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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래서 뛰다가 … 미국 위에 선 중남미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들이 1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린 WBC 준결승전에서 네덜란드를 4-1로 꺾고 결승 진출을 확정하자 활을 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AP=뉴시스]

도미니카공화국과 푸에르토리코가 ‘애증의 땅’ 미국에서 격돌한다. 양 팀은 한국시간 20일 오전 9시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JTBC 생중계)에서 맞붙는다. 1회 대회 4강, 2회 대회 1라운드 탈락 팀인 도미니카는 네덜란드와의 준결승에서 4-1로 승리했다. 1, 2회 8강에 머문 푸에르토리코는 디펜딩 챔피언 일본을 3-1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팜(Farm·선수 공급처)’ 역할을 하는 중남미 국가들이 야구 종주국 미국에서 세계 정상을 놓고 겨룬다.

 ◆‘꿈과 애증의 땅’ 미국

2012년 개막 로스터 기준으로 메이저리그 내 외국인 선수는 243명이었다. 도미니카 출신이 95명으로 가장 많았다. 푸에르토리코는 11명으로 5위였다. 마이너리그에는 수를 파악하기 힘들 만큼 많은 중남미 선수가 뛰고 있다. 도미니카와 푸에르토리코의 야구 유망주들에게 미국은 꿈의 무대다. 하지만 역사책을 펼쳐보면 그들에게 미국은 증오의 대상이다. 과거 두 국가는 비슷한 길을 걸었다. 1800년대에는 스페인과 아이티의 지배를, 1900년대에는 미군정의 통치를 받았다. 스페인어를 쓰며 야구에 열광하는 두 나라의 문화는 ‘지배의 역사’가 만든 결과다.

 도미니카는 1924년 미군정의 통치에서 벗어났지만 아직 정치·외교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반면 푸에르토리코는 현재 미국 자치령이다. 원할 경우 미국 시민권을 얻을 수 있어 쿠바인들이 망명지로 자주 선택한다. 한국 프로배구 삼성화재에서 뛰고 있는 레오(23·쿠바)도 푸에르토리코 망명자 출신이다. 푸에르토리코는 지난해 11월 국민투표를 통해 미국의 51번째 주로 정식 편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다.

 두 국가는 야구에서도 ‘메이저리그의 하위 리그’ 역할을 한다. 중남미 출신 메이저리거들은 비시즌에 도미니카와 푸에르토리코 리그에서 뛴다. 각각 6개 팀으로 리그를 운영하며 리그 챔피언은 베네수엘라·멕시코 리그 1위 팀과 카리브해 시리즈를 치른다.

 꿈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 중남미 선수들은 이번 WBC에서는 조국의 국기를 달고 미국과 맞섰다. 2라운드 승자전에서 도미니카는 미국을 3-1로 꺾었다. 푸에르토리코는 패자전에서 미국을 4-3으로 이겼고, 미국은 탈락했다.

 ◆그래도 메이저리거의 대결

도미니카는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 8명, 푸에르토리코는 4명을 보유했다. 1, 2라운드 한 차례씩 맞대결에서는 도미니카가 모두 이겼다. 도미니카는 사상 최초의 WBC 전승 우승(현재 7승)을 노린다. 2009년부터 4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 중인 로빈슨 카노(뉴욕 양키스)와 2008년 타율 0.301, 33홈런, 35도루를 기록한 핸리 라미레스(LA 다저스), 지난해 42홈런을 쳐낸 에드윈 엔카르나시온(토론토)으로 구성한 중심타선은 메이저리그 올스타급이다.

 푸에르토리코 전력도 탄탄하다. 지난해 각각 39개, 32개의 아치를 그린 마이크 아빌레스(클리블랜드)와 카를로스 벨트란(세인트루이스), 타율 0.304, 25홈런, 23도루를 달성한 알렉스 리오스(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이 중심타선을 형성하고 있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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