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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15년 표류, 도심 흉물된 시장

서울 서남권의 핵심 시장이던 구로구 오류동 오류시장이 재개발 실패로 방치돼 있다. 곳곳이 텅 비면서 우범지대로 전락해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 15일 오후 6시 서울 구로구 오류1동 오류시장. 어둑어둑 땅거미가 내리자 시장 골목이 적막에 휩싸였다. 슬레이트 통로 지붕은 까맣게 부식된 채 곳곳에 구멍이 뚫렸다. 콘크리트 바닥도 깨져 흙이 드러나 있었다. 점포들은 셔터가 내려진 채 간판에 검은 먼지만 수북했다. 유리문 너머로 들여다보니 점포 벽이 곰팡이 투성이다. 을씨년스러운 시장 골목을 행인 서너 명이 종종 걸음으로 지나갔다. 올해로 개장 45년을 맞은 시장은 철거를 앞둔 판자촌 같았다.

 서울 서남권 최대 규모 시장으로 꼽히던 오류시장이 폐허로 방치되고 있어 인근 주민과 상인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1968년 문을 연 오류시장은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매장 250여 곳이 들어선 곳이었다. 시장 근처에서 30년째 살고 있는 정지선(61·여)씨는 “건어물·고기·옷·그릇 가게 등이 빽빽했고 사람으로 가득했다”고 회고했다. 지금은 점포 서른 곳 정도만 남은 상태다.

 “누가 이런 곳으로 장을 보러 오겠어요.” 35년째 시장에서 떡집을 하는 김영동(59)씨는 “손님 발길이 뚝 끊겼는데 그나마 단골이 찾아줘 연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어물 가게를 하는 최모(71)씨도 “당장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지만 돈이 없다”며 “어떤 조치든 세워지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시장이 이렇게 된 것은 여러 차례 재개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시장 소유주 측은 90년대 후반 현대화를 위해 재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98년부터 2005년까지 네 차례 추진 주체가 바뀔 정도로 난항을 겪었다. 상가 개발을 환영하던 상인들 의견도 리모델링과 전면 재개발로 갈렸다. 자금이 부족해지자 소유주는 지분을 상인들에게 팔았는데 수십억원대의 금융빚만 남았다. 빚을 내 투자한 상인들은 잠적하거나 흩어졌다. 40년 전 시설 그대로 문 닫는 가게만 속출하자 장을 보러 오는 발길도 끊겨갔다.

 이 시장은 오류동역 삼거리와 오류1동 주택가 사이에 있어서 지하철 오류동역에서 내린 주민들이 귀갓길에 장을 보곤 했다. 지금은 치안이 불안한 대표적인 장소로 전락했다. 인근 주민 정미정(32·여)씨는 “빈 건물 2층에서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던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무섭다”며 “시장을 거치는 게 지름길이지만 일부러 큰 길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서신애(38·여)씨도 “가격이 싼 편이라 퇴근 길에 들르기도 하지만 범죄에 취약할 것 같다”며 “행정기관에서 주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장이 되살아나기 위해선 걸림돌이 많다. 구로구 관계자는 “시장 입구를 봉쇄하려 했지만 남은 상인들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며 “사유지라서 내부에 대해 조치를 취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현 소유주인 S사는 자금 여력이 없어 재개발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구청 측은 설명했다. 구청은 부지를 인수할 새 업체를 물색 중이지만 전통시장 자체의 수익성이 낮아져 나서는 곳이 없는 실정이다.

글=유성운·조한대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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