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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로스 휘청하자, 눈 반짝이는 러시아·터키

인구 110만 명, 제주도 다섯 배 크기인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키프로스가 유럽과 중동의 군사·외교적 지형을 바꿀 변수로 등장했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놓인 키프로스가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해 러시아나 터키의 세력권에 편입할 수 있는 까닭이다.

 키프로스는 유럽 기독교 문화권의 최동단 지역이다. EU는 2004년 이 나라의 가입을 승인할 때 이런 점을 고려했다. 낙후된 경제 탓에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EU의 ‘동진(東進) 전략’ 차원에서 받아들였다.

 2008년 유로존 가입 뒤에는 해외자본 유입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금융권이 비대해졌다. 그러다 키프로스 은행들이 주로 투자한 그리스의 경제가 3년 전 몰락의 길에 접어들면서 지금의 부도 위기로 몰렸다. 키프로스 정부가 25일까지 58억 유로(약 8조4000억원)의 공적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이 나라 은행들은 부도 사태를 맞게 된다. EU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100억 유로를 지원받는 조건으로 은행 예금에 1회성 부담금을 부과해 추가로 58억 유로의 공적자금을 만들려던 계획은 예금주들의 반발과 의회의 거부로 무산됐다. 키프로스는 사회보장기금에서 이 돈을 마련하는 ‘플랜 B’를 추진 중이다. 이 안 또는 원래의 예금주 부담 방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파국이 시작된다.

 유로존의 재무장관들은 키프로스의 퇴출 문제를 논의 중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키프로스 국민 91%도 유로존 탈퇴에 찬성하고 있다. 이는 EU 탈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러시아가 주목받고 있다.

 키프로스의 미할리스 사리스 재무장관은 러시아에 자금 지원을 호소했다. 외신들은 러시아가 지원 대가로 군함을 정박할 항구 사용권을 요구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현재 러시아 해군이 지중해에 군함을 배치할 수 있는 곳은 시리아의 타르투스항뿐이다. 그나마 시리아 정부가 내전에서 패하면 쓸 수 없게 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군사 전문가들은 타르투스항을 키프로스 항구로 대체하는 것은 러시아에 매력적인 아이디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협상은 결렬됐지만 경제가 더 나빠지면 요구에 응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키프로스 전체 예금액의 40% 이상이 러시아계 자금일 정도로 두 나라는 경제적으로 밀접한 상태다.

 오랜 앙숙인 터키도 키프로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터키는 1974년 군사 쿠데타를 빌미로 키프로스섬 북쪽 3분의 1을 점령했다. 이후 키프로스는 터키의 EU 가입을 막는 데 앞장서 왔다. 스탠더드 뱅크 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팀 애시는 “터키가 국내총생산(GDP)의 1%를 조금 넘는 70억 유로만 키프로스에 지원하면 EU 가입의 걸림돌 제거와 (키프로스와의 군사적 대치로 인한) 군비 감축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면 키프로스가 터키에 손을 벌리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키프로스가 러시아나 터키와 가까워지는 게 부담스러운 EU로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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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