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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서 찍은 사진 보면 왜 절로 흐뭇해지는 걸까

저자: 신수진 출판사: 중앙북스 가격: 1만8000원
고백하건대 현대 미술만큼이나 봐도 봐도 잘 모르겠는 것 중 하나가 사진이다. 섬세하게 잘 찍은 풍경 사진에 감탄하다가도, ‘이걸 그림으로 그리지 않고 굳이 사진으로 찍은 이유가 뭘까’ 싶어진다. 디지털카메라가 집집마다 있는 시대여서인지 ‘예술’ 딱지가 붙은 사진에 대한 뜨악한 마음은 더하다. 내가 찍으면 그냥 사진이고 작가가 찍으면 작품인가 싶은 생각마저 드니 말이다. 그래서 예술엔 매개자가 필요한 법인가. 국내 최초로 사진과 심리학을 접목시켜 사진심리학이란 분야를 개척한 저자는 이론이나 기술이 아니라 마음으로 사진 보는 법을 찬찬히 일러준다.

저자가 가려 뽑은 작가 35명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이들부터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신진까지 다양하다. 이 책만 읽어도 ‘컨템퍼러리 한국 사진’은 깔끔하게 정리한 느낌이다. 글의 첫머리는 동양인 최초로 세계 최고의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 편집장이 된 김희중(미국 이름 에드워드 김)이 연다. 그가 고교 1학년 때 찍은 ‘봉은사 가는 길’은 전국 규모 공모전에서 특선을 차지한 작품이다.

당시의 공모전은 경치 좋은 곳에 모델을 세워놓고 찍는 촬영대회였는데 소년 김희중의 시각은 그때부터 좀 남달랐던 모양이다. 수백 명의 성인 참가자들이 강가에 띄워둔 나룻배와 모델을 찍고 있을 때 그는 혼자 강을 건너 반대편으로 가서 지게를 지고 걷는 아낙과 어린 아이를 촬영했다.

저자는 이 사진을 “우리가 잊고 있었던 설렘과 긍정이 가득한 1950년대의 기억”이라고 평한다. 50년대 하면 으레 전후의 가난과 고통을 떠올리는 고정관념을 넘어선 작가의 남다른 정서적 접근에 주목한 것이다.

저자가 작가들의 접근법을 눈여겨본 배경에는 대학 입학 후 부푼 마음을 안고 들어간 사진 동아리에서 좋은 사진의 ‘정답’을 알려주던 선배들에 얽힌 개인사가 있다. 파고다 공원에선 장초점 렌즈로 조리개를 열고 주름진 할아버지의 얼굴을 클로즈업할 것, 명동 밤 촬영 땐 감도 400짜리 필름을 쓸 것, 벚꽃 가득 핀 교정을 담을 땐 반드시 노출 보정을 할 것…. 저자는 그런 정답에선 즐거움을 찾을 수 없었고 대신 자신이 신나서 찍은 사진에 다른 사람을 흐뭇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털어놓는다.

그래서 이 책의 가치는 어쩌면 “좋은 카메라가 아닌 남다른 눈을 가진” 작가들을 만남으로써 창의성은 학습지나 유명 학원이 키워주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우리가 공유하는 데 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들의 남다른 눈은 좀 더 다르게 생각하고 해석하려는 부단한 노력에서 나왔으니까. 더불어 사진이라는 실용학문과 심리학이라는 인문학을 접목하는 쉽지 않은 여정을 걸어오면서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애쓰던 저자 자신의 이야기도 진솔하게 다가온다.

한국 사진작가 하면 주명덕·배병우·구본창·오형근·민병헌 등에서 머물던 좁은 시야를 틔워주는 재미도 있다. 피사체의 크기를 변화시켜 독특한 공간을 만들어낸 배종헌(‘도시농부 유유자적’ 시리즈), 환상과 허구의 실현을 디지털 합성을 이용해 흥미롭게 이뤄낸 원성원(‘드림 룸’ 시리즈),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미적 표준에 맞춰 시대별로 변형되고 복제된 모던 걸을 조명한 난다(‘콩다방’ ‘발리우드식 군무’) 등이 그들이다. 작가 명단을 챙겨뒀다가 전시회가 열리면 보러 가야겠다. 이번엔 한결 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그들의 사진을 볼 수 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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