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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배병우·구본창 … 사진작가 34명의 위안

마음으로 사진 읽기
신수진 지음, 중앙북스
352쪽, 1만8000원


사진과 마음. 별 상관이 없어 보이는 두 단어가 만나 한 권의 책이 됐다. 저자 신수진(45·연세대 인지과학연구소 연구교수)씨는 사진심리학자로, 사진과 심리학을 동시에 공부한 흔치 않은 경력을 가지고 있다. 사진평론가로, 큐레이터로도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책은 전문 평론서가 아니다. 진정성과 통찰이 잘 어우러진 에세이풍의 글이다. 책 속의 사진을 따라가보면, 마치 한편의 잘 짜인 전시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사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기술이다.”

 저자의 이런 주장은 사실 지나치게 매혹적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 이는 거의 모든 시각예술의 꿈이다. 도대체 사진이 어떻게 그렇게 한다는 것인가.

 이 대목에서 지은이는 현대사진의 본질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사진은 “현실로부터 비롯된 것이면서 동시에 허구”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사진 이미지는 찍은 사람의 선택에 의해 간추려진 현실”이다. 사실 사진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점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공공연한 이야기였다.

 이점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다. 저자는 긍정적인 답을 내린다. 선택이란 사진을 찍는 사람이 현실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동네 개구쟁이도, 마을의 슈퍼도, 서로 사랑하는 커플들도, 길가의 풀섶도, 황무지도 사진이 된다. 사진에 찍힘으로써, 과거는 박제가 되고, 모든 사물들은 구경거리가 된다. 매체 비관론자들이 통렬하게 비판하는 대목을 저자는 거꾸로 사진이 우리에게 주는 위안이라고 설명한다.

 사진은 과거를 하나의 사물로 만들지만, 그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 그 사물들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 사람의 시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평범한 한 순간을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기에 사진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반복할 수 없는 과거이기에) 슬프고도 아름다운 선물”이다. .

 예술가들은 현실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서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여기서 아름다움이란 정형화된 게 아니라, 우리가 공감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모든 정서적인 것을 포괄하는 말이다. 예컨대 소제목으로 쓰인 기억, 관계, 꿈, 떠남, 즐거움, 감각 같은 것을 말한다.

 저자는 현대미술의 딱딱한 담론으로 사진을 읽는 대신 가장 상식적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몇 개의 개념으로 이갑철·배병우·구본창·민병헌·원성원·김옥선 등 34명 작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예술가들이 “새롭게 발견한 아름다움”에 우리는 “정서적인 공명”을 일으킨다. 이 정서적 공명은 “우리들 각자의 마음 속에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기 힘들어 숨겨둔 사연”이 있기 때문에 가능해지는 것이다. 사진을 보는 것은 그러므로 남의 추억을 훔쳐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는 소중한 경험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예술가들에 대한 존경과 동경을 숨기지 않는다. 책 말미에는 우리를 대신해 새로움을 위해서, 아름다움을 위해서 “가난하게, 천진하게, 처절하게, 후회 없이” 살아가는 “고마운 존재들”인 예술가들을 위한 아낌없는 헌사가 붙어있다. “저는 자주, 그들이 부럽습니다”라는 겸손한 고백으로 책은 끝을 맺는다. 오랫동안 사진을 공부하며 위안을 얻었던 것에 대한 정당한 감사다. 

이진숙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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