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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진·윤종신도…현직 판검사 1위 학교는

대원외고 입학식이 열린 지난 4일 문귀호 총동문회 사무국장(2기)이 모교를 찾았다. 그는 “1기 졸업생이 40대 중반이다 보니 이제 조금씩 동문회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경기고·서울대의 이니셜을 딴 ‘KS 라인’은 인사 때마다 등장하는 상투어다. 최근 이런 과거 명문고의 아성을 맹렬히 추격하는 학교들이 있다. 1984년 개교한 신흥 명문고인 대원외국어고가 대표적이다. 올해 대원외고는 가장 많은 법조인을 배출했다. 현직 판·검사만 129명에 달한다. ‘DS(대원외고·서울대) 라인’이란 단어가 유행하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에선 “아직 승진 걱정해야 할 세대들인데 쓸데없이 견제만 받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지각하면 영어 명심보감 암기 벌칙

 20일 오전 7시20분 서울 광진구 대원외고 교문. 대치동 등 서울 각 지역에서 학생들을 나르는 봉고차가 줄을 이었다. 학생들의 일과는 청소로 시작한다. 주번을 정하지 않고 전교생이 매일 정해진 구역을 청소한다. 수업은 오전 8시20분 시작된다. 쟁쟁한 학생들이 모인 만큼 경쟁은 치열하다. 3학년 문현군은 “처음 학교에 왔을 때 거의 모든 학생이 쉬는 시간에도 자리에 앉아 공부하는 모습에 놀랐다”며 “사법시험 등에 왜 이리 많이 합격하는지 알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영어수업 때는 ‘오만과 편견’ ‘위대한 개츠비’ 등 고전을 원서로 읽는다. 영어로만 진행되는 회화시간엔 TED 등 해외 시사 이슈를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정규수업이 전부가 아니다. 오후 6시 일반 교과수업이 끝나면 해외 대학 입시를 위한 보충교육이 이어진다. 전교생의 10~15%가 참여하는데 영문학·작문 등을 해외 명문대 출신 외국인 교사가 직접 가르친다. 보충수업과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는 오후 10시가 되면 학생들은 다시 봉고차를 타고 집으로 흩어진다. 규율도 엄격하다. 지각하거나 두발이 불량한 학생은 벌로 명심보감을 외워야 한다. 영어로 번역한 명심보감을 외우게 하기도 한다. ‘품격’ 교육도 강조한다. 지난달 25일엔 2학년생들이 음성 꽃동네로 단체 봉사활동을 떠났다. 3학년생은 군 체험 캠프를 갔다.

 공부만 시키는 건 아니다. 2학년 조수아양은 “일반 학교보다 서클 활동을 적극 지원해주고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고 전했다. 조양은 영화 제작 서클에서 틈틈이 영화를 만들고 있다. 1학년은 매주 수요일 수업시간에 2시간씩 골프·라크로스 나 전통악기를 배운다. 보컬 트레이닝을 받을 수도 있다.

 매년 8월께 여는 축제도 대원외고의 전통이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과별로 준비하는 전통춤 공연이다. 중국어과는 남학생이 쿵후 시범을, 여학생이 치파오를 입고 전통춤을 추는 식이다. 2학년이 1학년을 가르치도록 해 선후배 간에 끈끈한 정을 쌓는 기회이기도 하다. 15기 동문 이혜인씨는 “당시엔 ‘이게 뭐하는 건가’란 생각도 들었지만 스트레스도 풀리고 선후배와도 친해질 수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졸업식엔 사복을 입고 참석하는데, 식후엔 과마다 압구정동·강남역 등지에서 파티를 열며 스트레스를 푼다.

총동문회 5개 분과 … 한두 달마다 모임

 대원외고 졸업생은 1만5818여 명이다. 올해 83명이 서울대에 합격했다. 서울과학고 다음이다. 개교 이래 서울대 진학생은 2500여 명으로 전체 졸업생의 16%에 달한다. 해외 명문고 진학생도 국내 고교 중 가장 많다. 지난해엔 88명이 하버드대 등 해외 명문대에 진학했다. 2007년 월스트리트저널 특집기사에서는 아이비리그 대학에 많이 진학시킨 고교(13위)로 소개됐다. 40위까지 매긴 순위에 국내에선 대원외고와 민족사관고 등 두 곳만 포함됐다. 동문들이 많다 보니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동문 모임도 활발하다.

 ‘명문고의 척도’로 여겨지는 법조인 진출자도 고교 1위다. 법률신문이 발간한 ‘2013년판 한국법조인대관’을 보면 전체 법조인 2만1717명 중 대원외고와 경기고 출신이 각각 460명으로 가장 많았다. 따로 집계하지 않는 국제변호사를 합치면 이 수는 훨씬 더 늘어난다. 일각에서는 이미 편중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개교이후 행정고시 합격자는 231명이다. 외무고시 합격자(35명)도 단일 학교로는 가장 많다. 공인회계사 합격자는 375명, 경찰 간부로 활동하는 경찰대 출신도 100명이 넘는다. 그야말로 각계에 고루 진출해 있는 셈이다.

 굴지의 대기업 자제들도 동문에 포함돼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3기)가 대표적이다. 가수 윤종신(2기)씨와 배우 유준상(3기)씨 등 연예인도 적잖다. 최윤영 아나운서 등 언론계 진출도 활발하다. 골프 특기생을 뽑은 뒤로 최나연·유소연 선수도 배출했다. 대원외고 소개 책자엔 “국내외 각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명실상부한 파워 엘리트의 산실”이라고 적혀 있다.

 이런 동문들을 한데 묶으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지난해 12월 건국대 새천년관. 오후 7시부터 대원외고 동문 300여 명이 모였다. 매년 열리는 ‘송년의 밤’ 행사다. “외고 죽이기란 말도 나오는 상황에서 내년 개교 30주년을 맞아 동문회가 의미 있는 일을 해봅시다.” 간단한 인사말이 끝나자 레크리에이션이 진행됐고, 자리는 술집으로 이어졌다.

 대원외고 1기 졸업생의 나이는 만 45세, 대학은 87학번이다. 문귀호 총동문회 사무국장(2기)은 “이제 조금씩 동문회가 활성화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운영도 다른 외고에 비해 체계적이다. 총동문회는 경제언론·법조·행정·여성·의학 등 5개 분과별 위원회를 따로 운영한다. 매년 한두 차례 300여 명이 모이는 총동문회 행사가 열리고 한두 달에 한 번씩 분과위원회별로 모임을 연다. 분과별 모임엔 많게는 200여 명이 참석한다. 법조동문회에 줄곧 참여하는 한 변호사(14기)는 "매번 100명가량 모이는데, 조금은 어색한 총동문회와 달리 분과 모임은 비슷한 직업군끼리 모여 분위기가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동문회는 사회에 갓 진출한 졸업생들을 같은 분야 선배들과 연결해 주는 멘토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국회에서 일하는 이혜인씨는 "어느 직종에 가든 고교 선배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며 “멘토로 한두 마디씩만 들어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에 근무하는 14기 졸업생 김모씨는 “들어와 보니 변호사뿐 아니라 공인회계사, 미국 변호사 등 동문이 10명이 넘더라”고 전했다. 11기 졸업생 장모씨는 “동문이 많다 보니 대학에서도 단과대별로 모임이 만들어질 정도”라며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경영학과나 법학과 등엔 학번마다 20~3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대원외고가 성역이냐” 비판 목소리도

 야구·낚시 등 취미 모임에 최근엔 페이스북 등을 통한 번개 모임도 잦은 편이다. 동문들 직장이 몰려 있는 광화문·여의도 등 지역별 소모임도 활발하다. 여의도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한 졸업생은 “연락이 와 가보면 비슷한 업계에서 일하는 동문 수십 명이 모여있곤 했다”며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등 모임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동문이 적잖다”고 전했다. 대학원 재학 중인 18기 이모씨는 “남녀 공학인 데다 외국에 나갔다 온 학생이 많아 아무래도 개방적인 분위기가 강하다”며 “대학에서도 다른 동문회에서는 선배가 후배 군기도 잡고 하는데 우리 동문회에선 그런 게 전혀 없다”고 전했다.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김일형 대원외고 교장은 “동문회나 학부모 모임에 가면 ‘끼리끼리 몰려다니며 학연을 부각시킨다는 비판이 커지면 최악의 경우 학교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생 선발권을 박탈당하는 등 극단의 조치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란 얘기다. 김 교장은 “실제로 행정부나 경찰 등에서는 동문들이 국장·총경 승진을 앞두고 있는데 학교 이미지가 나빠지면 뜻하지 않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원외고 졸업생이나 학부모 중 사회 유력인사가 많아 이미 혜택을 보고 있다는 시선도 적잖다. 2011년엔 대원외고 학부모들이 3년간 20여억원의 찬조금을 모아 학교 측에 건넨 사건을 검찰이 무혐의 처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검찰 주변에선 대원외고 출신 검사들이 많다 보니 그런 결정이 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검찰이 사학비리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가에선 “대원외고가 성역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외교부 등 대원외고 출신이 많은 정부 부처에서는 내부 동문 모임을 열다가 주의를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문회 관계자는 “동문들끼리 모이면 언행을 항상 조심하자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10년쯤 지나면 요직에 진출하는 동문이 크게 늘어날 텐데 그때 동문회가 기존의 다른 명문고 동문회와 얼마나 차별화될지는 동문들이 앞으로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상화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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