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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낙마 11번째 … 여당도 “청와대 검증팀 문책을”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관진 국방부 장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허태열 비서실장, 박 대통령, 신제윤 금융위원장,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박흥렬 경호실장,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능력이나 전문성 위주로 인사를 한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냐를 더 따지는 것 같다.”

 지난달 총리 후보직에서 물러난 직후 김용준 전 인수위원장이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 “처음 총리직 제의를 받았을 때 두 아들의 병역 면제 사실을 알리며 고사했지만 (박 대통령의) 뜻이 굳어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의 말대로 박근혜 대통령은 전문성과 함께 믿고 일할 수 있느냐를 인선의 주요한 기준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이런 인사 스타일이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성(性) 접대 의혹에 연루됐던 김학의 법무차관이 사퇴한 지 하루 만인 22일 38일을 버텨온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가 결국 자진 사퇴했다. 앞서 ‘정치권 난맥상’을 비판하고 미국으로 떠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주식백지신탁 문제로 사의를 표한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등 장·차관급 인사만 벌써 5명째다. 인수위 시절 최대석 인수위원의 사퇴와 청와대 비서관 인사 혼선까지 포함하면 ‘인사(人事) 사고’는 11건에 이른다.

 왜 이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는 걸까. 우선 인사 검증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전에 의혹들이 걸러지지 못한 데 있다. 김병관 후보자나 김학의 차관, 황철주 내정자 등이 다 이런 경우다. 김병관 후보자의 경우 청문회를 전후해 숱한 의혹들이 쏟아졌다. 사전 검증 단계에서 충분히 알 수 있는 기본 사항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김 후보자의 지명을 강행한 것은 인사 검증팀이 이런 하자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거나 대통령의 의중만 살피느라 검증의 잣대를 제대로 들이대지 못한 것이란 지적이다. 황철주 내정자의 백지신탁 문제는 법 조항만 꼼꼼히 따져봤어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 김학의 차관의 경우도 “사실이 아니다”는 당사자의 주장에만 의존하다 화를 키웠다. “인사 검증의 컨트롤 타워 부재가 낳은 참사(慘事)”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박 대통령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며 “인사 시스템을 대폭 바꾸지 않으면 국민뿐 아니라 대통령에게도 피해가 돌아간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인사 철학’의 부재란 목소리도 높다. 각각의 자리와 직무에 적합한 맞춤형 인사 기준과 도덕성의 잣대를 정하지 못하고 능력과 전문성만 앞세우다보니 ‘자리’와 ‘사람’의 이해가 서로 충돌하는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대기업의 횡포와 불공정 행위를 단속해야 할 공정거래위원장에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해 공정위와 소송을 벌여온 세법 전문가를 기용한 게 대표적 사례다. 법치의 확립이 우선 과제인 법무차관에 건설업자와의 유착설이 나돌던 인사를 앉힌 것이나 특정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 오너를 중소기업청장에 내정한 것 등은 철학과 인식의 부재에서 나온 것이란 지적이 많다.

 특히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의 경우, 무기중개업체 유비엠텍 고문으로 재직한 경력이 있고 배우자는 군납업체 주식도 보유하고 있었다. 60만 군대를 지휘하고 한 해 30조원이 넘는 국방예산을 집행하는 국방장관을 맡기엔 그 자체로 부적격한데도 지명을 강행하는 무리수를 둔 것도 공직 인선에 대한 인사관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란 지적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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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