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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재 칼럼] 너무 짧은 자숙의 시간

지난 23일자 중앙일보 주말판 20면에는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는 연예인들의 ‘나눔 프로젝트’ 기사가 크게 실렸다.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 케냐에서 우물 개발에 참여한 한지혜, 베트남 산간 마을에서 교육봉사를 하는 슈퍼주니어 강인, 결손가정 아이를 돕기 위해 재능기부에 나선 김희선, 독거노인 복지를 위해 카메라 앞에 선 한효주와 이요원 등 40여 명의 연예인이 기부와 나눔을 실천하고 있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김장훈, 차인표·신애라 부부, 션·정혜영 부부 등 본업보다 나라 사랑과 이웃 돕기에 더 열성적인 연예인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이야말로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더 큰 사랑으로 보답하는 숨은 애국자요, 박애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요즘 인기 정상의 MC 김용만씨가 인터넷 도박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충격이다. 그는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서 최근 5년 동안 10억원을 베팅해 수억원을 잃었다고 한다. 김용만씨는 5개의 지상파 및 종편 채널에 출연하면서 거액을 벌어들이고 있는 스타 방송인이다. 그런 그가 뭐가 아쉬워서 도박에 손을 댔는지 알 수 없지만, 방송 출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사람이 언제 방송 준비를 하고, 도박을 할 시간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예전에 스캔들을 일으킨 다른 연예인들처럼 그도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며 방송 하차 의사를 밝혔다. 팬들은 사고만 터지면 “반성하고 자숙하겠다”고 머리를 조아리는 연예인들의 행태에 신물이 난다. 몇 달간 자취를 감췄다 슬그머니 나타나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도박 연예인은 김씨가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온·오프라인,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도박을 일삼다 적발된 연예인들이 허다하다. 이들은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 속성상 극도의 긴장과 불규칙한 스케줄 때문에 도박에 빠져들었다고 해명한다. 어이없는 변명이다. 그런 식이라면 일용 노동자와 비정규직, 알바생들은 맨날 도박에 매달려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연예인들의 일탈은 도박뿐만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스캔들이 터져 나온다. 얼마 전에는 가수 고영욱과 배우 박시후가 각각 성추행·성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거나 수사를 받고 있다. 몇몇 여성 연예인은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기소됐다.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된 프로포폴을 최대 100여 차례나 맞고도 미용 목적이라고 혐의를 부인하는 모습에서 할 말을 잃게 된다.

 연예인들 스스로의 표현대로 그들이 공인(公人)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팬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을 생각하면 이들에게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할 권리가 팬들에게도 있을 것이다. 도박·성추문뿐만이 아니다. 병역비리, 마약, 폭행, 음주운전도 연예인들의 단골 메뉴다. 툭 하면 불법·탈법을 저지르고, 일정 기간 자숙한다는 핑계로 골프 치고 여행 다니다가 태연자약하게 방송에 복귀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이제 비행 연예인들이 방송 출연에 제한을 받도록 엄하게 규정을 둬야 할 때가 됐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하고 따르는 수많은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그런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요즘 청소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직업군이 연예인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지 않은가.

 연예인뿐 아니라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성’ 문제가 요즘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 불법·비리와 추태를 보면서 우리 사회 전체가 어디까지 오염됐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고매한 인권운동가인 줄 알았는데 트위터 글을 보면 성희롱에다 꼭 변태 성욕자의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남의 논문 표절한 것쯤은 애교로 보인다. 미래 세대의 롤 모델은커녕 변칙과 반칙의 화신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들에게 “차인표가 돼라, 한지혜를 본받아라”고 주문할 마음은 없다. 다만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면 방송에 얼굴을 내밀 생각도, 장관이나 정치인이 될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게 불황에 지친 국민을 이중·삼중으로 괴롭히지 않는 최소한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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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