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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서민은 만만하다 ?

강갑생
JTBC 사회1부장
2005년 국내 모 항공사의 조종사들이 파업을 벌였다. 항공사는 화물기 운항부터 줄였다. 화물기 조종사를 여객기에 긴급 투입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두고 항공업계 안팎에선 “화물은 말이 없다”란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화물은 비행을 취소해도 승객들처럼 거칠게 항의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만만하단 의미도 담겨 있다.



 얼마 전 계란·콩나물·소주·두부 등 51개 품목을 대형마트에서 못 팔게 하겠다는 서울시 발표를 듣곤 그 우스갯소리가 떠올랐다. 서울시는 대형마트와 동네 상권이 상생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란 설명이다. 발표대로라면 이들 품목을 사기 위해선 동네 수퍼나 재래시장으로 가야만 한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초기엔 불편해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것”이라고 했다. 조금 귀찮더라도 다들 좋아질 수 있다는 말에 잠깐 귀가 솔깃했다.



 그런데 다시 뜯어보니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우선 장보는 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 집 주변에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이 가까이 있다면 모를까 이동거리가 적지 않게 부담이다. 실제 서울시 방안대로 했더니 평소 대형마트에서 1시간 내에 끝날 장보기가 2시간 반이 걸렸다는 보도도 있다. 맞벌이 부부처럼 퇴근 뒤에 바쁘게 저녁 준비를 해야 하는 경우는 특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 가격도 걸림돌이다. 일부 품목을 빼곤 대부분 동네 수퍼가 대형마트보다 비싼 게 현실이다. 품질관리 역시 걱정이다. 동네 수퍼나 재래시장이 대형마트처럼 냉장·냉동 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시가 이런 문제점들을 다 짚어보고 판매제한 방안을 마련했는지 모르겠다. 만약 알고도 밀어붙이는 거라면 서민을 만만하게 본 게 아닌가 싶다. 웬만해선 뭉쳐서 한목소리를 내거나 행동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택시산업발전 종합대책 역시 마찬가지다. 핵심은 현재 밤 12시부터인 심야할증을 오후 10시로 앞당기는 것이다. 주말에 택시 탈 때 평일보다 비싼 요금을 내는 주말할증제도 포함돼 있다. 택시요금이 올라가는 셈이다. 너무 낮은 요금으로 인해 택시 서비스가 저하되고 불친절로 이어지기 때문에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택시업계의 어려움은 공급과잉 탓이 크다. 한때 집단 운송 거부로 물류 대란을 가져왔던 화물차 업계와 같은 상황이다. 택시가 공급과잉 상태에 빠진 건 정부와 지자체 책임이다. 선심성으로 면허를 남발하고 증차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결책으로 내놓은 게 서민 주머니를 더 털라는 거다. 택시가 국내에서 거의 대중교통처럼 됐다고는 해도 요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선뜻 택시를 잡지 않는 이유다.



 대형마트와 택시를 둘러싼 논란 모두 잘못된 행정이 문제를 키운 측면이 적지 않다. 하지만 책임지려는 공무원과 정치인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서민 부담과 불편을 늘려 대충 땜질하려고만 한다. 이건 정말 반칙이다.



강 갑 생 JTBC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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