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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내 아이가 행복해지는 법

혜 민
스님(미 햄프셔대 교수)
아이를 낳아 키워본 적 없는 나에게 어머니들은 자주 물으신다.

 “스님, 제가 어떻게 뭘 더 해줘야 우리 아이에게 좋을까요?” “어떻게 해야 아이가 엄마 말을 좀 잘 들을 수 있을까요?” “애가 이제 컸다고 방문 걸어 잠그고 부모와 이야기하려 들지 않아요. 얘를 어쩌면 좋을까요?” 등등 말이다. 아마도 내가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다 보니 이런 자녀 교육 관련 질문이 유독 많은 것 같다. 나도 학생들에 대해 고민하는 입장이고, 교수 마음도 이러한데 부모 마음은 오죽할까 싶어 더 열심히 고민하며 함께 대화를 나누곤 한다.

 먼저 부모님들께 이렇게 묻고 싶다. “아이에게 무엇을 더 해줘야 하는가를 걱정하기 전에 아이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을 생각해보셨나요?” 이렇게 묻는 까닭은, 부모가 아이에게 무엇을 더 해줘서 아이가 변하는 것보다 아이가 엄마·아빠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닮아가는 것이 훨씬 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가 정말로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면, 아이에게 무엇을 더 해줘야 하나 걱정하기 전에 ‘나 스스로가 평소에 행복한가? 그리고 아이 눈에 비친 나는 행복한 사람일까?’ 하고 물어봐야 한다. 만약 부모가 항상 불만에 가득 찬 모습이고, 열등감에 싸여 대리만족을 얻기 위해 아이를 닦달한다면, 아무리 아이를 위해 하는 거라고 해도 아이는 안다.

지금 자신이 누구의 삶을 대신 살아주고 있는지를. 어려선 어쩔 수 없이 부모 말을 따라 선택하고 노력한다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는 결국 부모를 원망하게 된다. “지금까지 엄마가 원하는 삶, 내가 살아줬잖아!” 하면서 말이다.

 미국에서 동료 교수들의 자녀 교육법을 지켜보니 한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아이를 지극히 사랑하지만 아이를 부모가 원하는 대로 조종해서 자신들의 행복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남들이 내 아이를 어떻게 바라볼까?’ 하고 초조해하지 않는다. 아이의 흠이 부모 자신의 흠이 되지 않도록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고, 결국 자신들을 위해 아이를 조종하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가. 아이와는 별개로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바쁜 일정 속에서도 개인 운동 시간이나 부부만의 데이트 시간을 따로 만들어낸다. 그리고 아이들보다는 부부 자신들을 더 우선시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극단적인 예가 될 수 있겠지만, 어른이 된 자녀가 돈이 급해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 부모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되어도 본인들의 노후 계획을 위해 딱 잘라 거절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어른이 된 아이에게까지 부모의 모든 것을 희생해 가면서 도와주는 것은 결코 아이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아이가 엄마 말을 좀 잘 들을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분들에게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아이에게 선택의 권한을 주시고, 그 선택에 대한 결과의 책임까지 아이가 지게 하시라고. 아이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다 부모님이 해주시려는 분이 많다. 세상을 더 잘 아는 부모가 아이의 장래에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를 미리 다 막아주고 싶어 그런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가 선택을 다 해버리면 아이는 아무리 좋은 선택을 부모님이 해주셔도 좋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그러니 아이에게 “이거 해”가 아닌, “이 중에 무엇을 선택할래?”라고 아이의 의견을 물어보고 존중해주셨으면 한다. 아이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에 아이와 다툴 일도 없고, 결과가 좀 좋지 않아도 그것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느끼기 때문에 아이의 책임감을 키우는 좋은 기회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부모와 대화를 피하는 아이들에 대해서는 부모님들이 스스로 살펴보면 그 원인을 바로 알 수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모님이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것이 아니고, 아이를 보면 자꾸 “이거 좀 더 해야 하는 거 아니니?” “이 점은 제발 좀 고쳐라” “이 부분은 네가 더 노력해야지” 등의 이야기만 자꾸 하니 아이가 부모와의 대화를 피하게 되는 것이다.

부모님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은 항상 못마땅한 모습이구나 하고 느끼기 때문에, 그리고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모님과 같이 있는 것이 아이는 심리적으로 불편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때 아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지, 아니면 아이에게 하고 싶은 내 말만 하면서 대화를 채우는지 잘 살펴보시길 바란다. 내 이야기가 많아질수록 슬프게도 아이는 점점 더 부모로부터 멀어진다.

혜 민 스님(미 햄프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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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