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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일본의 ‘왕이 주의보’가 한국에 주는 시사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
베이징(北京)에 주재하는 일본의 한 중국정치학 박사가 최근 사석에서 “일본 외교가에 왕이(王毅) 주의보가 내려졌다”는 말을 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일본통인 왕이가 외교부장이 됐으니 양국관계는 ‘일로순풍’(一路順風)일 거라는 일반적 추론에 대한 역설이다. 주의보의 배경으로 소개한 몇 가지 사례가 흥미롭다.

 왕이가 주일 대사(2004~2007) 시절 일본 모 언론사 사장과 저녁자리가 있었다. 대사와 사장, 그리고 양측에서 각각 비서 한 명, 통역 등 모두 5명이 참석했다. 만찬이 시작되자 사장 비서가 수첩을 꺼내 대화내용을 적기 시작했다. 일본 특유의 기록문화라 볼 수도 있다. 한데 왕이는 그게 거슬렸다. 그렇다고 직접 말하기가 그랬다. 마침 왕의 비서도 수첩을 꺼내 대화내용을 적기 시작했다. 그때 왕이가 자신의 비서에게 조용히 말했다. “편한 자리다. 기록할 필요 없다.” 그때서야 사장의 비서는 수첩을 접었다. 그래서 일본은 그가 상대를 스스로 물러나게 하는 ‘설복의 외교술’에 탁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당장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을 둘러싼 외교전에서 왕이가 어떤 전술을 구사할지 읽기가 어렵다. 왕이의 잠재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1983년 후야오방(胡耀邦) 공산당 총서기가 일본을 방문했다. 후 서기는 해외 방문 시 공개연설을 중시했다. 연설문에 적확한 국제상황과 참신한 시각이 녹아 있지 않으면 그날로 불호령이 떨어졌다. 방일 전 외교부 아주사(아주국) 국장이 갓 입부(入部)한 왕이에게 연설문 초고를 써 보도록 했다. 내용이 괜찮아 약간 손을 본 뒤 총서기에게 올렸다. 다음날 총서기가 직접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누가 초고를 썼느냐”고 물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국장은 초년병 외교관에게 이 같은 대업(?)을 맡긴 걸 후회했다. 그러나 후 서기는 왕이를 사무실로 불러 딱 두 마디를 했다. “내가 두 군데 고쳤다. 정말 잘 썼다.” 국제상황에 대한 분석과 해결책을 찾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얘기다. 그는 공부벌레로 유명하다. 동료들과 출장 중 비행기 안에서는 잡담하지 않고 책만 읽는다. 건강진단 중에도 의사가 잠깐 나가면 영어 단어를 외울 정도다. 국가 지도자 해외방문 시에는 매일 당일 보고서를 작성한 후 귀국 뒤 곧바로 평가 보고서를 내 외교부 내 상사들을 놀라게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왕이에게는 저우언라이(周恩來) 이후 10명의 중국 외교부장 중 유일한 실력파 외교관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이 중국정치학 박사의 마지막 멘트가 의미심장하다. “일본은 대중관계에서 외교적 외교보다 정치적 외교로 풀려고 하는데 왕이는 그걸 용납하지 않을 것 같다. 걱정이다. 한국의 대중 외교는 어떨지 모르겠다.”

최 형 규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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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