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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죽음에서 살아온 나사로의 후예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남진우는 “그 동안 너무 네모반듯하게 살아왔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는 가볍고 경쾌한 쪽으로 글을 써보고 싶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문학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시대다. 문학 비평도 마찬가지다. 이런 팍팍한 상황을 개의치 않는 듯 남진우(53) 명지대 교수가 비평서 두 권을 같이 내놨다. 소설 평론집 『폐허에서 꿈꾸다』 와 시 평론집 『나사로의 시학』(문학동네)이다.

 그가 12년 만에 내놓는 비평집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묵직하다. 시나 소설 등 한 분야에만 치우쳤던 평론계에서 시와 소설을 두 분야를 아우르는 평론으로 주목을 받았던 그다. 특히 시인으로서 섬세한 감성이 묻어나는 언어에 실린 예리한 분석은 여전하다.

 “비평은 다른 사람의 텍스트를 경유해 나를 드러내는 것이죠. 작품을 보고 날렵하게 짚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품을 끌어안고 세심한 부분까지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해요. 최제훈론처럼 작가와 작품에 대해 작정하고 쓴 글도 실었어요.”

 비평은 작품에 이르는 여러 갈래의 길이다. 작품을 향해 질러 가는 길도, 에둘러 가는 길도 있다. 궁극의 목적은 작품과 작가 읽기다. 그리고 그 걸음은 시대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 그의 책이 2000년대 한국 문학의 조망도로 여겨지는 이유다.

 그는 오늘의 시인을 나사로에 비유한다. 무덤에 묻힌 뒤 나흘 만에 살아 돌아온 나사로는 이 세상과 저 세상의 비밀을 목도했고, 말할 수 없는 침묵의 지점에서 뭔가 이야기하려 한다. 천상의 소리를 지상의 언어로 전하는 시인이 나사로의 후예와 닮아 있다는 것이다. 이번 비평집에는 기형도와 그 영향력에 있는 시인들을 분석한 글이 주로 실렸다.

 “근대 문학의 종언을 말할 때도 시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죠. 그럼에도 시인은 맹렬히 활동하고 있어요. 죽은 뒤 살아나 움직이는 좀비 같지만 시인은 나사로에 가깝겠죠. 다만 요즘의 시인들이 죽음의 시를 통과한 경험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렇기에 그는 ‘읽는 사람의 내면에 비판이든 공감이든 평상시와 다른 감정의 파장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공허한 텍스트이고, 그 앞에서 비평가는 실어증 환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작가는 필드에서 골을 넣는 플레이어에요. 비평가는 넓은 의미에서 이를 조망하고 평가하는 거죠. 스타 플레이어가 잘해주기를 희망하고 기대하는 게 비평가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시선에 충격을 주고 둔중한 울림을 줄 수 있는 작품, 그러한 시각을 언어를 통해 실현하려는 사람의 등장을 기대하는 거죠.”

  소설가 신경숙의 남편으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 등 31개국에서 번역·출간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느낀 바가 많다고 했다.

 “문학의 세계화는 쉽지 않은 작업이더군요. 좋은 작품이면 통하겠지라는 막연한 낙관주의로 넘기기에 생각 외로 힘든 부분이 많아요. 문학은 언어와 의사소통의 차원을 넘어선 의미 전달이 이뤄져야 하는 문제니까요.”

 그 지점에서 한국 작가들도 많은 작품들에서 다뤄진 소재를 새롭게 쓰는 노력과 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선악 구도 등에 얽매여 상상력이 발휘할 영역이 적었던 만큼 이제는 한국전쟁이나 1980년대의 광주 등도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김영하의 『검은꽃』이나 김연수의『밤은 노래한다』는 기존에는 나올 수 없는 작품이었죠. 이런 작품을 독자가 더 응원해줬으면 합니다. 작가는 더 재미있게 쓰고, 독자는 더 적극적으로 응원해줬으면 좋겠어요.”

글=하현옥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남진우=1960년 전북 전주 출생.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로 당선, 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하며 등단. 평론집 『바벨탑의 언어』 『숲으로 된 성벽』 『깊은 곳에 그물을 드리우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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