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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이 문제] 다시 고개 드는 시외버스 입석

천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동서울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한 승객들이 길게 줄지어 탑승하는 모습. 오른쪽은 동서울에서 천안으로 오는 버스 안의 입석 승객들 모습. [사진=조영회 기자]


온양·천안~동서울간 시외버스를 독점 운행하는 운수업체 ‘용남고속’은 지난해 무분별하게 입석을 허용한다는 이유로

이용객들과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본지 2012년 4월 27일자 2면 참조) 천안 시외버스터미널 역시 승객을 대상으로 지정좌석제가 아닌 선착순 탑승을 유도해 입석을 부추겼다는 비난을 받았다. 용남고속은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입석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뒤 이를 꾸준히 이행해왔다. 하지만 한동안 잠잠했던 입석논란이 언젠가부터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시외버스와 터미널 현장을 취재했다.

글=조영민 기자 , 사진=조영회 기자

15일 오후 7시. 천안시외버스 터미널은 여느 주말과 다름없이 이용객들로 붐볐다. 특히 수원·평택 등 경기 지역과 동서울로 향하는 이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는 천안 지역에 대학들이 이달 4일부터 일제히 개강하면서 지난달보다 20% 이상 이용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정좌석제, 언제부터 시행되나

천안 시외버스터미널은 이용객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기존 예매창구를 반으로 줄이고 자동발권기기를 추가해 총 14대를 터미널 내에 마련했다. 이 때문에 승객들이 예매창구에서 기다리는 번거로움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티켓을 사고 버스를 타기 위해 승강장으로 나가보니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마치 귀성행렬을 보는 듯 했다. 동서울을 비롯해 대부분의 경기 지역 시외버스들은 아직까지도 지정좌석제가 아닌 선착순 탑승이다. 많은 이들이 줄을 서서 시외버스를 기다리는 이유다. 번거로움 없이 티켓을 구입했지만 탑승하기까지는 적어도 20분 이상이 소요됐다. 수원행 시외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대학생 박정모(21)씨는 “지난해 천안시외버스터미널을 이용하면서 선착순으로 버스를 타는 것에 큰 불편을 느꼈는데 아직 개선되지 않아 아쉽다”며 “자동발권기기가 추가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지정좌석제가 시행되지 않는 한 이용객들의 불평은 줄지 않을 듯 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천안시외버스터미널 관계자는 “대부분 시외버스의 최초 출발지가 온양터미널이기 때문에 지정좌석제를 실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지정좌석제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서 가는 승객이 있는데 안전띠가 무슨 소용

천안 시외버스터미널 승강장에서는 다행히도 시외버스마다 수용인원을 태운 뒤 더 이상 승객을 받지 않고 바로 출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초까지 입석으로 갈 승객을 따로 부른 뒤 출발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었다. 입석으로 가겠다는 승객이 있어도 단호히 거절하는 모습까지 보여 입석 논란은 더 이상 없는 듯 했다.

하지만 동서울에서 천안·온양으로 오는 버스가 문제였다. 단속이 느슨한 틈을 이용해 일부 기사들이 경유지에서 입석을 태우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 실제로 17일 오후 8시쯤 승객을 가득 싣고 동서울을 출발한 천안·온양행 시외버스는 경유지인 잠실과 가락시장, 장지에서 입석을 태웠다. 정원이 44명인 버스에 탄 승객은 무려 56명. 승객 12명이 좌석 없이 통로에 선 채 목적지로 향했다. 경부고속도로로 들어서기 직전에서 기사는 불안한지 안내방송을 했다.

 “전 좌석에 앉은 승객 여러분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세요. 복도에 서서 가시는 승객 여러분도 좌우 선반이나 의자를 꼭 좀 잡아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시속 110㎞가 넘나드는 버스 안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 2명은 안전벨트 대신 아빠의 다리를 잡았다. 80세가 훌쩍 넘어 보이는 노부부는 손을 맞 잡은 채 서로를 의지하고 있었다. 이들이 안타까워 보였는지 얼마 안가 좌석에 앉은 젊은 승객 몇 명이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자 역시 짐 때문에 힘들어하는 한 중년 여성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입석으로 가고 있던 승객들에게 말을 건넸다.

 천안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일요일마다 천안으로 향한다는 홍승철(34)씨는 “매주 일요일마다 입석을 허용해 짜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라며 “안전벨트가 무슨 소용인가, 솔직히 사고 나면 다 죽는 것 아닌가”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학생 이준범(25·가명)씨 역시 “무슨 저승버스도 아니고 이게 정말 뭐 하는 짓인가 싶다”라며 “입석이라고 싸게 해주지도 않고 가격은 똑같이 받으면서 무차별적으로 승객을 태우는 행위는 얄팍한 상술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운전기사는 승객들의 요구 때문에 입석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운전기사는 오히려 “승객이 서서라도 간다고 하니 태워준 것 뿐”이라며 “경유지에서 기다린 승객이 탄다는데 냉정하게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는가”라며 반문했다.

방치하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지난해 언론보도가 나가기 전까지 만해도 천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대다수 시외버스 운수업체들은 저마다 입석을 눈감아줬다. 특히 충북 청주로 가는 시외버스를 독점 운행하는 금남고속은 입석만 20여 명을 넘게 받아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외버스 터미널측에서 강력한 단속을 벌였고, 11월 말부터는 정부에서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 하면서 입석 논란은 잦아든 상태다. 수원과 평택 등 승객 수요가 많은 시외버스도 더 이상 입석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천안·온양으로 오는 시외버스도 마찬가지다. 유독 동서울~천안·온양 행 시외버스만 입석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동서울~천안·온양행 버스가 잠실을 거쳐 가락시장과 장지, 송파 등 5곳을 경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터미널 측에 눈을 피해 경유지에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승객을 입석으로 태우고 있는 것이다.

천안온양~동서울 구간은 경기 지역에 본사를 두고 천안 영업소를 운영하는 용남고속에서 독점 운행하고 있다. 업체측에서 경유지를 축소하는 등의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승객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시간의 배차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도로교통관리공단 관계자는 “고속도로를 오가는 버스가 입석을 허용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라며 “관할 경찰서의 체계적인 관리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강력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껴진다”고 밝혔다.

 승객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용남고속의 질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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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