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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영어거리, 1년 안돼 문 닫을 판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범어지하상가의 영어거리인 ‘E-스트리트’ 모습. 영어거리는 영어로 말하며 물건을 살 수 있는 도심형 영어 체험학습장이다. 하지만 이용객이 적어 운영업체가 임대료를 내지 못하자 대구시가 최근 임대계약을 해지했다. 영어거리에는 39개 점포 중 9곳만 문을 열어 분위기가 썰렁하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범어지하상가. 빨강·파랑 등 원색으로 꾸며진 점포들이 눈길을 끈다. 자동차 모양의 키즈클럽인 ‘토키버스(Talky Bus)’와 비행기의 좌석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항공기탑승 체험장 등 시설도 가지가지다. 액세서리점·전통찻집 등에선 영어로 음식을 주문하고 물건을 살 수 있다. 지난해 4월 대구에서 처음 문을 연 도심형 영어거리 ‘E-스트리트’다. 하지만 주 고객인 어린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세네갈 출신의 아프리카 공예품 판매점 주인은 “나이 든 사람이 가끔 찾을 뿐 어린이는 거의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어거리가 개장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대구시가 운영업체인 ㈜판테온대구도심영어거리의 임대료·관리비 체납을 이유로 최근 임대계약을 해지했기 때문이다. 시에 따르면 업체 측이 지난해부터 세 차례 임대료 1억2100만원을 연체했고 관리비도 제때 내지 않는 등 연체금액이 2억600만원에 이른다. 업체 측은 지난해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영어거리를 임차했다.

 이는 이용자가 적기 때문이다. 범어지하상가 주변에 학교가 적어 영어회화를 배우려는 학생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영어거리의 39개 점포 중 상시로 문을 여는 곳은 9개뿐이다. 영어거리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강사의 자질도 문제로 꼽힌다. 일부가 미국·영국·호주 등이 아닌 터키·인도 등 비영어권 출신이어서다. 입지를 문제 삼는 견해도 있다. 대구시의회 이재녕 문화복지위원장은 “영어거리가 들어서기 부적절한 상업지역에 만들어진 데다 유료로 운영해 한계가 있었다”며 “처음부터 이런 우려가 제기됐지만 시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운영업체와 시는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업체 측은 시의 약속 위반을 문제 삼았다.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전체 72개 점포 중 영어거리 옆 점포들을 각국의 문화원으로 꾸미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교육청과 협조해 어린이들의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운영업체는 영어거리 시설물을 시에 기부하고 일정 기간 무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각국의 풍물시장을 조성해 영어거리를 살려 놓겠다는 것이다. 황보진호 대표는 “시설비와 외국인 직원 인건비로 들어간 돈이 31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시는 업체 측이 운영을 잘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반박했다. 프로그램이 단순해 주목을 받지 못하는 등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시 정명섭 도시주택국장은 “업체 측이 점포를 원상태로 반환하지 않을 경우 점포 명도소송을 낼 방침”이라며 “점포의 활용 방안은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범어지하상가=범어동에 아파트를 지은 업체가 주민들이 지하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하보도 겸 상가를 만들어 2010년 1월 대구시에 기부했다. 길이 370m에 폭 17m의 지하도를 따라 72개 점포가 들어서 있다. 시는 상권이 형성되지 않자 39개를 영어거리로, 나머지는 세계 각국의 자료를 전시하는 문화원과 예술가의 창작공간으로 활용키로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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