제에 피해를 끼치면서 재계 이익만 도모하지 않겠다. 가령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때 전경련은 대형마트 강제 휴업으로 농어민과 납품 중소기업·영세상인이 5조4000억원대 피해를 겪을 것으로 분석했다. 무조건 대형마트 편만 들지 않았다. 기업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전속 고발권을 감사원·중소기업청 등으로 확대한다는 법안도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 공정거래 사건이 법정으로 가는 데 애로가 많다고 하니 고발권 확대에 수긍한다.”

 -전경련이 달라진 것인가.

 “자유주의 경제학의 제일 목표는 국민 복리의 극대화에 있다. 기업만의 이익보다 온 국민의 복리 증진이 우선이다.”

 - 그래도 반기업 정서가 뿌리 깊다.

 “불협화음이 생기는 근본 원인은 살기 힘든 세상이 돼서 그렇다. 청년들은 취업하기 힘들고 자영업자는 장사하기 어렵다. 베이비부머들은 노후 걱정이 태산이다. 새로운 재도약의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파이를 나누는 정책은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근본적인 치유 방법은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새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을 환영한다.”

 -기업 쪽에서 보는 창조경제는.

 “한국은 특정 산업에서 세계 1·2위를 다투지만 일부는 황무지 상태다. 예컨대 운송수단에는 비행기와 헬기·자동차·오토바이·자전거·유람선·화물선 등 숱하게 많다. 한국은 자동차와 화물선에서는 세계 톱 클래스이지만 나머지는 세계 시장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다. 자전거와 오토바이 등은 엄청난 첨단 산업이 아니다. 100년 전부터 이미 존재하는 산업(well-known industry)인데 우리에겐 전혀 개척되지 않은 분야(never-developed industry)다. 이런 시장에서 성공 스토리를 만들면 새로운 블루오션이 된다.”

 -대부분이 성숙 시장이다.

 “세상에는 성숙 시장도, 포화 시장도 없다. 전경련이 1990년대 초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운영하면서 50억원을 출연해 신발연구소 설립을 지원했다. (사양 산업이라는) 신발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최근 한국 신발업계는 워킹화를 만들어 보란 듯이 부활하지 않았나. 선진국에 가면 한 집에 2대 이상 자전거가 있다. 하나는 10만원짜리 저가 제품이지만 다른 하나는 200만원짜리 레저용이다. 후자는 대부분 독일·미국·대만산이다. 이 시장을 공략하자는 것이다. 한국은 철강과 금속·플라스틱 같은 3대 기초 소재를 가장 잘 만드는 나라다. 우리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런 블루오션을 찾아내는 것이 창조경제의 내용이다.”

 -정부 정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박정희 정부가 ‘관개 농업’을 했다면 그 뒤의 정부는 ‘천수답 농업’을 했다. 정부 주도라고 비난받지만 박정희 정부는 정유·철강·조선 등 ‘프로젝트 기반형’ 정책을 펼쳤다. 불행히도 그 다음 정부부터는 금융과 복지·노동 분야에서 좋은 정책을 만들어놓고 투자가 하늘에서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특혜 시비나 의혹이 생길 수 있어서다. 그 시장을 복원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투명하고 합법적으로 신산업 정책을 추진해 신직업과 신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김우중 회장 때부터 15년째 회장단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데.

 “역대 전경련 회장들의 첫 번째 고민은 ‘우리 기업인은 외국에 나가면 영웅 대접을 받는데 왜 한국에서만 비판받느냐’였다. 이런 숙제를 풀기 위해 숱한 노력을 했다. 다음 달 발족하는 전경련 발전위원회도 그런 시도다. 국민과 불신이 생긴 원인과 해법·실천 방안을 구할 것이다. 심지어 회장단 회의의 결과물이 ‘전경련이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듣고 싶은 얘기’가 되도록 바꿀 것이다. 허창수 회장도 이제부터는 과거보다 더 많은 목소리가 전달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90년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들어갔다. 전경련으로 옮긴 것은 99년이다. 지난달 21일 전경련 정기총회에서 전경련 출신으로는 20년 만에 상근부회장에 선임됐다. 스스로 “뼛속까지 시장경제주의자”라고 말한다. 그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어도 국민이 의심하고 있다면 무엇이든 고치겠다는 각오로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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