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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햄릿의 고뇌와 박근혜의 외교안보 정책

장달중
서울대교수·정치외교학
‘여러 명의 햄릿이 최근 며칠 밤 백악관 흉벽 사이를 우왕좌왕했을 게 틀림없다.’ 당대 최고의 국제정치 이론가 한스 모겐소 교수의 눈에 비친 1961년 초 백악관의 모습이다. 출범 반년도 안 된 사이 연이어 발생한 외교 안보 실패. 쿠바의 피그만(灣) 침공 실패와 라오스 공산화로 궁지에 몰린 케네디 행정부. 그의 눈에는 방황하는 햄릿의 모습에 다름 아니었다.



 자연 신생 케네디 정부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극에 달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 보다 심각한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케네디 행정부 자체의 난맥상이었다. ‘달라진’ 환경에 ‘기존’의 정책 대응으로 방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책결정은 국가이익의 관점보다는 부처 간의 힘겨루기로 전락하고 있었다. 한밤중 백악관 흉벽 사이에서 여러 명의 햄릿이 방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햄릿’은 절박한 위기에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고뇌의 대명사다. 외교안보에서 이 햄릿의 고뇌는 어느 정부든 피하기 힘들다.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다.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과 ‘화해와 평화’ 사이에서 고뇌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안보와 경제 장관 임명을 둘러싼 인사 난맥상은 햄릿의 방황을 연상시키고 있다. 청와대에서 이 방황이 앞으로 며칠 밤이나 더 계속될지 모른다.



 키신저는 그의 저서 『중국이야기(On China)』에서 이 햄릿의 고뇌를 ‘전략적 위협’과 ‘전략적 신뢰’ 사이의 방황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런 방황은 외교가 성공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략적 신뢰의 바탕 위에서 평화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교가 실패하면 고뇌는 깊어진다. 군비경쟁이 시작되고 전략적 위협의 대결이 뒤따르며, 마침내는 전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강조한다. 이 양자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서는 외교를 통한 전략적 신뢰의 공간이 좁아지는 인상이다. 안보와 경제 논리가 정치와 외교 논리를 압도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외교 안보 라인을 군 출신들이 석권하고 정부조직 개편으로 통상업무가 외교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넘어갔다. 안보와 경제에서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고 있는 국민감정에 비추어 보면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또 독자적인 핵개발론이 등장하고 국민의 3분의 2가 이것에 동정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중국의 부상과 북핵 문제로 야기된 안보지평은 우리에게 ‘군사적’이기보다는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또 경제 복지 문제도 마찬가지다. 캐나다의 세계위기관리연구소는 지금 경제와 테크놀로지가 지배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진단했다. 대신 정치와 외교가 지배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와 안보 면에서 지난 10여 년간 우리가 살아온 세계의 객관적인 조건이 우리의 전통적인 사고와 정책을 훨씬 앞질러 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치·외교 비전 없이 경제와 안보의 판도가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보다도 달라진 외교·안보 환경에 기존의 사고와 정책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위기의 절박함과 과제의 새로움에 상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것은 정치와 외교의 견인 속에 이루어지는 군사와 경제의 유기적 연립방정식을 전제로 한다.



 외교안보 정책에서는 국가이익이 금과옥조처럼 거론된다. 하지만 그것은 수학공식처럼 분명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정책결정은 대체로 부처 간의 힘겨루기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새 정부에서 외교논리가 얼마나 먹힐지 의문이다. 박 대통령도 이 점을 의식한 듯 부처 간 칸막이 철폐를 지시했다. 그리고 ‘속도전’을 주문했다. 정부의 난맥상에 의한 햄릿의 방황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어느 나라고 새 정부에 대한 기대는 크게 마련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지금 국민들의 관심사는 하나다. 과연 박근혜 정부가 경제와 안보 문제들을 ‘새로운’ 정책으로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 낼 수 있을 것이냐다.



 하지만 정책의 결과는 시간이 걸려야 나타난다. 문제는 국민들이 얼마나 기다려 줄 수 있느냐에 있다. 그 때문에 무언가 성급한 반전을 기대하는 국민감정과 국가이익을 위한 합리적인 정책 사이에는 거리가 생겨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사 난맥상부터 극복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인내와 희생을 요구할 수 있다. 아직 비틀거리는 정부를 보며 과연 햄릿의 방황이 극복될 수 있을지 내외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장 달 중 서울대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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