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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만원 붓는 연금보험, 첫해 사업비 42만원 떼

여성 직장인 박모(41·서울 종로구)씨는 2005년 11월 연금보험에 가입한 뒤 최근까지 7년여 동안 매달 20만원을 부었다. 그러나 가끔 보험료 납입 내역을 알리는 e메일을 받았을 뿐, 수익률을 통보받은 적이 없다. 답답한 마음에 올 초 전화를 했더니 “연평균 3%”라는 답이 돌아왔다. 박씨는 “물가도 못 따라가는 수익률”이라며 “수익률을 알게 된 뒤 연금펀드로 갈아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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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사들은 연금저축보험 가입자를 유치할 때 사업비를 정확히 설명하지 않고, 가입 후에도 수익률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입자들은 답답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서 연금보험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보장은 거의 없는데, 가져가는 사업비는 여느 저축성 보험과 마찬가지여서다. 보험사가 연금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연금보험은 은행 연금신탁과 자산운용사 연금펀드를 제치고 제일 규모가 큰 연금저축 상품이 됐다.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이 59조5000억원으로 연금신탁(12조2000억원)의 거의 5배다. 최근 5년 평균 수익률은 연금신탁(3.8%)이 생명보험사 연금보험(3.6%)보다 0.2%포인트, 손해보험사(2.8%)보다는 1%포인트 높은데도 오히려 연금보험 가입액이 더 많은 것이다.

 연금보험의 덩치가 커진 데는 은행들도 한몫했다. 연금신탁을 제쳐놓고 방카슈랑스를 통한 연금보험 판매에 열중했다. 수입이 짭짤해서다. 은행이 연금저축보험을 팔면 초기 7년 동안은 납입금의 9%가량이 수수료로 들어온다. 그 후엔 4.79%를 받는다. 이에 비해 은행 자체 상품인 연금신탁 수수료(보험사의 사업비에 해당)는 고객 자산(총 납입금에 수익금을 더한 것)의 0.7% 정도다. 물론 몇 년 지나면 연금신탁의 수수료가 더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첫해에는 보험 수수료 수입이 신탁의 열 배를 훌쩍 넘는다. 당장 눈앞의 실적에 목매는 은행 지점장들이 직원들에게 보험 판매를 독려하는 이유다. 방카슈랑스는 은행에 많은 수수료를 떼주다 보니 보험사가 직접 파는 상품보다 사업비를 더 많이 공제한다.

 연금보험 가입 초기엔 손보사가 생보사보다 사업비를 많이 가져간다. 월 10만원씩 연 120만원을 넣은 경우, 손보사는 첫해에 많게는 42만원(35%)을 공제하기도 한다. 보험사는 "대신 2~3년이 지난 뒤에는 사업비를 거의 떼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상품마다 다르지만 이렇게 뗀 사업비의 절반가량은 보험설계사 수당으로 지급된다. 나머지는 보험 상품의 마케팅 비용 등으로 쓰인다.

 사업비를 많이 떼더라도 자금을 잘 굴리면 가입자에게 적절한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입자들 불만이 터져 나온다. 2009년 연금보험에 가입한 여성 직장인 정모(39·경기도 부천)씨는 “2년 반 동안 총 누적 수익률이 겨우 5.1%”라며 “연평균 2%도 안 되지만 소득공제를 받는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고객 자금 운용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번 가입하면 해지하기 어려워 굳이 수익률을 관리해 가면서 고객을 유지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정은 이렇다. 기존의 연금보험을 10년(올 3월부터는 5년) 안에 해지하면 그간 소득공제를 받은 금액의 22%를 기타소득세(지방세 포함)로 토해 내야 한다. 한번 가입하면 웬만해선 해지하기 힘든 구조다. 보험사 입장에서 연금보험 가입자는 그야말로 ‘잡아 놓은 물고기’다. 그렇다 보니 일단 가입시키는 데만 열을 올리고 정작 수익률 관리는 뒷전이라는 것이다.

 이에 손보업계 관계자는 “은행·증권의 연금신탁·연금펀드와 연금보험은 사업비 부과 방식, 자산운용체계가 다르다”며 “원금손실 위험 없이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보험 수익률을 손실 가능성이 있는 연금펀드 등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연금보험 수익률이 성에 차지 않은 가입자는 다른 연금저축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다. 그러나 절차가 복잡하다. 현재 들어 있는 금융사와 새로 가입하려는 금융사를 오가며 각종 서류를 작성한 뒤 팩스로 교환해야 한다. 또 상품에 따라 최대 5만원까지 ‘이전 수수료’가 붙는다. 금융감독원을 주축으로 연금저축 상품 간 갈아타기를 쉽게 하려는 제도 보완이 추진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절차를 획기적으로 간소화할 방안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흥찬 금감원 국장은 “계약 이전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는 연금저축 상품 간 전산 통합이 필수인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권혁주·김창규 기자

◆연금저축 수익률 어떻게 뽑았나

2007년 12월 31일 이전에 판매를 시작한 연금저축 상품을 대상으로 했다. 생보사 연금보험 95개, 손보사 상품 95개, 은행 연금신탁 36개, 자산운용사 연금펀드 49개 등 총 275개 상품이 포함됐다. 각 금융회사들이 금융감독원 연금저축 비교공시 사이트(http://www.fss.or.kr/fss/kr/popup/pension_info.html)에 올린 2008~2012년 5년간 연도별 수익률을 바탕으로 연평균 수익률을 복리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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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