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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약한 사람 보호” 낮은 곳으로 임한 새 교황

교황 프란치스코(붉은 카펫 위 왼쪽에서 다섯째)가 19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즉위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목장(牧杖·교황의 권위를 상징하는 지팡이)을 짚은 채 걸어가고 있다. 132개국에서 모인 종교·정치 지도자들이 주변에 앉아 미사에 참석했다. [바티칸시티 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흰 무개차를 타고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 등장했다. 네 면이 모두 뚫려 있는 차량에서 허리를 숙여 군중과 손을 잡았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앞뒤와 지붕이 방탄 유리로 덮여 있는 차량을 타는 일이 많았다.

 제266대 교황의 오른손 약지에는 은으로 만든 뒤 금을 도금한 ‘교황의 반지’가 끼워졌다. 어부였던 예수의 제자 베드로의 모습이 새겨져 있는 이 반지는 ‘어부의 반지’라고 불린다. 베네딕토 16세를 비롯해 대부분의 교황은 순금 반지를 꼈다. 교황청 대변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반지는 이탈리아 조각가 엔리코 만프리니가 교황 바오로 6세(1963∼78년 재위)에게 헌정했던 반지를 본떠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교황의 당부에 따른 ‘디자인 재활용’이었다. 교황은 자신을 상징하는 문장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때 쓰던 것에 교황의 상징인 열쇠 문양을 추가하는 정도로 간소하게 만들었다.

 19일 약 20만 명이 운집한 성베드로 광장에서 치러진 즉위 미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검소하고 소탈한 성품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는 추기경 시절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일반 신자와 어울리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새 교황은 이탈리아어로 강론했다.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즉위 미사에서 라틴어를 썼다. 아르헨티나로 이민 간 이탈리아인의 아들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어·스페인어·라틴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다. 그가 이탈리아어로 강론한 것은 광장에 모인 신자 대부분이 이탈리아인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3일 교황 선출 이후 대중 앞에 처음 등장할 때도 라틴어 대신 이탈리아어로 인사했다.

 교황은 취임사 격인 미사 강론에서 “모든 신자가 가난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보호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신의 피조물인 자연환경과 어린이·노인에 대한 보호를 강조했다.

 즉위 미사에는 132개국의 정부 대표가 참석했다.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을 비롯한 31개국의 대통령, 6개국 국왕, 11개국 총리가 포함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도 자리를 함께했다. 한국에서는 정진석 추기경과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했다.

 개신교·이슬람교·유대교·불교 등 타 종교의 지도자들도 성베드로 광장에서 미사를 지켜봤다. 동방정교회의 수장인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도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왔다. 정교회 수장이 교황 즉위 미사에 참석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가톨릭은 1054년 동방정교회와 로마 가톨릭으로 갈라졌다. 교황청은 새 교황이 성베드로 대성당 제단에 첫 기도를 올릴 때 정교회 성직자들도 참여토록 했다.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는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 미사에 참석했고 2006년에는 베네딕토 16세를 이스탄불로 초청했다.

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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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