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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만 50억원' 요즘 뜨는 부자동네 어디












부촌으로 꼽히는 곳에는 어디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바꿔놓은 공식이다. 화성 동탄신도시 메타폴리스(66층), 부산 해운대 제니스(80층), 인천 송도 더샵(55층) 등 신도시의 빠지지 않는 상징이 돼버렸다.

 그런데 이런 공식을 깬 곳이 있다. 분당에 이어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는 서판교가 그곳이다. 서판교의 청계산 자락에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더 낮게, 더 깊이 모여든 고급 주택들이 그들만의 부자 동네를 형성하고 있다. 한때 분당신도시 주민들이 ‘분당’이란 지명을 함께 쓰는 것조차 꺼렸던 판교신도시가 이젠 분당을 능가하는 새로운 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속도로 옆이라 접근성 좋아

 한남대교를 건너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15㎞ 정도 달리다 판교IC를 빠져나오면 6차선 운중로 오른쪽으로 모던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고급 주택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한국판 베벌리힐스’를 표방하는 서판교 운중동 타운하우스의 모습이다. 이 지역은 크게 월든힐스와 산운·운중 아펠바움으로 나뉜다. 산자락에 계단식으로 자리 잡은 월든힐스는 모두 세 블록으로 구성돼 있는데, 각각 핀란드·일본·미국 출신 건축가가 설계해 같은 단지인데도 블록마다 디자인이 다르다.

 처음 분양할 때 8억~14억원 수준이었던 월든힐스는 부촌 이미지에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요즘 실거래가는 20억원을 넘나든다. 류철호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홍성일 전 한국투자증권 사장 등이 분양을 받았다. 인근 아파트 주민 김모(45)씨는 “입주한 지 꽤 됐는데 이사 오는 사람도, 드나드는 사람도 많이 못 봤다”며 “주말 별장으로 활용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월든힐스에서 2㎞쯤 떨어진 곳에는 SK 건설이 지은 산운 아펠바움이 있다. 한 채에 최소 30억원에서 최고 80억원 선에서 거래되는 최고가 주택이다. SK 건설 관계자는 “계약자 대부분이 강남과 분당에 거주했던 사람들”이라며 “투자가치보다는 자손들에게 물려줄 생각까지 하고 분양받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SK 건설은 산운 아펠바움의 성공에 뒤이어 운중 아펠바움도 분양 중이다. 이곳에도 서울 강남 부자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다. 현재 운중 아펠바움의 분양가는 25억~33억원 수준이다. 유명세를 타면서 구경 오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매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지만 주중엔 전화로 시세나 주변 환경을 묻고 주말엔 고급차를 직접 몰고 구경 오는 40~50대가 적잖다”고 전했다. 특히 이곳은 고속도로가 바로 옆이라 접근성이 뛰어나고 공기도 쾌적해 부자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평이다.

“부자들도 급이 있다”

 운중동에서 다시 남서울CC 이정표를 따라 10분 정도 가면 골프장 입구에 ‘남서울빌리지’라는 작은 이정표가 보인다. 잘 포장된 오솔길을 들어서면 왼편에 으리으리한 단독주택 10여 채가 늘어서 있다. 50여m를 더 가면 오른편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집이 나온다. 미국 베벌리힐스에서나 볼 법한 유럽형 건축양식의 대저택이 높은 대문과 높은 담 사이로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높은 담벼락을 따라 심어진 울창한 나무들과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가 외부인의 접근을 허락지 않는다.

 정 부회장의 저택은 대지면적만 4000여㎡에 지하 2층, 지상 2층으로 이뤄져 있다. 지하층이라 하지만 평지에서 들어가는 식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4층짜리 건물이다. 주변 부동산업자들은 이 집의 시세가 2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남서울빌리지에서 골프장 정상 쪽으로 1㎞를 더 가면 출입이 통제된 도로가 나온다. 이곳부터는 사유지로, 집주인이 편의상 도로를 내 신원이 확인된 사람들만 드나들 수 있다. 기자가 출입을 시도하자 경비원이 “내부에 계신 분과 약속이 된 분들만 입장이 가능하다”며 막아섰다. 대한민국의 내로라 하는 재벌들이 사는 ‘남서울파크힐’이 바로 이곳이다. 주변 주민들에게는 ‘회장님 마을’로 불린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 이건영 대한제분 부회장, 심영섭 우림건설 회장,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홍평우 신라명과 회장 등이 이곳에 산다.

 땅값만 25억~50억원에 이르고 가구당 시세는 1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남서울CC 소유주인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이 VVIP 회원을 끌어들이려고 회원들에게 한 필지씩 나눠준 게 최고급 주택가가 형성된 배경으로 전해진다. 한 공인중개사는 “부자들도 급이 나뉘지 않느냐. 이곳은 ‘수퍼 리치(특급 부자)’에 해당하는 ‘진짜 회장님’들만 사는 세상”이라며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 부자 마케팅 활발

 판교IC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백현동 카페거리는 2011년 중순부터 개성 넘치는 커피숍과 소호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카페촌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200여m의 산책로 주변에 늘어선 3층짜리 주거용 건물 1층마다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지금은 80여 개의 건물에 빈 곳이 없을 정도다. 서울과 20분 거리로 가까워 ‘강남 사모님’들도 브런치를 즐기러 곧잘 찾는다.

 카페거리 중간에 최근 문을 연 갤러리카페 ‘패밀리 스토리’는 서판교의 달라진 분위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출신인 김세움(37)씨가 운영하는 이 카페에는 김씨 가족이 40년간 모은 세계 각국의 크고 작은 장식품 2000여 점이 전시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전시품 가격만 20억원이 넘는다.

백현동 카페거리는 이처럼 특색 있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강남·분당·평촌 등에 사는 30~40대 여성이 주로 많이 찾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백현동주민센터는 아예 카페거리와 서판교의 명소를 안내하는 관광지도를 만들어 카페 곳곳에 비치해두고 있다. 최근엔 각종 드라마와 CF 촬영지로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부자들이 몰리면서 고급 수입차 매장들도 줄지어 백현동에 문을 열고 있다. 2011년 11월 크라이슬러가 판교에 전시장을 낸 데 이어 지난해 6월엔 렉서스가 ‘렉서스 판교’를 열었다. 최근엔 벤츠 국내 딜러인 한성자동차가 백현동에 새 매장을 열었다. 폭스바겐과 푸조는 서판교 전담 딜러를 따로 모집하기도 했다.

체면보다는 편한 주거지 찾아

 부자들의 서판교 남하 현상은 ‘쾌적한 주거환경’을 중요한 삶의 가치로 꼽는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판교신도시의 녹지율은 37.3%로 분당(28.9%)·일산(22.5%)보다 높다. 서판교의 인구밀도(69.4명)도 분당·일산의 절반에 불과하다. 풍수지리학적으로도 서판교는 천혜의 길지로 꼽힌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은 “판교는 금쟁반에 옥구슬이 굴러다니는 명당으로, 귀인이 찾아와 부귀영화를 누릴 복지(福地)”라며 “원래 좋은 땅은 지형도 좋고 땅도 넓어야 하는데 판교는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운중동 일대는 ‘선인독서형(仙人讀書形)’의 명당으로 큰 인재와 부자가 끊임없이 배출되는 곳”이라며 “금토산의 줄기와 운중천이 만나 탄천과 어우러지며 지기를 가둬주기 때문에 삶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공급해줄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76년 우리 정신문화의 계승·발전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유명한 지관을 대동하고 지금의 서판교 운중동을 직접 답사한 뒤 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을 세웠다. 성남시에 편입되기 전 판교의 옛 지명도 광주군 낙생(樂生)면으로, 말 그대로 즐겁게 살 만한 살기 좋은 곳이란 뜻이었다. SK 건설은 산운·운중 아펠바움 분양 때 주택 조망과 입지여건 등을 앞세우는 기존 마케팅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 같은 내용의 전문가 풍수보고서를 적극 활용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월든힐스의 한 공인중개사는 “예전엔 ‘평창동 사모님’이나 ‘강남 사장님’처럼 지역 이미지와 주위의 시선, 체면 등을 주거지 결정의 주된 가치로 따졌지만 요즘은 건강·휴식 등 개인의 행복이 더 중요한 가치로 평가받는 추세”라 고 말했다.


글=유길용·송지영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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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