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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김관진…육사 두 동기의 엇갈린 운명

김병관(左), 김관진(右)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자진 사퇴했다. 지명 38일 만이다. 그와 평생 라이벌이던 육군사관학교 28기 동기 김관진 장관과 운명이 엇갈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관진 장관을 유임시켰다.

1948년 국방부 창설 이후 국방장관이 유임된 건 처음이다. “이제 지방에 내려가 좀 쉬겠다”면서 국방부 장관 공관의 살림살이까지 옮겨놓았던 김관진 장관이었다. 엇갈린 운명의 김병관 후보자는 “머리를 좀 식히겠다”며 지방으로 내려갔다.

 김 후보자는 21일 밤까지만 해도 완강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전 임시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 4층으로 출근한 뒤 107자짜리의 두 문장을 정리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에게 전달하라고 했다. “그동안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이 시간부로 국방부 장관 후보자 직을 사퇴하고자 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자진사퇴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상 지명철회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21일 밤 청와대는 김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하라”는 뜻을 전 했다고 한다.

 북한의 핵 위협 속에 이렇게 국방장관 문제가 교통정리 되기까지엔 38일이 걸렸다. 막전막후(幕前幕後)에선 청와대와 군, 야당이 얽힌 힘 겨루기가 있었다.

 지난달 13일 내정이 발표되자마자 김 후보자는 민주통합당의 공격을 받았다. 현역 대장 출신으로 은퇴 후 무기중개업체에 근무한 점, 반포 재건축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당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측이 “박근혜 당선인의 뜻은 확고하니 걱정 말고 적극 대응하라”는 언질을 줬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후 30여 가지의 의혹을 쏟아내며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기류도 조금씩 바뀌었다.

 박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털고 가기로 결심을 굳힌 계기는 19일 불거진 ‘거짓말’ 논란이었다. 김 후보자는 미얀마 투자회사인 KMDC 주식을 갖고 있었으나 인사청문위원들에게 자료를 보내지 않았고, 미얀마 방문 사실도 은폐했다는 의혹을 샀다.

청와대 관계자는 “결국 거짓말은 안 된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했다”며 “본인이 KMDC와 별 관계가 없다고 해명을 했는데도 같이 미얀마에 가서 찍은 사진이 나오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의 연루설까지 나오면서 ‘안 되겠다’는 분위기로 반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KMDC 논란이 없었어도 김 후보자는 경질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관진 유임 카드는 논란이 벌어지기 하루 전인 18일부터 검토됐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각종 의혹으로 난타당하면서 군 내부에서도 신망을 잃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가 새로운 카드를 찾기 시작했다”며 “인사청문회가 8일 끝났지만 그래서 그동안 임명장을 안 준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에 대한 여론을 결정적으로 악화시킨 건 천안함 폭침(2010년 3월 26일) 다음 날 골프 치고(중앙일보 2월 27일자 1면), 연평도 포격전(11월 23일) 직후 일본 온천여행을 한 사실(중앙일보 3월 7일자 12면) 이 드러나면서였다. 이 문제는 보수층마저 등을 돌리게 했다.

이 과정에서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갈등설도 불거졌다. 김 후보자와 관련된 30여 건의 제보가 터져나오면서 “김 후보자를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설이 나왔다. 김장수 실장과 불편한 사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2006년 11월 육군참모총장이던 김장수 실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이동한 뒤 당시 별 넷을 단 육사 28기 동기생 가운데 김관진 3군사령관은 합참의장으로, 박흥렬 육군참모차장은 총장으로 승진성 인사를 한 데 반해 김 후보자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으로 발령이 났다. 이후 둘 사이가 서먹서먹해졌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김장수-김관진-박흥렬 라인은 이번에도 이어지게 됐다.

이에 김장수 실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럼 (내가 김 후보자는) 탁월한 후보자라고 떠들고 다녔어야 했느냐. 답답하다”고 했다.

정용수·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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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