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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구걸하지 말지니

요즘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그야말로 위안과 힐링, 치유 일색이다. 그만큼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사회라는 얘기겠지만, 한편으로는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온통 행복 타령만 하는 것 같아 좀 허전하다.

스콧 니어링(Scott Nearing·1883~1983) 헬렌 니어링(Helen Nearing·1904~95) 스콧은 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며 왕성한 저술 및 강연 활동을 하던 중 어린이 노동 착취와 제국주의 전쟁에 반대하다 해직됐다. 스콧이 가장 힘든 시기에 만난 헬렌은 명상과 우주 질서에 관심이 많던 음악도였다. 스콧은 100세 생일이 지난 뒤 곡기를 끊고 위엄 있게 죽음을 맞았다.
“그렇다면 당신은?” 하고 묻는다면, 이런저런 설명 대신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Living the Good Life)』을 읽어보라고 하겠다. 이 책은 두 사람이 1932년부터 스무 해 동안 버몬트 숲 속에서 생활한 기록인데, 사실 이들 부부만큼 행복한 삶을 산 경우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행복이나 위안 따위의 단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이 원한 것은 그런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골로 들어갈 때 스콧은 직장을 잃고 제도권에서도 완전히 쫓겨난 상태였다. 돈도 별로 없는 상태에서 두 사람은 자급자족하는, 어떤 불황에도 끄떡없이 견딜 수 있는 독립된 경제를 꾸려나가기로 했다. 게다가 더 많은 자유를 누리며 건강하고 바르게 살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렇게 해서 해마다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시간은 여섯 달로 줄이고, 나머지 여섯 달은 여행과 글쓰기, 연구를 하는 데 썼다.

“우리는 어느 순간이나, 어느 날이나, 어느 달이나, 어느 해나 잘 쓰고 잘 보냈다. 우리가 할 일을 했고, 그 일을 즐겼다. 충분한 자유 시간을 가졌으며, 그 시간을 누리고 즐겼다. 먹고살기 위한 노동을 할 때는 비지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결코 죽기 살기로 일하지는 않았다. 더 많이 일했다고 기뻐하지도 않았다. 사람에게 노동은 뜻있는 행위며, 마음에서 우러나는 일이고, 무엇을 건설하는 것이고, 따라서 기쁨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 삶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경제 활동이 지겹고 짜증나는 것이라면 무슨 살맛이 나겠는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도 말하지 않았는가? 밥벌이를 직업으로 삼지 말고 도락으로 삼으라고. 우리가 날마다 하는 일, 바로 그것에서 스스로 즐거움을 얻는다면 그게 진짜 참된 삶일 것이다.

이 책은 소로의 『월든』처럼 일종의 실험서다. 용기를 내서 땅에 뿌리내리고 사는 단순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진지하게 시도해본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집터를 고르고, 돌집을 짓고, 농사를 짓고, 살림을 꾸려가고,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시시콜콜 상세하게 적어두었다. 귀농 참고서로 읽어도 적지 않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명심해야 할 점이 있는데, 두 사람은 돈 벌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경제 활동을 하는 목적은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라 먹고살기 위한 것이다. 돈은 어디까지나 교환수단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입는 것들이지 그것과 맞바꿀 수 있는 돈이 아니다. 그리고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돈을 얻으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면서 이런 인용구를 덧붙인다. “세상에는 우리가 돈보다 더 탐닉할 수 있는 많은 사치품이 있다. 그것은 고마워할 줄 아는 마음, 시골생활, 마음이 끌리는 여성 같은 것이다.”

사실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는 이제는 도저히 구할 수 없는 옛날 책에서 뽑아낸 주옥같은 경구(警句)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인데, 하나만 보자.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자기 밭에서 나는 채소와 과일을 먹는 사람은 자기 밭을 갖고 있지 않은 부자보다 훨씬 더 좋은 것을 먹는다.”(1826년 출간된 루던의 『밭농사 백과사전』)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 돕는 공동체 마을을 만들어보겠다는 시도에서는 실패했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하지는 않는다. “어떤 일을 하는 보람은 그 일이 쉬운가 어려운가, 성공할 수 있는가 아닌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희망과 인내, 그 일에 쏟아붓는 노력에 있기 때문이다. 삶을 넉넉하게 만드는 것은 소유와 축적이 아니라 희망과 노력이다.”

이들은 1952년 버몬트 숲에 스키장이 생기고 관광객이 늘어나자 공들여 지은 돌집과 직접 개간한 밭을 놔둔 채 메인 주의 또 다른 시골로 들어간다. 여기서도 역시 자급자족하며 하루하루를 신선한 도전이자 모험으로 살아갔는데, 이렇게 스물여섯 해를 산 기록이 후속편 『조화로운 삶의 지속』이다.

이 책에서도 두 사람은 슬기롭게, 그리고 느긋하게 살라고 조언한다. “여유를 가져야 한다. 힘을 모아야 한다.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차근차근 계획해야 한다. 한 번에 한 발짝만 떼어야 한다. 그리고 다음 일을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그러면 언젠가는 반드시 열매를 거둘 수 있다.”

이 글을 쓸 당시 스콧은 96세, 헬렌은 75세였는데, 저녁을 먹은 다음 헬렌은 스콧에게 이런 구절을 읽어주었다고 한다. “삶은 죽음을 향한 순례다. 시작 그 순간부터 죽음이 오고 있다. 탄생의 순간부터 죽음은 당신을 향한 출발을 시작했다. 삶은 다만 죽음을 향한 순례이므로 죽음은 삶보다 더 신비로운 것이다.”

두 사람 다 열정이 넘치는 넉넉한 삶을 살다 더 신비로운 영역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들은 행복을 구걸하지 않았다.


박정태씨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서울경제신문, 한국일보 기자를 지냈다. 출판사 굿모닝북스 대표이며 북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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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